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노비

쓰리스타일렉트로닉스 임원 갑질 사례

by 땅쿵

오래전 일이다. 한 몇년전 쯤으로 기억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쓰리스타일렉트로닉스의 사업부 개발실 한 임원이 직원들에게 부당한 근무 규칙을 강요하고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이른바 갑질이다. 사내 게시판에 고발된 그의 갑질유형은 다음과 같다.


점심시간 외엔 양치하지 말 것

점심시간에 식당에 조금이라도 빨리 체킹하면 고과 감점

개인의자에 옷 걸지 말 것

컴퓨터 본체는 아래로 내려서 자신이 볼 수 있게 할 것

부하직원들에게 폭언 및 물건을 집어 던짐


이 이야기를 듣고 빵 터졌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사장하고 하는 짓이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회사 사장이 혹시 이 임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걔중 몇가지는 부당한 지시라고 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점심시간에 밥 빨리 먹으러가는 것은 근무시간 위반이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강제한 것이 회사가 아닌 임원 독단적 행동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회사 규정은 당연히 점심시간 외에 식당 가서 밥 먹는 것이 잘못된 거다. 그걸 감시하고, 제재하는 것은 개발실 임원이 할 일이 아니라 회사 인사과나 감사팀에서 할 일이다.


그 임원의 직급은 상무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회사에서 상무보 달고 2년동안 안 짤리면 그 다음이 상무니까, 임원 중에서 가장 핫바리다. 개발실의 장이겠지만, 대기업 입장에서는 일개 직원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 임원이 하는 행태는 재벌 그룹 오너에 가깝다. 주인의식이 출중한 것이다. 바로 그게 그가 임원을 달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오래전 대기업의 한 임원은 자택 거실에 회사의 깃발을 걸어놓고 아침마다 국민의례같은 걸 했다고 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대기업이나 관료집단은 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옛날에도 양반집 노비들이 제일 싫어하는 종자는 양반이 아니라, 그 밑에서 같은 노비들을 부려먹는 우두머리 노비였다. 조선시대 부유한 대갓집의 우두머리 노비의 권세는 왠만한 양반보다 나았다. 우두머리 노비들은 다른 노비들을 자신의 노비처럼 부려먹었다. 우두머리 노비가 되려면, 일종의 선민의식이 필요했다. "너랑 나는 같은 노비가 아니여~" 이런 마인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거지. 그러면서도 양반 앞에서는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았다. 철저히 허리를 굽히고 아부함으로써 정리한 서열은 같은 노비를 대할 때 그대로 적용되었다. 같은 노비를 대할 때 양반이자 주인이 되는 것이다.


직급이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직급과 인품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보다 큰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직급과 인품이 동반상승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물론 능력은 기본이다. 그런데 보통 직급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무능해진다. 무능해질때까지는 일단 진급을 하는 거지. 그리고 최대한 거기 머무르면서 우두머리 노비질을 한다. 왜? 할 줄 아는게 그것밖에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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