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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


<주키퍼스 와이프>의 시대적 배경은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벌어진 2차 대전 때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얀 자빈스키, 안토니나 부부는 동물원을 잃기 직전이다. 막무가내로 동물들을 총살하는 등 독일군들의 만행은 끝없이 이어진다. 이 상황에서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쓰면서라도 동물원을 지키려는 부부의 멈추지 않는 고군분투. 그 속에 짙게 배어있는 휴머니즘. 영화의 소재들이다.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 독일군들에게는 그들 병사를 먹일 식용 돼지 농장화를 제안한다. 하지만 동물원을 '실질적인 활용'은 다르다. 나치에 핍박받는 유대인들의 은신처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안토니나의 수고는 연이어진다. 동물원이 유대인들의 은신처임이 들통나서는 안 되기에 기밀 유지에 신경 썼고, 한편으로는 독일군과의 유대 관계를 위한 노력도 해나간다. 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 처참하고 쓰디 쓴 상황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고달픈 상황. 제목처럼, 주키퍼스 와이프의 활약은 상당하다.

이 영화가 의미 있는 이유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300여 명의 목숨을 구했던 부부는, 전쟁 이후 예루살렘 홀로코스트 기념관의 '정의로운 세계 시민'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놀랍고도 감동적인 실화는 영화 등장 이전,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윤리적인 영웅이라 불릴 만큼 훌륭한 업적을 남긴 부부의 이야기. 사건 그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럽다. 하지만 실화에 비해, 영화에서는 극적인 긴장감이나 감동이 확연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족스러웠던 점은, 안토니나 역을 맡은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력이다. 위기로 얼룩진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적군에게도 내면을 숨긴 채 침묵해야만 했던 여성상을 잘 구현해냈다. 극적인 연출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겐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시민 영웅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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