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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장산범>

스포일러 있습니다

희연

<장산범>. 무섭다.


첫 영화 <숨바꼭질>로 56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허정 감독의 두 번째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장산범>에 대한 필자의 느낌은 '전작보다 더 무섭다'는 것. 이 영화는 소재와 캐릭터부터 독특하다. 아니, 엄밀히 표현하자면 소재와 캐릭터가 강점인 작품이다.


이미 <장산범>의 소재는 온라인 상에서는 유명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괴담으로 떠돌았는데, 2013년 웹툰의 소재로 활용돼 포털 사이트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이 괴담이자 웹툰으로 표현됐던 것이 드디어 실사화됐다. 필자는 이 괴담이나 웹툰에 대해 전혀 몰랐던 채로 시사회를 찾았다.


영화는 가슴 아픈 일가족의 사연에서부터 시작된다. 5년 째 실종된 아들을 잊지 못하고 있는 희연과 그의 남편 민호는 치매에 걸린 민호의 어머니와 함께 조용한 산골로 이사한다. 하지만 그곳 주민들은 조금 이상하다. 그러던 어느날, 뒷숲에서 희연과 민호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와 마주한다. 소녀의 몸은 온갖 상처로 얼룩져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이 소녀의 정체부터가 미스터리의 서막이다.





소녀는 이상하다. 한참 동안 말 않고 있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준희'라고 밝힌다. 섬뜩하게도 준희는 연의 딸 이름이다. 민호와 관객들의 반응과는 달리, 희연은 준희(라고 밝힌)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잃어버린 아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소녀를 안쓰러워한다. 소녀의 행동은 '점점 이상'해져만 간다. 희연의 딸 준희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는가 하면, 희연을 엄마로, 민호를 아빠로 부르는 등 진짜 딸처럼 구는 것이다. 연신 이상함을 느끼는 민호와 달리, 희연의 태도는 여전히 엄마스럽다.





어찌됐든 소녀의 행동은 점점 이상해지고, 그에 따라 희연도 기이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기이함에는 미스터리와 연민, 슬픔 등이 뒤섞여 있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소녀의 정체와 그에 얽힌 사연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소녀가 처했던 슬프고 아픈 사연이 이 기이한 산골 마을의 고약한 전설이 된 것이다. 미스터리가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밀려오는 공포감. 예상하지 못했던 긴장감 때문에, 자주 흠칫 놀라기도 했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해진다. 관객들의 잔잔한 비명 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왔었다. 스릴러를 즐기는 편인 필자 또한 몇 차례 흠칫 놀랐을 정도이니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영화는 '감각을 흐트려놓는다'는 점이다. 청각에서부터 시작해 시각에 이르기까지 캐릭터의 주된 감각들을 마비시킴으로써 관객들을 공포와 혼란에 빠트린다. 거기에, 감정선까지 자극해 공감각적인 혼란을 선사한다. 모든 감각이 무너진 상태. 가장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감정'이다. 여기에서 스토리텔러 허정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작 <숨바꼭질>에 이어, <장산범>에서도 '의심'과 '믿음'에 대한 가치를 펼쳐놓은 감독. <장산범>은 온갖 감각과 감정에 얽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기에 오컬트적 요소도 더해져있다.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산범>. 많은 리뷰들이 '청각에 집중'하고 있는데, 필자는 '감정선에 더 집중한'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오컬트적 요소 때문에 <곡성(2016)>과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서두에 언급했듯 <장산범>은 소재와 캐릭터가 인상적인 영화다. 전형적인 서사 구조는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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