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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 Aug 20. 2018

MBC 드라마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MBC 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 <시간> 살펴보기

※해당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전반적으로 5%의 시청률도 나오지 않는 상황. 지상파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우울한 상황이라고 해도 이번 시즌 드라마에 대해서는 글쎄, 체감상으로도 화제성이 떨어진다. 과거 '드라마 왕국' MBC 드라마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현재 방영 중인 MBC의 월화, 수목 드라마를 모두 보고, 분석해봤다.



 [로맨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 <사생결단 로맨스>]


 오랜만에 만나는 MBC 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다. 포스터만 봐도 벌써 통통 튄다. 로맨스를 ‘호르몬’으로 풀어내다니 신선하다. 



 

 아니, 도대체 이게 뭐지. 위의 사진은 첫 방송 초반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무엇 같아 보이는가? 바로 주인공 한승주(지현우 분)가 시비 붙은 차량의 유리를 골프채로 깨는 장면이다. 오 마이 갓. 사고로 뇌를 다쳤다는데, 어떻게 분노 조절 장애가 생겼을까? 주인공 한승주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조금만 화가 나도 물건을 깨부수거나 폭언을 일삼는다.




 물론 그에게도 사정은 있다. 자신의 절친이 여자에게 차여 괴로워하다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몬다. 친구를 말리려 쫓아가지만, 이미 친구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장에서 자신도 사고를 당한다. 뇌에 파편이 박힌 채 목숨을 건진 한승주는 다정다감했던 예전 모습을 잃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주인아(이시영 역)를 친구의 (전) 여자 친구로 오해하고 계속 괴롭힌다. 자기 친구를 명품 사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남자라며 차 버렸다고 말이다. 한승주는 주인아를 쫓아다니며 관찰한 뒤 병원에서는 허영에 빠진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철두철미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놀랍게도 2018년 공중파에서 방영되고 있는 로맨스 드라마의 장면이다.




 의학 소재를 풀어내는 방식에서도 아쉬움이 많다. 병원은 배경으로 활용되는 정도에 그친다. 수술 집도 모습에서도 긴장감이 약하다. 태국 장면에서는 간호사가 환자와 병원에서 연애하는 모습이 등장해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성 게시글이 달리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이 전부 병원 근무자임에도 상호 대사에서 기본적인 예의가 부족한 모습도 자주 보인다. 심지어 주인아가 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뇌물을 받아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전개에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런 의심을 갖고 있는 남자와 의심을 받은 여자가 제대로 화해조차 안 한 상태로 어물쩡 로맨스로 넘어가고 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로맨스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하다.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기는커녕 혼자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90년대 남자 주인공 스타일이 먹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이 둘의 로맨스, 솔직히 뜯어말리고 싶다. 드라마가 이런 마음을 되돌려 놓으려면 앞으로의 전개에 신경 써야 한다. '호르몬'이라는 소재는 새로웠지만, 과한 설정들이 아쉬웠다. 이제 중반부를 넘기고 있으니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기대해 볼만한 점은 여자 주인공이 자신만의 의술 철학을 가지고 나아간다는 점이다.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이 의사가 로맨스에 치우쳐 길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기를 바란다. 혼자 꿋꿋한 주인아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궁금하다. 그녀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마지막회에서는 주인공과 시청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일이 이렇게 안 풀리기도 한다 <시간>]


 방영 전부터 많은 이들이 이 드라마의 캐스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것뿐 만이 아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주연 배우가 일으킨 논란은 감정선이 큰 비중을 차지할 작품에 악영향을 미쳤다.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시청자에겐 이 작품의 첫인상이 부정적으로 남았다. 과연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사랑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는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1회를 시청하는데 엇, 어디선가 본 내용 같다. 2013년에 KBS에서 방영된 <비밀>과 전반적인 느낌이 비슷했다. 찾아보니 KBS <비밀>, SBS <가면>의 작가님이 이번 MBC <시간>을 집필하고 있었다. 악연으로 만났지만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비밀>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럼에도 <시간>은 보면서 너무 힘들었다. 




 지나치게 잔인하기 때문이다. 피 튀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지나치게 잔인하게 그렸다. 이 정도로 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최근 방영된 회차까지 보아도 여전히 의문이 풀리질 않는다. 첫 회에서 지현(서현 분)은 재벌인 수호(김정현 분)의 갑질에 무릎까지 꿇는 모습이 나온다. 거기에 지긋지긋한 가난으로 인해 지현의 동생은 갑자기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온다. 지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동생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살인지조차 제대로 알아낼 수 없다. 


 수호는 힘들어하는 지현이 자꾸 눈에 밟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지현의 동생을 죽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기가 죽였을지도 모르는 여자의 언니를 보면서 갑작스럽게 연민을 느끼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고마워하는 지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수호가 사실은 범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모든 상황을 숨긴 갑작스러운 흑기사 행세는 위선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사생결단 로맨스>의 한승주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천수호는 폭력적이다. 배우의 연기력과 상관없이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타인에게 아무렇지 않게 갑질을 하며 폭언을 일삼는다.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드라마를 보다가 깜짝깜짝 놀란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라고 우기기에는 지나친 모습이다. 특히 이 캐릭터가 스릴러나 추리물의 범인이 아니라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일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이 정극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층이 누구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그들은 이렇게 위협적인 남성 캐릭터에 설렘을 느낄까? 가난한 여자 주인공을 비싼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음식을 가득 내오게 하고 먹지 않으면 일하는 사람을 불러 윽박지르는 장면은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시간>의 큰 틀은 지현의 동생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알아가는 방식인데 긴장감이 약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동생 지은의 죽음은 자살이거나 사고사거나 혹은 제삼자에 의한 타살인데 이러한 내용은 이미 전부 초반부에 주어진 정보이다. 여기에서 어떤 반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후반부 이야기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계속해서 시청자의 예측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추리적 요소가 지닌 긴장감이 약해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로 인해 화면을 돌리지 못한다. 뒤통수를 때리는 흐름으로 감히 뒷장면을 예측하기 어렵다.


 <시간>을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은 이 드라마의 연출이다. 특히 색과 조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밋밋할 수 있는 장면을 꾸며 놓았기 때문에 드라마를 볼 때 이러한 점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화면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붉은색과 파란색 빛을 대조적으로 활용하면서 감각적인 영상을 구성한다. 격정으로 치달을 후반부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사용될지 기대된다. 


 지현과 수호의 이야기는 비극적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사실을 시청자는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행복한 장면을 볼 때마다 아슬아슬한 기분이 든다. 비밀을 감추려는 자들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또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지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드라마가 내 예측을 어떻게 깨부술지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다만 시청자로서 작은 소망이 있다면 힘든 순간을 많이 넘겨온 지현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더 이상 동생의 죽음을 쫓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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