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은 온갖 욕망들로 뒤엉켜 있다. 1800년대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여성들만 사는 기숙학교에 북군 탈영병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은밀하고도 잔혹하다. 잘생긴 동시에 가엾은 존을 향한 기숙학교 내 여성들의 시선은 동일하다. 존을 성실하게 돌본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행동들은 점차 욕망과 어우러져 '다른' 방향으로 번져나간다.
사실, 이 영화는 원작(소설)과 전작이 있다. 돈 시겔의 전작 영화에 비해, 소피아 코폴라의 해석에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각 인물들의 매혹당함과 그 욕망이 반영된 행동들은 섬세함의 극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동시에 섬뜩한 이유는 욕망에 있다. 다양한 성향과 매력을 갖춘 여성들의 존을 향한 행동을 관찰하는 재미, 존이 그녀들에게 행하는 행동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염탐이라는 욕망이 추가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흥미도가 드높아진다.
한 남성을 향한 다수의 여성들이 펼치는 욕망의 줄다리기, 많은 여성들을 향한 한 남성의 쟁취욕이 농염하게 표현된 <매혹당한 사람들>. 이 욕망에 의해 여성들 사이에서는 시기와 질투가, 존의 의기양양함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존은 결국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고통과 운명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우리가 욕망대로 몸을 내던지면 위험한 것이, 결국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욕망은 쉴새 없이 변한다. 여성들과 존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호(好)가 불호(不好)로 변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여성들의 존에 대한 애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사랑과 증오, 경계와 시기, 그로 인한 폭력 등. <매혹당한 사람들>에는 온갖 욕망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특징과 관계를 지켜보는 것 외에도 <매혹당한 사람들>은 관객들을 매횩시키는 요소들이 다분하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여배우들이 총출동한다. 더불어, 존이 매력은 스크린 밖을 뚫고 나올 만큼 강렬하게 매혹적이다. 당대를 잘 표현한 것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섬세하지만 그래서 더 섬뜩했던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그 매력에 매혹당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