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지 말고 지배할 것!
우선 '추천'부터 하고 리뷰를 남기고 싶은 책 <느링느링 해피엔딩>.
저자, 볼프 퀴퍼는 그 누구보다 성공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명예(지위)와 재력이 있었다. 성공 가도를 달리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오던 그. 하지만 그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딸 니나가 그와 아내의 삶 사이로 들어오면서부터 말이다.
딸 니나는 그 누구보다 '느린' 인물이었다. 근육실소증을 앓고 있는 니나의 느림은, 찍찍이 신발 한 짝을 신는 데만 4분이 걸리고 빵 반쪽에 살라미 한 장과 오이 네 조각을 먹는 데 19분이 걸릴 정도다. 심지어 니나는, 태어나자마자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을 바라본 채 누워있기만 했으며 절대 웃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 딸을 돌봐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볼프. 그가 처한 상황이라면, 누구나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꿈꿔왔던 케이프타운 대학교 교수로의 임용을 앞둔 그,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딸과의 시간. 결국 볼프는 딸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니나가 제안한 '백만 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말이다.
볼프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돈)들을 시간과 맞바꿨다. 이후, 니나와 그녀의 동생 시몬, 아내와 함께 태국으로 날아간다. 완벽했던 이력서에 '구멍 내기'를 자처하면서 시작된 백만 분의 시간 여행. 하지만 이 여행을 통해 볼프와 가족들의 삶은 완전히 뒤바꼈다. 긍정적으로! 값비싼 시계와 스포츠카, 서재를 메우던 책들을 팔아 넘긴 후 시작된 2년 여 간의 여행. <느링느링 해피엔딩>은, 태국에서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덴마크와 뉴질랜드를 잇는 볼프네 '모험 같은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다.
해변에서 모닥불 피우기, 바다에서 보트 타기, 모래와 하나 되고 직접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기까지 '흙스러움'을 경험하는 등 볼프네 가족들은 도심 생활에서 꿈꿀 수 없었던 생활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볼프는 자신의 옛날을 돌아보는가 하면, 다양한 배움을 얻게 된다. 사실, 볼프의 어릴적 꿈은 '세계 여행가'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접은 채, 다분히 현실적인 직업을 택했다. 물론, 불행한 삶은 아니지만 꿈을 행하며 살아가는, 즉 '주체적인 삶'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매일 폭풍처럼 몰아치는 무의미한 일들, 그러니까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투 두 리스트'에 따라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던 나날들은 백만 분의 시간 여행을 통해 뒤바뀌게 된다.
볼프가 딸에게 붙여준 '미스 느링느링' 덕분에 진정한 자신을 돌아보게 된 그. 그리고 또 하나 기적적인 사건은, 여행을 하면서 니나가 점점 발전하게 됐다는 거다. 갑자기 말을 시작하는가 하면, 어휘력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 기적을 기점으로 볼프네 가족들의 소통력은 강해진다. 물론, 미스터 시몬의 참여 방식은 사뭇 달랐지만.
그렇게 장기간의 여행 후, 집으로 돌아와 '현실에 적응'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낸 <느링느링 해피엔딩>. 이 책을 읽는 동안 필자 역시 많은 부분에 공감했고, 또한 본인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여느 모험가들의 고군분투나 역경을 담아낸 '쓰라림으로만 점철된' 에세이가 아니다. 다분히 '재미'있다. 저자의 위트 가득한 문체는 필자를 쉼 없이 웃게 만들었다. 특히, 미스터 시몬의 상태에 대한 묘사는 그야말로 '개그' 그 자체다.
니나의 '느링느링'한 삶은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줄 것임에 틀림 없다. 볼프 퀴퍼는, '백만 분의 시간 프로젝트' 이후 또 다른 여행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그의 다음 작품, 벌써부터 기대 중이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러준 고마운 작품. 이 책을 읽는 동안 늘 '행복'했다. 필자 외의 독자들도 이 책을 접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