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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연 Oct 24. 2022

그럼에도 다정히 살아가겠노라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떠오른 개인적인 생각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된 글입니다.

영화를 시청하신 뒤 해당 글을 읽어주시면 글의 내용이 더 와닿으시리라 확신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보러 가게 된 영화였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지 오래되었기도 했고, 마침 영화를 보려고 한 날짜에 상영하고 있는 영화가 있길래 늦잠을 잘 수 있는 토요일 오전을 반납하면서까지 영화관으로 향했다.


집에서 영화관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기에 버스를 한참 동안 타고 가면서 영화의 정보를 대략적으로 읽어보니 이 영화가 외국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조금 기대에 찬 마음으로 영화관으로 향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었고, 2시간이 살짝 넘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자막이나 화면 구성 같은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을 보며 '잘 만들었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영화가 쉴 새 없이 전개되고 내용에 더 몰입하게 되면서는 내 머릿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몰아치는 생각들을 글로 빨리 옮겨 보고 싶다는 생각에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우선 해당 영화의 줄거리를 빌려오면 다음과 같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평행 우주인 멀티버스 안의 수천, 수만의 또 다른 자신이 한 각기 다른 선택들로 인해 각자가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의 나도 과거의 여러 선택들로 인해 현재의 모습으로 살아오고 있으며, 앞으로 할 크고 작은 선택들로 인해 내 미래 또한 바뀔 것이라는 소재를 사용한다.


나는 이 소재를 주축으로 전개되는 영화를 보며 매 순간의 결정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 선택으로 인해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더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기에 내 미래를 위해 현재에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동기 부여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최근의 내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던 이유가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쉽게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에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세상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언급하는데, 이런 마인드로 살아간다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간혹 실패와 마주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실패의 순간 또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 생각하며 어려움을 건강히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우연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다정함'이라는 소재를 다룬 장면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는데, 영화의 주인공인 에블린의 순진하고 바보 같은 남편 웨이몬드가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인 다른 세계의 웨이몬드를 통해 그의 삶의 가치관을 얘기한 장면이었다.


다른 멀티버스의 웨이몬드. 이 세계에서의 에블린은 웨이몬드와 결혼하지 않고 영화배우로 크게 성공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웨이몬드가 겉으로 보기에는 바보 같고 순진해 보였을지라도 결국 그는 세상을 밝게 보는 다정함을 전략으로 살아오며 성공할 수 있었고, 후반부의 전투 장면에서는 '다정하게 대해줘'라며 에블린을 설득하여 다른 멀티버스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던 에블린이 다정함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은 평소에 다정함이라는 가치를 추구하지만 그 가치를 계속 추구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던 나에게는 정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조건 없는 호의와 다정함을 타인에게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그리고 타인에게 내가 준만큼의 호의와 다정함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음을 알기에 내 가치관에 대한 회의감이 조금씩 들었던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또한, 간혹 무례한 일이나 내 기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 사람이 걸어왔을 인생의 길을 이해할 수 있는 다정한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합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내 삶에 대한 오랜 질문의 해답을 찾은 느낌이었고, 다른 세계의 내가 걷지 않았을, 시도해보지조차 않았을 길들을 대담히 도전할 수 있게 해 줄 용기를 불어넣어 준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금 나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들듯이 최선을 다한 선택들의 결과를 필연적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통해 만들어진 내 가치관과 생각들을 타인의 평가와 기준에 재단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며 영화를 보고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내용 흐름도 매끄러웠고,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감동까지 충실히 잡아낸 '영화다운 영화'였다.


독자분들도 자신이 겪어온 경험들로 찾아낸 자신만의 답안들을 자신 있게 제시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줄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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