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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오시마 지추(지중)미술관



나오시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예술'. 필자가 이곳으로의 여행을 망설임 없이 결정하게 된 이유도 저 키워드에 있다. 계속되는 인구 감소로 인해 활력을 잃은 지역이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게 된 이유이기도 한 예술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나오시마의 예술 프로젝트는 '기적의 아이템'인 셈. 베넷세 홀딩스와 후쿠다케 재단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그 외 예술가들과 손 잡고 섬 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룩해 낸 기적. 필자는 그 기적 속으로 끌리듯 향했고, 감격과 아쉬움을 안은 채 돌아왔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표현했지만, 꼭! 다시 찾을 예정이다.

나오시마에는 크게 세 개의 미술관이 있다. 베넷세 하우스와 지중(지추)미술관, 그리고 이우환 미술관이 있다. 그 외, 마을 곳곳을 메우는 집 프로젝트와 나오시마 센토 아이러브유가 있다.

베넷세 하우스는 나오시마를 대표하는 시설로, 아트 프로젝트의 시작점이기도 한 곳이다. 안도 다다오가 전체 설계를 맡은 곳으로, 미술관 겸 호텔이다. 예술과 휴식, 자연이 조화된 공간이다. 나오시마 미술관을 잇는 무료 셔틀 버스 역시, 베넷세 하우스의 명패를 달고 있다. 하여, 베넷세 하우스는 나오시마의 상징이라 볼 수 있다. _관람료 1,000엔

베넷세 하우스보다 조금 위쪽에 위치한 이우환 미술관은, 안도 다다오와 이우환의 콜라보레이션을 담은 곳이다. 바다와 산에 둘러싸인 골짜기에 위치해있으며, 자연과 건물, 작품의 3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작품 감상과 사색 모두를 가능케 만드는 공간이다. _관람료 1,030엔

필자가 방문한 지중(지추)미술관. 세토내해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 대부분이 지하에 매설된 독특한 구조의 미술관이다. 하루의 시간과 사계절에 따라 작품과 공간의 변화되는 형태를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연 테마 미술관'이다. 이곳은 안도 다다오의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작품관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_관람료 2,060엔



관내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자연의 예술




본격적인 미술관 입장 전부터 자연 친화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지중 미술관. 마치 나들이를 온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뜨거운 뙤약볕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데 적잖은 방해를 줬으나, 그 자체도 예술임을, 안도 다다오의 기획력임을 알기에 최대한 느끼기로 했다. 더위와, 그에 맞게 활짝 편 꽃잎들, 다른 것들에 질새라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들의 소리를 들으며 미술관에 입장했다. 지중 미술관 내부는 촬영이 금지돼 있어, 아쉬운 대로 입장 전 기념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지중 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에,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영구 전시하고 있다. 세토우치의 자연과 땅 속에 만들어진 공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다.

땅 속에 만들어진 공간이라 그런지, 실내는 시원하고 어둑하다. 들어서는 동시에 또각또각, 필자의 구두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들었던 생각은 '철저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 카메라 촬영도 금하고 있어, 작품과 감상자 스스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철, 유리, 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미술관. 땅 위로 솟아오르는 외관의 디자인을 피하고 땅 속에서만 구조제를 구축해낸다. 안도 다다오가 선택한 소재들 뿐만 아니라, 하늘과 태양 역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다. 그 점은 직접 감상을 통해 확인하길 권한다.





안도 다다오는 꽉 막힌 구조가 아닌 열린 형태를 통해, 하늘의 정기를 미술관 내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감상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기획력은 그의 천재성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만들어줬다. '여백'을 통해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 자연이 지닌 예술성을 옮겨놓은 안도 다다오. 그의 작품관은, 그와 비슷한 관점을 반영한 작가들의 작품들과 함께 지중 미술관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들어준다.





필자가 가장 인상깊게 감상했던 작품은 월터 드 마리아의 <시간/영원/시간 없음>이다. 화강암과 마호가니 목재, 금박,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공간&조형 작품은, 지하 3층에 위치해 있다. 그는 세밀한 치수와 함께 공간을 제시하고 그 공간에 직경 2.2M의 구체와 금박을 입힌 27개의 목재 조각을 비치해 작품(공간)을 구성했다. 작품 공간의 입구가 동쪽이므로, 일출에서 일몰 사이에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구체 위의 공간을 태양을 맞을 수 있게 창으로 구성돼 있고, 계단을 한 계단씩 오르내릴 때마다 구체에 반사되는 태양볕이 주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구체를 축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신(God)이 된' 자신과 조우할 수도 있을 것! 필자 역시, 그 점에 대해 내심 기뻐하고 있었는데, 프랑스 일가족 중 한 명이 필자에게 진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You are Godness!"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제임스 터렐의 <오픈 필드>. 신발을 벗고 입장 후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다. 빛, 그 자체를 예술로 제시하는 터렐의 작품을 정확하게 체험하기 위해 형태와 크기를 직접 설계한 그. 형광등과 네온을 활용한 이 공간은, 얼핏 보면 평면으로 보이지만 그 공간으로 감상자들이 직접 걸어들어갈 수 있다. 걸어들어가는 순간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방이 낯설어보일 테고, 그로 인해 공간의 기운마저 달라보일 것이다. 정말 하늘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 때문에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하늘빛과 닮은 일정선까지 걸어갔다, 그 반대로 몸을 돌리면 일출의 색과 조우하게 된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하늘을 온전히'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 제임스 터렐의 작품으로는 <에이프럼 페일 블루>와 <오픈 스카이>를 만나볼 수 있다.

지추 미술관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인상파인 모네의 작품을 '더욱 인상파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 모네의 회화 5점을 자연의 빛만으로 감상할 수 있게 구성한 공간. 수련을 소재로 한 모네의 만년기 작품 다섯 점을 감상할 수 있는데, 보라빛 향연의 작품들은 공간에 새어들어오는 빛과 만나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






이렇게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끌어온 작품들을 감상한 후여서인지, 마음 한 켠을 자리잡고 있던 번뇌가 조금은 씻긴 듯 했다. 더욱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늘 느껴왔던 것이지만, 시각 뿐 아니라 청각에까지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느꼈다. 들어설 때 느꼈던 것처럼, 미술관을 나올 때도 필자를 뒤따르는 필자의 구두소리에 뒤를 한 번 돌아볼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지중 미술관을 '나를 찾을 수 있는 공간', '좀 더 자연스러움을 체감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라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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