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영화 <어떤 하루>.
'가을 단기 방학'
11살 연주는 단기 가을 방학을 맞아 숙제를 해야 한다. 부모와 여행 사진 찍기를 진행해야 하지만, 그의 부모는 이혼했고 그 누구와도 동거하지 않는다. 오겠다던 아빠는 오지 않고, 엄마는 멀리 울산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짜고짜 울산행 버스에 올라탄 연주. 하지만 그곳에서도 엄마와의 만남을 실패에 이른다. 결국 홀로 여행 사진을 남겨야만 하는 소녀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로라'
발레를 전공한 로라는, 결혼 후 시골에서 남편과 함께 펜션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뮤지컬 단원들이 펜션을 찾게 되고, 뮤지컬 배우에게 공연 초대를 받은 후 충동적인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그럭저럭 현재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한 여인의 옛 꿈과 그리움이 배어있는 작품이다.
'속죄'
치매에 걸린 엄마와 반항적인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연희의 삶은 버겁다. 현재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퇴거 명령까지 받게 된 그녀. 눈물겨울 정도로 힘겨운 삶 위에 놓인 여인의 삶. 지켜보는 내내 먹먹했다.
위 세 작품 속 주인공은 여성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처한 상황은, 자신들의 의지나 행동의 결과가 아니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프다. 영화가 보여준 일례처럼,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힘들고, 가슴 아픈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물론, 세 에피소드 속 상황과 캐릭터들 모두는 영화를 비롯한 작품들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한번 더 이같은 작품들을 통해,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에피소드들은 슬픔을 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위를 메우는 공기는 '꿈'이라 볼 수 있다. 연주, 로라, 연희는 제 나름대로의 꿈이 있다. 연주는 부모와의 재회, 궁극적으로 화목한 가정을 꿈꾸고, 로라는 자신이 어릴적부터 목표해오던 발레에 대한 꿈이 있었다. 연희 역시, 검정고시 학원 앞을 서성이며 학업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현실의 벽 앞에 부딪히고, 무너지고 만다. 이 아픔과 고통을 그 누가 대신 겪어주겠는가. <어떤 하루>는 현실은 견뎌내는 것, 이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