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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후기

사실 <택시운전사>는 돋보이는 개성을 갖춘 영화는 아니다. 역사적 사건 그 자체가 참혹하고 먹먹했기에 그에 대한 감정이 영화로 이어져 흥행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물론, 흥행의 키는 명백히 존재한다. 바로 송강호다.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인 명배우 송강호는 영화 속 주인공 만섭 역을 제 옷을 입은 냥 훌륭히 소화해낸다.

영화가 다루는 역사적 사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그 참담한 현장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펜터의 험난한 취재 여정이다. 일본 특파원으로 지내던 그는, 동료 기자로부터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일인지 아무도 몰라."라는 말을 듣고 곧장 한국으로 향한다. 월세를 내기 힘들 정도로 생활이 힘들었던 만섭은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갔다, 통금 전까지 서울로 돌아오면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덜컹 히츠페터와 함께 광주로 향한다. 그곳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광주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만섭과 히츠페터가 만난 대학생 재식 역시, 영문을 모른 채 시위자들과 한 배를 타고 있었다. 이 아이러니하고도 공포스러운 상황이 바로 1980년 5월 18일의 면면이다.





만섭과 힌츠펜터의 협력이 위대한 결실을 맺게 된 데에는 '책임감'이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만섭은 가장으로서, 힌츠펜터는 기자로서의 책임감이 가득했다. 그 책임감이 두 남자를 광주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영화(사건)이 진행될수록, 책임감은 그보다 더 깊은 인본주의로 변화된다. 만섭은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힌츠펜터를 서울로 데려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힌츠펜터 역시, 광주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재식 역시, 부당한 사건을 알리기 위해 희생 정신을 발휘한다. 이 모든 인본주의의 협력이 빚어낸 결과. 이것만으로도 <택시운전사>는 볼만한 가치를 지닌다.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영화여서인지, 감독은 특별한 기교나 과장된 스토리를 가미하지 않는다. 대개, 역사물이 비난받는 대표적인 이유들로는 '사건을 그대로 나열해 재미(오락성) 없다', '새로운 장치나 상상력이 가미돼 역사를 왜곡했다' 등이다. 그렇다면 감독이 선택한 연출 방식은 무엇일까. 상상력을 포기한 대신, 대사를 통한 잔재미들로 오락성을 가미했다. 이 오락성은 송강호가 아니었더라면 발휘되기 힘들었을 성싶다.

힌츠펜터의 기자 정신. 최근 극장가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정신이다. 그동안 상영되지 못했던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극장가에서 당당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힌츠펜터가 그러했던 것처럼, 비극(비리)은 알려져야 마땅하다. 은폐를 원하는 건, 죄를 범한 극소수들 뿐이다. 기자 정신 뿐만 아니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정당함 앞에서는 희생 정신을 발휘해냈다. 그 정신들이 화합해야 비로소 거대한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택시운전사>는 많은 메시지를 내포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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