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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Jan 05. 2024

자유로우나 자유롭지 않은 시간들

자습시간. 

우리에겐 그런 시간이 있었다. 

좋아하기도 했지만

괴롭기도 했던 시간.


누군 오지 않는 잠이라도 청하고

누군 그림을 그리고 누군 선생님 몰래 장난을 치고

누군 성실히 그 시간을 채워 공부를 하고 


자유롭지만 결코 자유로웠다 말할 수 없었던 인생의 공백 같은 것들. 

내 인생엔 꽤 많은 공백이 있다. 


채울 수 있었으나 채우지 않기로 했던 공백. 


자유롭다. 

누구도 나를 강제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라 하는 이 없고 점심에 밥 먹으라 하는 이 없으며 저녁에 얼른 자라 하는 이 없다. 

먹여 살릴 식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 몸 하나 건사하면 되는 일이다. 

물론 제 몸 하나 건사하는 일이 제법 힘들지만, 그것도 못하면 진짜 자유로워지는 길, 아마 죽음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이렇게 자유롭지 않다고 느껴지는 걸까.

2024년 나이가 주는 압박감이 엄청나다.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통장의 잔고가, 부모님의 시선이, 앞서가는 이들이, 점점 공포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의 역설을 배운 적이 있다. 

자유가 제한될 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말. 혹은, 인간은 자유가 주어지면 자유를 파괴한다는 말. 

나는 후자를 택했다가, 전자를 원하고 있다. 

진짜 돌아버리는 상황에 봉착했다는 이야기. 


2024년 1월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다신 오지 않을 것 같던 자습시간이 돌아왔다. 

이젠 졸업해버린 줄 알았던 그런 자습시간. 

선생님이 너 혼자 배워보라 다그치기도, 달래주기도 하신다. 


아직, 나는 어쩔 줄 몰라한다. 

눈을 감아버리기엔 나는 이미 어린 잠을 다 자버렸고 

한눈을 팔기엔 이미 다른 길은 막막해져 버렸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내가 가장 이해하지 못했던 하나의 부류가 되어보려 한다. 

자습시간에 공부를 하는 부류.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 

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 

고등학교 졸업까지 끝끝내 삼각함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나는 나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음으로. 

올해 여름이 올때까지 내가 이 과정을 옳은 마음으로 원하던 결과로 해낼 수 있을지는 나조차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에겐 선생님이 생겼다. 

그것 하나는 참 좋다. 

인생에 처음으로 해본 도전다운 도전일지도 모른다. 

그건 참 용감하다. 


그리고 동료들도 있다. 

나랑 같은 길은 걷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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