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하니 하루 세끼를 챙겨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실감한다.
최근, 급격히 체중이 불어 병원 진료까지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 왈.
“한마디로, 인풋과 아웃풋이 맞지 않은 거죠. 먹은 만큼 움직이지 않으셨네요”
맞는 말이었다. 며칠을 무기력함이 도져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배달음식에 의존해 있었다. 그러니 살이 찔 수밖에. 방심했다.
늘, 같은 몸무게를 유지해 왔던 몸을 믿었다. 과식을 해도, 절식을 해도 곧바로 평상시 몸무게로 돌아오던 몸이었는데 이젠 예전 같지 않은 건지, 눈에 띄게 몸이 순식간에 불어버렸다.
나조차도 당황스러워, 진실로 몸이 고장 난 건 아닌지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제일 충격을 받은 건, 나의 어머니였는데, 오랜만에 본가에 간 나의 모습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어쩌나, 어쩌다, 어떡하나, 를 반복하며 ‘갑상선이 안 좋으면 살이 찐다더라’ ‘빈혈이면 그럴 수 있다더라’ ‘지방간이 올 수도 있다더라’ ‘관절이 아픈 것도 다 살이 쪄서 그런 것이라더라’ 등등. 모든 것이 지방회귀론처럼. 살. 살. 살. 에 집중되어 어머니를 스트레스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그렇게 어머니의 손에 끌려간 병원에서 갑상선 초음파를 받고 피검사를 받았다. 빈혈기가 있고 지방간이 의심되며 갑상선은 무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받은 의사의 처방은
1. 하루에 세끼를 챙겨 먹을 것
2. 한 끼니에 탄단지를 고루 분배해 먹을 것
3 1초에 3보 정도의 속도로 꾸준히 걸을 것
4. 매일 식단일기를 쓸 것
정도였다.
1,2 번은 아예 포기한다 치고, 3번은 간헐적으로 수행한다 치고, 제일 괴로운 건 4번이었는데, 4일에 한 번 꼴로 무너지는 나 자신을 텍스트로 직면해야 하는 일이 꽤나 괴로웠다. 자취를 시작하고 꽤 오랫동안 배달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하루아침에 개조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안 하던 요리를 시작하는 일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었고, 어찌저찌 맛있게 만들어도 어딘가 공허했다. 자극적인 맛을 달라고 뇌 한쪽의 고장 난 도파민 녀석이 소리를 질러댔다.
한 달마다, 숙제 검사를 받기로 했는데, 이미 한 번은 처참한 결과를 받았다. 체중은 전혀 줄지 않았고, 식단일기는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전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식단이 아닌데요, 몸에 나쁜 음식을 참 좋아하시네요”라는 나긋나긋한 의사 선생님의 말이 날아와 꽂혔다. 그 옆에 있던 어머니는 천장을 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셨다. 천장을 보며, 땅이 꺼져라, 그랬다.
이제 다음 숙제 검사날이 다가오고 있다. 10일 남짓 남았는데 30일 동안 10일은 잘했고 10일은 못했던 것 같다. 남은 10일은 잘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3분의 2를 성공하면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놓으면, 다시 붙잡기가 어렵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꼭 붙들고 있으면 며칠은 계속해서 붙들고 있을 만하다. 붙들고 있는 동안은 그다지 힘들고 버겁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나름 할 만하다고, 오히려 전보다 건강해지고 가벼워진 일상에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기까지 하는데, 하루만 무너져도 원점이다. 모든 것이 건강하지 못했던 때로 되돌아간다. 그게 참 웃긴 게, 인간은 그렇게 태어났다. 생존의 본능이 인간을 건강하지 못하게 한다. 식욕과 수면욕 성욕이 성공의 방해요소로 자리 잡은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여하튼, 내 의지가 얼마만큼인지 시험해 볼 때가 왔다. 다이어트 말고도 이런저런 도전을 할 시기가 인생에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낼 건지에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성도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다이어트든 뭐든. 꽉 붙들어 매볼 생각이다. 풀어지지 않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어머니, 걱정 마세요. 비만은 언젠가 지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