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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오종의 클래식로맨스
<프란츠>


<프란츠>는 제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한 작은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인 안나는 전사한 약혼자 프란츠를 잊지 못한다. 어느날, 프란츠의 묘비 앞에 놓여진 꽃을 발겨하고 그것을 두고 간 남자가 프랑스 청년 아드리앵임을 알게 된다.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드리엥은 안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슨 연유일까. 이때부터 아드리앵에 대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아드리엥은 자신을 프란츠의 친구라 밝힌다. 그 말을 믿고 반기는 프란츠의 부모와는 달리, 안나의 눈빛은 묘한 기운을 안고 있다. 아드리엥이 독일을 찾은 건 분명 용기있는 행위다. 적대군으로 취급받는 프랑스인이 독일로 향한 것은 온갖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다. 프란츠의 부모는 프란츠와 닮은, 마치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아드리엥을 환대한다. 그와는 달리, 온갖 감정이 뒤섞인 듯한 안나의 아드리엥에 대한 태도는 명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어찌됐든 안나와 아드리엥은 가까워진다. 함께 산책을 하고 무도회를 찾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프란츠와의 우정담을 늘어놓는 아드리엥의 모습에 안나는 약혼자와의 사랑을 회상하기도 한다. 그렇게 둘은, 프란츠를 중심으로 가까워진다.





이 영화가 안나와 아드리엥의 순탄한 로맨스로 이어졌다면 별 의미없는 작품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프란츠>에는 '반전'이 있다. 반전은 아드리엥의 거짓말과 얽혀 있다. 사실, 프란츠와 아드리엥은 우정의 관계가 아니었다. 둘은 적대 관계였다. 독일군과 프랑스군으로 만난 둘은,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렇다.아드리엥은 프란츠를 죽인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아드리엥이 프란츠의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린 연유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아드리엥은 프란츠와 그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독일을 찾은 것이다. 죄책감에 의한 고통과 슬픔으로 점철된 아드리엥은, 안나에게 충격적인 반전(사실)과 심경을 밝힌 후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런 그를 찾기 위해 안나는 프랑스행으로 향한다. 프랑스를 찾은 안나의 심경에는 어떠한 요소가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었을까.





수소문 끝에 아드리엥을 찾은 안나. 아드리엥이 독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안나 역시 아드리엥 가족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함께 식사를 하고, 아드리엥과 함께 무도회도 찾는다. 하지만 아드리엥에게는 약혼녀가 있다. 그 사실과 마주한 안나의 눈동자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안나는 아드리엥을 사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당연하고도 애석하게' 순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둘은 이별의 키스를 해야만 했다. 애잔하고 먹먹한 엔딩 신은, 필자의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전체를 놓고 보면 단조로운 듯 보여지는 <프란츠>는, 사실 '복잡미묘'한 영화다. 명확한 상황과 적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인물의 내면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죄책감을 덜고 용서를 구하기 위한 아드리엥과 약혼자와 새로운 사랑을 이중으로 잃은 상실감에 휩싸인 안나의 내면은 쓰디쓰다. 인물 뿐 아니라, 배경에 대한 메시지도 강렬하다. "아들에게 총을 쥐어준 우리의 잘못도 있다", "프랑스의 아들들도 죽었다"라고 말하던 프란츠 아버지의 말은, 전쟁의 참담함을 자각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아들들이 죽었을 때 우리들은 축배를 들었소. 우리들의 아들이 죽었을 때 저쪽에서도 축배를 들었소. 우리 모두는 아들의 죽음에 축배를 들었던 아버지들이오." 강렬한 대사다. 적국에 상관 없이, 전쟁은 아픔을 동반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 독일을 찾은 아드리엥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서로의 슬픔을 위로해야 함이 마땅함을 일러준다. 한편, <프란츠>는 비밀과 거짓말에 대한 영화다. 늘 진실이 옳은 것일까. 포스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거짓말이 사랑의 원인이 될 가능성 역시 다분하다.


늘 문제를 일으켜왔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색다른 영화 <프란츠>. 클래식 로맨스에도 강점을 지닌 그의 역량을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자극을 아는 프랑수아 오종은, 이번 로맨스에서도 심장을 간지럽히는 '은밀한 자극'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뒀다. 한편, 흑백과 컬러의 배치와 아드리앵과 그의 가족, 안나가 연주하는 곡들은 관객들의 귀까지 즐겁게 만들어준다. 이렇듯 예술혼 가득 머금은 <프란츠>는, 시대극이자 로맨스, 예술 영화를 넘나드는 탈장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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