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집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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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시인, 고은의 시들을 한영 모두로 만나볼 수 있는 시집이 탄생했다. 바로 <고은-시선>이 그것이다. 고은 외 한국의 유명 시인들의 정수를 뽑아 영어로 번역한 'K-포엣' 시리즈. 그 시리즈의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이 이 책이다. 고은이 직접 선정한 대표시 20편을 한글과 영어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시간이 흘러도, 국가적 경계를 허물만큼 아름다운 고은의 시들. 책 읽기 좋은 계절에 다시 접하니, 그 향기로움이 배가되는 듯했다.


시 소개 이후에 등장하는 '고은이 대하여'에는, 신경림을 시작으로 국내외 시인, 작가들의 고은 작품을 향한 시선들이 담겨있다. 그 평들 역시 시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 발췌]



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Flowers of a Moment


Going down I saw

the flower

I did not see going up.



어떤 기쁨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했던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

울지 마라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세계에서

이 세계의 어디에서

나는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수많은 남과 남으로 이루어졌다

울지 마라


A Certain Joy


What I am thinking now

is what someone else

has already thought

somewhere in this world.

Don't cry.

What I am thinking now

is what someone else

is thinking now

somewhere in this world.

Don't cry.

What I am thinking now

is what someone else

is about to think

somewhere in this world.

Don't cry.

How joyful it is

that I am composed of so many I's

in this world.

somewhere in this world.

How joyful it is

that I am composed of so many other others

Don't cry.



어느 전기


불멸이 얼마나 허황한가를

처음부터 알고 있는 듯

오직 위대한 것은 난조뿐인 들녘에서

낮은 식민지

밤은 나의 조국이었다

그런 밤에 금지된 모국어가

아무도 몰래 잠든 몸 속에서 두런거렸다

해방이 왔다

모국어가 찬란했다


A Biography


It was as if somebody knew from the start

how absurd immortality is.

In the fields where sunset alone was great

day was a colonized land.

night was my fatherland.

In those nights my forbidden mother tongue

murmured, unnoticed by any, inside my sleeping body.

Liberation came,

My mother tongue was splend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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