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문소리를 칭할 땐 배우라는 타이틀에 감독을 더해야 할 것. 감독 겸 배우 문소리의 첫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는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다. 나는 그녀의 '도전 자체를 응원'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지만, 웬걸. 영화는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문소리만의 생활 밀착형 재기발랄함이 가득 배인 이 영화. 문소리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어줬다.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문소리는 빼어난 미모를 갖춘 여배우는 아니다. 여느 배우들보다 연기력은 쩔지만 매력은 다소 부족한 그녀. 아주 솔직하고도 씁쓸하게, 영화에서 그녀는 자신의 현실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스크린 속 문소리의 끝장나는 모습 밖의 현실은 고충의 연속이다. 엄마로서, 부인으로서, 딸로서 겪어야 하는 일상들과 함께, 배우로서 놓아서는 안 될 모습들을 유지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그녀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인지라 풀어질 때는 한없이 풀어지게 마련. 술 '때문'인지 '덕분'인지는 정확히 판가름할 수 없지만, 술기운을 머금은 문소리의 모습은 우리가 스크린을 통해 봐왔던 것보다 훨씬 인간미 넘친다.
영화는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 각 단편에서 문소리는 배우와 일상 속 한 여자의 삶을 넘나든다. 그야말로 제대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지만, 정작 작품 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배우는 작품 활동 중이 아닐 때도 쉼이 없다. 더하여, 늘 선글라스를 낀 채 자신의 행적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 모습들에서 '화려함만으로 포장된' 여배우들의 삶에 대한 편견이 드리워진다. 여배우라고 해서 늘 화려하고, 작품 활동과 수입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불릴 만큼 지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문소리조차 현실은 피곤과 가시 돋힌 시선들에 대응하기에 일쑤다. 배우라는 외피를 벗을 틈조차 없다.
그 어떤 시선과 발설에서도 스타, 배우라는 이유로 웃어넘겨야 하고, 작품 활동을 위해 제작사 대표, 감독들에게 아양을 부려야만 하는 바쁘디 바쁜 여배우의 삶. 이러한 역경은 여배우들 외에는 알 수 없는 고충들이다. 하지만 문소리는, 이 고충들을 통증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특유의 유머와 위트 섞인 시나리오로 '현명한 풍자'에 성공한다.
비단 여배우가 아니라도, 이 시대 워킹맘이라면 이 영화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성싶다. 직업군은 다를지라도, 여배우급 이미지 관리를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배우 문소리를 사랑해왔다. 이젠, 감독으로서의 그녀의 행보에 대한 기대와 사랑도 생겨났다. 그녀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