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비밀과 거짓말. 우리는 이것들에 대해 '나쁘다'고 배워왔다. 진실은 좋고 따라야만 하는 것인 반면에 거짓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이다. 기독교와 수많은 철학자들은 거짓을 비난해왔다.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아우구스티누스, 칸트는 끊임없이 진실만을 강조해왔다. 심지어 아우구스티누스는 '거짓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더라도 진실에 머물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비밀을 만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기피해오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과 거짓말이 정말 나쁘기만 한걸까.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생각해보자. 거짓말을 할수록 코가 길어진다는 '피노키오'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것이다. 수백년 동안 미국 어린이들이 진실의 가치를 거짓말을 통해 배운 것이다. 이 단편적인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거짓말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철학자 마르쿠제는 어떤 거짓말은 진실보다 더 인간적이며 도덕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사랑스러운 거짓말이 있는 반면에 사랑스럽지 않은 진실이 있다. 야만적인 습관에 지나지 않는 솔직함이 있는 반면, 인간미를 지닌 거짓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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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비밀)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좋은 거짓말은 어떠한 상황에서는 필요할 수 있다. 거짓말이나 비밀의 '동기'. 그 동기를 통해 우리는 그것이 옳은(좋은)지, 나쁜지를 판가름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입히려 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거짓말을 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사생활을 보호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예의를 지키려는 동기에서, 혹은 체벌이나 굴욕에 대한 두려움에서 거짓말을 했다면 그를 나쁘거나 부도덕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울 수만은 없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세상 그 어디에도 비밀 하나 감추지 않고 살아가는 이는 없다. 정직과 진실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작은 고민, 혹은 갈등들까지 타인에게 공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들을 내면에 품고 있다는 것 역시 비밀의 일종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자아연출의 사회학>이라는 책에서 우리 모두는 사회적 공간에서 연극을 하며, 자신의 일부만을 드러내 특정한 배역을 연기한다고 주장했다.

비밀을 지닌 여성들의 장점은 무엇일까.
비밀을 지닌 여성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비밀의 보호 속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자신의 목표와 갈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더하여, 누군가가 들어오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도 많고 그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특별한 면을 살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 비밀을 지닌 여성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비밀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비밀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혼자 해결해나가려는 의지와 용기이기도 하다. 가령, 자신이 품은 계획을 비밀에 부침으로써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온전히 본인의 힘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한편, 목표에 달성했을 때는 비밀이 표명화되면서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을 수 있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비밀을 밝힌 후 감당해야만 하는 지인들의 위로와 연민 같은 것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더하여 비밀은, 관계의 깊이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비밀을 고백하는 대상은 신중하게 선별된 몇 명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 영역 안에 있는 것이다.

한편, 거짓말 역시 순기능을 할 때가 많다. 이타적 거짓말은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 영화 <거짓말의 발명>에서처럼,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과연 선한 관계 유지에 성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짓말과 비밀 자체가 나쁘거나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관념들은 중립적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행한 동기(의도)다. 비밀은 '정신적인 사유 재산'이며, 이타적인 거짓말은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해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보호하고 마찰 없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힘이다.

이렇듯, 책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는 비밀과 거짓말의 순기능을 설파한다. 단순히 저자의 주장으로만 기록된 것이 아니다.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자신을 보호하고, 시험하고 위해 비밀을 행한 자,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이타적 거짓말을 행한 자들이 털어놓은 실질적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필자 역시, 비밀을 간직하고 거짓말을 한 적이 많다. 셀 수 없이(세어보지도 않았지만) 많았다. 또한 앞으로도 행할 것이다(분명). 공감 가득한 이 책. 심리학과 철학 등 비밀과 거짓말의 순기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들로 꽉 채워져 있다. 비밀과 거짓말에 대한 책, 영화가 많다. 혹은 그것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수많은 예술 작품들 속 인물들은 비밀과 거짓말을 행한다. 분명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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