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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우(RAW)>

스포일러 有!

국내 정식 개봉을 할지 알 수 없는 영화 <로우(LAW)>. '명필름 특별전'으로 먼저 만나 본 후 남기는 리뷰다.


우선, 이 영화 속 주인공 '쥐스틴'은 인육을 먹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채식주의자였다. 물론, 채식주의자가 된 배경은 부모의 영향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강요에 의한 수동적인 채식주의자가 된 쥐스틴. 그녀는 생텍쥐페리 수의학교의 신입생이 되면서 처음으로 육식을 경험한다. 수의학교의 광기 어린 혹독한 신고식 과정에는 쥐스틴은 토끼의 공팥을 먹어야만 했다. 여기에서 더 아이러니한 사실이 드러난다. 쥐스틴의 언니 '알렉스'도 이 학교 학생인데, 그녀는 버젓이 육식을 하고 있다는 거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왔다면 알렉스 역시 채식주의자여야 마땅한 게 아닐까. 토끼의 콩팥을 먹는 것 외에도, 수의학교에서는 동물의 피를 흠뻑 뒤집어써야하는 등 온갖 기이한 체험을 거쳐야만 한다.





이런 짓궂은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서 쥐스틴의 생활도 '확연히' 바뀌기 시작한다. 날 것의 맛을 알게된 후로, 그것에 대한 욕망을 거스를 수 없게 되는 쥐스틴.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 없이 육식을 향한 걷히지 않는 손길이 연이어진다. 쥐스틴의 욕망이 '섬뜩'한 건, 동물을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육을 맛본 쥐스틴은 그 맛이 주는 황홀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욕망은 언제한다고 해서 쉽게 거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쥐스틴의 먹성은 마치 동물들의 살육, 먹이 본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알렉스 역시 인육을 먹는다는 것이다. 왜, 이들 자매는 인육욕에 사족을 못 쓰게 된 걸까. 이유는 본성(DNA)에 있다. 쥐스틴과 알렉스의 혈류를 타고 흐르는 욕망에는 '인육식'이 존재한다. 이들 자매는 섬뜩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인육에 눈 뜬 자매들. 이렇듯 <로우>는, 경험 이상의 본능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의 극단을 보여준다. 이성으로 잠재우려하는 쥐스틴의 노력은 욕망에 의해 잠식되고 만다. 결국, 욕망에 자신을 던져버린 쥐스틴과 알렉스의 모습은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욕망에 이끌려 서로를 물어뜯는 쥐스틴과 알렉스의 '혈투 신(scene)'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로우>는 식욕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성욕도 다룬다. 룸메이트이자 게이 친구의 헐벗은 몸을 보며 섹슈얼리티를 느끼는 쥐스틴의 면면들은 식욕 외 또 다른 욕망인 성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가 특히 공포스러운 것은, 쥐스틴 가족의 특성 상 몹쓸 본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인육을 먹고 즐기는 것은 쥐스틴과 알렉스의 '잘못'이 아니다. 이 점이 밝혀지는 순간, 섬뜩하고 괴기스럽게만 보여지던 캐릭터들에게 적잖은 연민이 들었다. 몹쓸 본능. 탓한다고 해서 변화시킬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쥐스틴과 알렉스는 인육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섬뜩하지만, 쥐스틴과 알렉스에 감정 이입을 해본다면 그녀들에 대한 적잖은 애잔함이 들 것이다.


괴기스럽고 섬뜩했던, 그래서 다소 보기 힘들었던 영화 <로우>. 생각보다 더 잔인했다. 어찌됐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작품임은 틀림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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