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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연 Dec 01. 2022

한 번 보고 말 사이입니다

관계 맺음의 무게에 대하여

20대 초반의 대학 새내기였던 나는 낯선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수험생활을 보낼 때 의도적으로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을 단절시켰다 보니 사교성이 많이 떨어졌고, 자신감과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에 매 관계에 필요 이상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 당시에는 처음 만난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툴게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랬기에 주변에는 겉으로만 친한 겉친구들만 생겼고, 알 수 없이 멀어지는 인연들도 종종 생기곤 했다.


이런 시행착오들을 거치면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도 즐겁기보다는 오히려 공허한 마음이 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관계 맺음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생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하며 타인과 인간관계를 맺는 법에 대해 조금은 능숙해졌다고 생각한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우리는 평소에 살아가면서 다양한 집단에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한 번 보고 말 사이'인 사람에게는 진심을 다하기보다는 형식적인 짧은 대화만 잠깐 주고받고, 오래 볼 사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시간과 애정을 더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한 번 보고 말 사이인 사람보다는 오래 얼굴을 봐야 할, 혹은 오래 보고 싶은 사람에게 시간과 애정을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고, 나 조차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좁고,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어떠한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엄청난 운이 작용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기에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더 신중한 태도로 임하게 되는 것 같다.


더불어, 남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일면식도 트지 못했을 인연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상대도 나를 '한 번 보고 말 사이'로 취급하고 대우하는 것이 느껴지더라도, 오히려 내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며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날 수 있는 인연을 더 길게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 맺음'이라는 행위 자체가 단순히 겉으로만 친해지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이어 나가는 가볍지 않은 행위로 남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앞으로 만날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맺을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새로운 고민과 생각들이 떠오르겠지만, 우선 지금은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며 소중한 인연들을 얻고, 그들과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간혹 내 진정성이 통하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라도 더 던질 수 있는 용기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용기를 흔쾌히 받아주는 인연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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