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향상을 위한 지침서
창의력은 특정 인물들의 전유물일까. 소위 '천재'들에게만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그렇게 여기곤 한다. 자신은 창의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이다. 책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는 이에 대해 거부한다. 저자 바스 카스트는 창의력은 특정 인물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바스 카스트는 창의력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과 사례를 바탕으로 근거들을 펼쳐낸다.
책에 의하면, 창의력은 후천적, 그러니까 환경과 훈련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열렬한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라며 자신을 천재라 여기지 않았다(물론 그는,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늘 1등을 거머쥔 아들의 성적표를 받아봤다). 그 뿐만 아니라, 다윈 역시 자신의 재능을 아:주 뒤늦게 발견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후천적으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에서 강조하는 다음 몇 가지 방법들을 살펴보자. 먼저 '스키마 위반'을 위한 활동들을 하라고 말한다. '스키마 위반은 우리가 머릿속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판단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일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함으로써 우리의 눈을 뜨게 한다' - 38쪽. 우리는 경험에 의해 수많은 스키마에 사로잡혀있다. 삶의 시놉시스가 정립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면, 일정한 스키마 안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는 창의력을 발휘할 틈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저자는 이 스키마를 위반하라고 권한다. 스키마 위반은 편견 없는 체험을 가능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나타나는 현실의 친숙함에서 벗어나 모순에 대면하면서 뇌 활성화를 도모하게 만든다. 스키마 위반을 위해 추천하는 활동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외국어 학습' 등이다. 실제로, 오랜 기간 외국 생활을 한 사람들은 창의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편,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사고의 유연함을 도모한다.
가령, 카프카의 <시골 의사> 속 부조리하고 악몽 비슷한 것을 직접 경험하면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의 경험은 익숙한 습관을 뒤흔들기 때문에 창의력을 촉진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 42쪽.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불쾌감을 느끼면서 부조리하고 악몽 같은 세상 속을 거니는 거이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비교적 긴 기간에 걸친 외국 생활은 창의적 사고를 촉발하는 속성 과정과도 같다' - 43쪽.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또 다른 활동으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추천한다. 여기에서 '다양한'이란, 자신과 비슷한 사상이나 행동양식을 갖춘 사람이 아닌, 경우에 따라 반대하기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사회적 접촉이 다양할수록 스키마 위반을 체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추천하는 활동은 '휴식'이다. '자연 속에서 오프라인 상태로 며칠을 보내는 것은 생활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 115쪽. 실제로 많은 철학자, 예술가, 작가 등은 산책을 많이 했다. 지독할 정도로 규칙적이게 말이다. 베토벤,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그 예다. 한편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K. 롤링은, 그 장대하고도 창의적인 이야기를 집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할수록 창의성은 반대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뇌의 오프라인 상태일 때 우리는 우연히 창의력과 마주하곤 한다. 이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할 때, 커피를 마시거나 길을 거닐다가 우연히 '아!'하며 발상이 떠올랐던 경험 말이다.
책에서는 창의력 향상을 위해 스키마 위반을 권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창의력을 위해서는 '경험', 즉 어느정도의 스키마도 필요하다. '검증된 스키마'라고 하는 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다양한 경험(여행 등) 역시 스키마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창의력에 필요한 물과 불의 관계('검증된 스키마'와 '호기심, 상상력 등의 창의적 요소')를 결합시킬 것을 권한다.
이 외에도 책에는 창의력을 드높일 수 있는 활동들이 소개된다. 개인적 활동 뿐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들에 대해서도 소개된다. '슈퍼 뇌'를 만들기 위한 집단을 구성할 때는 집단 내 여성 비율을 높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구성원들 간의 상호 교류를 강조한다. '여성이 집단에 많이 포함될수록 집단은 더 똑똑해졌다. 결정적인 것은 여성들의 사회적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집단 IQ가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공감도'라는 것.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공감해줄수록 '슈퍼 뇌'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정리하자면,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스키마 위반을 할 수 있는 활동과 충분한 휴식(뇌의 오프라인 상태), 다양한 소통(사회)적 활동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꽤 많은 책이나 매체에서 천재는 외롭고 고독하며 은둔자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현대의 천재'들은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들에 대한 관심을 표해왔다. 또한, 그들은 한 분야에서만 두각을 보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품어왔고 그에 매진했으며, 그것들을 잘 '결합'했다. 그것이 그들을 천재로 부르게 한 이유들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결국, 창의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이 결론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여느 책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아서), 한편으로 맞는 말이기에 부인할 수만은 없다. 창의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것들에 호기심을 품고, 새로운 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도 놓치지 않을 것. 어떻게 보면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처럼 보인다. 역시 99%의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지금 이 시대에 창의력을 발휘해 사회적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계에서 두각을 보인 이들은 많다. 스티브 잡스가 IT와 예술(미학)을 접목시킨 것처럼, 이 시대의 성공은 다양한 재능을 발굴, 결합해야만 한다는 것.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는, 초·중반까지는 꽤 흥미로운 내용을 제공했으나 끝 부분으로 향할수록 진부하고 복잡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준 책이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창의력 테스트를 푸는 재미는 꽤나 쏠쏠했지만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좋다. 창의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다짐을 하게 만들어주니까. 하지만 책이 제시한 내용들이 완전히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결론은, 편견(스키마)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품고 그 대상을 실천하라는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