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은 한국인,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자 가톨릭 사제인 한동일 교수가 서강대학교에서 5년 간 진행했던 라틴어 수업의 내용을 정리해 엮은 책이다. 그의 '명강의'는 서강대학교 학생들 뿐 아니라, 신촌 인근의 대학가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라틴어 수업이 유명해진 이유는, 비단 라틴어. 그러니까 어학에만 국한된 수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은 어학 이상의 인문학 수업과 다름 아니다.
각 챕터의 구성은, 라틴어 명문들을 제목으로 한다. 그 제목 하에 걸맞은 라틴어들과 라틴어에서 파생된 유럽의 다른 언어들,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와 역사, 종교, 음식과 놀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포함한다. 한편,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 그러니까 유학 시절의 경험과 대면한 사람들, 과거의 상황에서 겪었던 감정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 글을 읽는 과정에서 저자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고, 다양한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라틴어(어학)를 배우겠다는 목표 이상의 배울거리'로 가득 차 있다. 더하여, 저자 자신의 목소리 외의 학생들의 견해도 확인할 수 있어, 많은 학생(20대 청춘)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라틴어는 사실, 인기 없는 어학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세를 띠게 만들어준 데에는 저자의 몫이 컸다고 생각한다. '있어 보이려고' 듣게 된 강의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 '울림 있는' 강의로 탈바꿈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인 저자에게 박수를 전하고 싶다.
저자의 세계관 뿐만 아니라, 라틴어 명언들 그 자체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라틴어 수업>. 우리가 흔히 쓰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역시 라틴어다. 또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Hoc quoque transibit!)'는 격언도 라틴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틴어와 인문 교양 모두를 붙잡을 수 있는 유익한 이 책. 소장 가치 다분한 작품이다.
[책 속에서]
새들을 각자 저마다의 비행법과 날갯짓으로 하늘을 납니다. 인간도 같은 나이라 해서 모두 같은 일을 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고 저마다의 날갯짓이 있어요. 나는 내 길을 가야하고 이때 중요한 것은 ‘어제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정확히 모르는 내 걸음의 속도와 몸짓을 파악해나가는 겁니다.
- p. 174
지금의 고통과 절망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어디엔가 끝은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마침표가 찍히기를 원하지만 야속하게도 그게 언제쯤인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 끝이 날 거라는 겁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그러니 오늘의 절망을, 지금 당장 주저앉거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끝 모를 분노를 내일로 잠시 미뤄두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에 나를 괴롭혔던 그 순간이, 그 일들이 지나가고 있음을, 지나가버렸음을 알게 될 겁니다. - p. 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