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인 사와무라 씨 댁의 두 번째 책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70세 아버지 시로 씨, 69세 어머니 노리에 씨, 40세 딸 히토미 씨.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이 세 식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마스다 미리의 신간이다.
정년 퇴직 후, 독서와 영화 감상을 하며 살아가는 시로 씨. 요리를 잘 하고 손재주가 좋은 노리에 씨. 부모와 함께 사는 독신 여성 히토미 씨. 본래, 시바견 '치비'와 함께 네 식구였던 이 가정은 치비의 죽음 이후 세 식구인 채 살아간다. 이들이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이번 작품에서 다루고자 하는 소재와도 연관돼 있다.
지나간 개, 사와무라 씨 댁에서 옛날에 키웠던 치비와 닮았던 겁니다.
노리에: 이제 개를 키울 일도 없겠네요.
시로: 언제까지 돌봐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노리에: 아, 그렇지만 여보. 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히토미, 아직 있네요.
시로: 그럼 키워도 되겠네? (웃음) _ '귀갓길에 우연히 마주치다' 中
이번 사와무라 씨 댁의 에피소드들에서는 전작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와는 달리, 조금은 우울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가령, 죽음을 걱정하고 준비하는 시로 씨 내외와 부모의 죽음과 자신의 결혼과 자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사실은 체념에 가까운)하는 히토미 씨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물론, 중년 언저리의 미혼 여성의 고민은 마스다 미리가 늘상 다뤄왔던 소재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고민의 깊이가 조금 더 짙어졌다.
그렇다고 이번 책이 우울하거나 쓸쓸한 것은 아니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이 '늘상 그래왔듯',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역시,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독자의 심장을 간지럽힐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은 '일상(보편)적'인 캐릭터들과 상황들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도 이와 연관된 대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히토미: 엄마, 우리 사와무라 가도 만화 소재로 괜찮지 않을까.
노리에: 무리야, 무리. 우리 집은 너무 평범해.
히토미: 그러게, 평범하네. (중략)
시로: 평범하다, 라.
히토미: 왜요?
시로: 고령의 부모와 외동딸과의 생활. 여보, 중년의 딸. 이제 평범한 시대가 됐네.
히토미: 텔레비전 소리 안 들립니다만! (웃음)
_ '평범한 일가' 中
하지만 이러한 일상들 덕분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늘 반복되는 노리에 씨의 끼니 걱정. 하지만 그 걱정은 가족이 둘러앉아 화목한 식사를 즐기기 위한 원천이며, 그 시간들로 하여금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노리에: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지.
_ '반복' 中
이렇게, 일상의 행복을 던져주는 소소한 웃음거리와 함께 '삶의 지혜'도 담고 있는 것이 마스다 미리 작품들이 독자들의 심금을 자극하는 요소다.
히토미: 언젠가 이별이 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 아직 어린 애예요.
_ '7년 후' 中
히토미: 엄마, 이웃과 잘 지내는 요령이 있어?
노리에: 요령? 글쎄다. '꼬치꼬치 캐묻지 않기' 정도일까.
_ '이웃사촌' 中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시로 씨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긴 결혼생활 동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삼킨 말이 서로 얼마나 될까, 곰곰이 생각. 그러나 이것도 역시 말하지 않았습니다.
_ '못하고 삼킨 말은' 中
늘, 일상의 지혜와 유머를 전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 그녀의 이번 신간은 가족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동시에 소소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행복에 대해 사색하게 만든다. 더하여, 생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결혼과 죽음에 대한 생각의 여지도 제공한다. 이번 작품 역시 '만족'.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은 소장 가치가 다분하다. 그녀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공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이렇게 그녀의 작품 하나가 내 책장의 공간을 좁혔다. 사와무라 씨 댁의 또 다른 이야기 역시 출간 예정이라 한다. 제목은 <사와무라 씨 댁의 오랜만의 여행>. 홋카이도로의 부부 여행과 히토미의 나홀로 여행을 담은 책이라고 한다. 마스다 미리는 '여행'이라는 소재에도 능하다. 하여, 벌써부터 기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