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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Feb 28. 2024

어렴풋하지만 확실한

아직 한 발 남았다. 

올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으니,

아직 하루가 남았다. 

열심히 더 살아볼 하루. 


2월, 숨 가쁘게 달렸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제대로 쉬는 날 없이 매일매일을 정해진 일을 

정해진 만큼 해내면서 (정해진 체력을 초과하며)

살았다. 


그럼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건 왜일까. 


피로는 누적됐고, 

나의 한계를 절감했으며

나의 지난날을 조금은 후회하기도 했다. 


'열심히 살아보기'가 평생소원이자 갈망이었던 내가 

'이 정도'에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은 절망스럽기도 치가 떨리기도 하다. 


치가 떨린다는 표현이 과하다 싶지만,

실제로 요즘 치아가 점점 약해져서 그런지....

가 아니라 나는 만족을 모르는 인간임을, 

평생 나를 깎아내리면서 살 것임을,

어렴풋하지만 확실한 방귀냄새를 맡은 것처럼 알아버린 것이다. 


12월은 도전의 달이었고,

1월은 적응의 달이었고,

2월은 혼돈의 달이었다. 

그럼, 3월은? 


3월은, 시작의 달이 될 것 같다. 

나는 '시작'이라는 작자에게 설렘보단 피곤함을 느껴버리는 족속이라,

벌써 다크서클이 눈밑에 내려앉고 안압이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해야 할 것이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기분.

그동안 미뤄둔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개그콘서트를 

안 보고 지나치자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그런,

일요일 저녁의 초등학생이 된 기분인 요즘. 


그래, 내 인생. 

아직 한 발 남았다. 


아니, 사실 아직 장전도 못했을지도. 

들고 있는 총이 겁나 무겁다.

그냥 땅에 질질 끌고 다닌다.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면,


내 인생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것 같다. 

그래도, 이만하면 살만하다. 

이만하면, 사람 노릇 하고 있다. 

라고 내가 나를 인정해 주기까지. 

내가 나를 내가 생각하는 정상성의 궤도에 올려주기까지 말이다. 






브런치야 방치해서 미안..

언니(누나, 이모, 고모, 삼촌)가 좀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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