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인데 이런 풍경이?"단풍·저수지 즐기는 명소

잔잔한 수면 위로 떠오른 정자, 위양지의 시적인 풍경

by 떠나보자GO
Miryang Wiyangji Wanjaejeong1.jpg 밀양 위양지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허흥무

경상남도 밀양, 그 이름만 들어도 고즈넉한 정취가 떠오르는 도시다. 그중에서도 ‘위양지’는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조용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명소다.


아침 안갯속에 감춰진 듯 떠오르는 왕버들, 연못 속 수면에 반사된 하늘과 나무들, 그리고 봄이면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이팝나무 꽃까지. 마치 동양화 속 장면처럼 아름다운 이곳은, 짧은 산책만으로도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다.

Miryang Wiyangji Wanjaejeong2.jpg 밀양 위양지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허흥무

위양지는 밀양시 향토문화유적 제20호로 등록되어 있으며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282에 위치하고 있다. 위양지의 중심에는 고요한 물 위에 홀로 떠 있는 듯한 정자, ‘완재정’이 있다. 1900년, 안동 권 씨 문중이 조상인 권삼변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이 정자는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위양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과거엔 배로 들어가야 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가 놓여 있다. ‘물이 섬을 감싸는 모습이 완연하다’는 고전 《시경》의 구절에서 이름을 딴 이 정자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이자 그림이다.

Miryang Wiyangji Wanjaejeong3.jpg 밀양 위양지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허흥무

완재정이 품은 연못 중앙의 섬은 위양지의 역사적 깊이를 더하는 장소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위양지에는 본래 5개의 작은 섬이 있었으나, 지금은 긴 세월을 지나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풍경은 사계절 내내 다채롭다. 특히 가을이면 단풍이 수면에 반사되어 황금빛 그림을 그려내고, 봄에는 이팝나무 꽃잎이 정자 지붕 위로 흩날려 또 다른 절경을 만들어낸다.


위양지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그 풍경이지만, 그 풍경을 완성하는 건 짧고 평탄한 산책길이다. 약 1km 남짓한 흙길이 연못을 따라 조성되어 있으며,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도 불편함 없이 걸을 수 있다. 이 평탄한 길 위에서 걷는 단 20분은, 그 어떤 복잡한 일상도 잠시 잊게 만든다.


가을에는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흙길과 수면에 반사되어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런 아름다움은 2016년 산림청 주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하며 공적으로도 인정받았다.

Miryang Wiyangji Wanjaejeong6.jpg 밀양 위양지 단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왕버들 외에도 이팝나무, 소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는 위양지 주변은 한적한 산책과 사진 촬영에 모두 제격이다.


이 나무들이 이루는 울창한 숲은 남생이, 원앙, 후투티 같은 희귀한 야생조류의 서식처로도 기능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생태적 가치를 더한다. 밀양 팔경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그 풍경이 뛰어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왕버들은 연못 안의 작은 섬을 감싸듯 뻗어 있으며, 바람이 불면 잔잔한 수면 위에 그 긴 가지들이 춤을 추듯 흔들린다. 계절마다 다른 색과 결을 입은 왕버들 아래를 걷는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경험할 수 있다.

Miryang Wiyangji Wanjaejeong5.jpg 밀양 위양지 저수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양지는 단순한 풍경지가 아니다. 신라시대, 백성을 위한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축조된 양양지(陽陽池)에서 그 유래가 시작되었다.


‘위양지(位良池)’라는 현재의 이름도 ‘선량한 백성을 위한 저수지’라는 뜻을 품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농업적 기능은 인근의 대형 가산저수지로 이전되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해 문화적 가치와 정서적 아름다움이 뿌리내렸다.


이곳은 예로부터 선비와 문인들이 즐겨 찾던 명소이기도 했다. 연못과 정자,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계절의 풍경 속에서 이들은 시를 읊고 사색을 즐겼다. 위양지를 거닐다 보면 저마다 한 구절쯤 읊고 싶어질 만큼, 공간이 주는 정서가 깊고 풍부하다.


특히 가을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과 물빛이 어우러져, 마치 여름날의 무더위를 견뎌낸 자연이 보상받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천천히 걷다 보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이유다. 이런 시간은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위양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Miryang Wiyangji Wanjaejeong4.jpg 밀양 위양지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짧은 거리, 평탄한 길, 무료 입장과 주차, 그리고 무엇보다 사계절 내내 변하지 않는 풍경의 깊이. 위양지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연과 역사, 사색과 감상이 한데 어우러지는 특별한 장소다. 이팝나무가 꽃을 피우는 봄, 왕버들 그늘 아래 안개가 자욱한 새벽, 단풍이 물드는 가을까지.


밀양 위양지는 한 번 다녀오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자연이 선사하는 조용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위양지를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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