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되지 않으면 사라진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의 자아이다.
세상은 내가 살아있는지조차 모른다. 유명 인플루언서의 하루 일상은 모두 알고 있지만, 6개월 전 복도에서 마주친 아랫집 그녀에 대해서는 이사 갔는지조차 모른다.
초연결 사회에 걸맞게 나의 연락처에는 지인들이 넘친다. 아니다! 이제는 SNS가 곧 나의 연락처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이제는 수백이 아니라 수천과 연결되어 있다. 쏟아지는 그들의 소식을 다 읽기도 벅차다. 학교생활과 결혼, 이혼, 출산, 승진, 이직, 퇴직, 여행, 심지어 부고조차.... 소셜미디어로 전파된다.
그래서 나의 살아 있음을 알리는 음식 사진과 멋진 문구를 올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것이 사회적 죽음을 피하는 유일한 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커피. 맛집. 디저트. 정작 나의 얼굴보다 내가 먹은 음식들이 나를 대신한다. 이렇게나 많은 음식이 나의 허기를 채워주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인식되지 않으면 곧 사라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자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