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지혜로운 생존의 전략
무더운 날에 밖에 오래 있게 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흘려 스스로를 식힙니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갈증을 느끼고, 호흡은 미세하게 변하며 산소를 공급하고 체온을 조절합니다. 이렇게 몸은 원래 상태, 즉 균형을 되찾으려 끊임없이 조율합니다. 그러다가 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이면 우리 몸은 미리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몸의 기준점들을 조절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땀도 더 일찍부터 나기 시작하고, 땀에 포함된 염분도 옅어집니다. 동일한 운동에도 심박수 증가도 느려지고, 열확산을 위해 피부의 혈관도 확장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그리고 매 순간 진행되는 이러한 피드백과 조절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갑니다. 만약 이런 것들을 모두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처리해야 한다면 우리는 한숨도 못 잘 것 같습니다. 몸의 신비로움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외부 자극은 신체가 유지하던 내적 균형을 흔들고, 이에 따라 몸은 생리적 조절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다시 균형을 회복하려 합니다. 이렇게 특정한 한계 내에서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평형상태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것은 적응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이것을 항상성 Homeostasis과 알로스타시스 Allostasis라고 합니다.
"외부에서 압력을 받으면 긴장, 흥분, 각성, 불안 같은 생리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런 외부 압력을 스트레스 요인(stressor)이라고 칭하고
여기서 벗어나 원상 복귀하려는 반작용을 스트레스라(Stress)고 칭한다.
(위키피디아)
일상적인 대화에서의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것, 해로운 것, 없애고 싶어 하는 외부 압력 자체로 나타납니다. 이는 원래의 스트레스 개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신체에 가해지는 변화나 도전적 요구에 대해 신체가 적응하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특이적 반응 전체(일반 적응 증후군 General Adaptation Syndrome, 한스 셀리에 1936)'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스트레스가 단순히 나쁜 것이 아니라 생존과 적응을 위한 필수적인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셀리에는 자극 자체보다 그 자극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과 적응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과정은 경보 반응(alarm), 저항 단계(resistance), 소진 단계(exhaustion)의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사회 재적응 평가척도 (SRRS, Social Readjustment Rating Scale 1960년대 홈즈와 라헤)라는 것이 있습니다. 광범위한 공통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각종 이벤트들을 스트레스 관점에서 나열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배우자의 사망(100), 이혼(73)을 포함해서 결혼(50), 은퇴(45), 습관의 변화(24), 방학(13)과 사소한 법규 위반(11)까지 질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추측되는 43개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괄호 안의 수치는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냅니다. 요즘 상황에 적용하기에 애매한 항목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1분 잠깐 멈춤]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이 어떤지 확인합니다.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떤가요?
불편함이나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그 감정이 느껴지는 신체부위를 인식해 보세요. 그 느낌과 함께 잠시 머물러 봅니다.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려 들숨과 날숨의 전체 과정을 몇 차례 따라가 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는 삶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가져옵니다. 우리는 변화에 대해 우리는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익숙한 상태를 벗어나야 하는 변화를 싫어하면서도, 변화가 전혀 없는 삶은 지겹고 지루해서 힘들어합니다. 참다못해 결국 변화를 찾아 나섭니다. 이렇듯 변화는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준비되지 않은 변화에 힘들어합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외부의 환경과 변화 자체로 돌리며 불평을 하더라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지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되면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납니다. 힘들 때일수록 우리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대신 우리에게로 가져오는 것이 현명합니다.
외부의 위험에 대해 우리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산책 중 눈앞에 뱀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몸은 순식간에 반응합니다. 땀이 나고, 심장이 뛰고, 주변은 보이지 않고 뱀만 보입니다. 도망치거나, 싸우거나, 얼어붙는 반응이 자동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을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반응들입니다. 다만 지진이나 교통사고, 장기적인 간병과 같이 너무 급격하거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경우에는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질병을 포함한 원치 않는 문제로 발전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기도 합니다. 중요한 발표나 만남을 준비하면서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했던 적이 있지 않나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순간의 고민은 실제로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왜 이렇게 생겼을까, 아니면 왜 이런 모양이 안 나올까 불평하며 '문제'라는 꼬리표를 붙입니다. 창피해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외면하기도 합니다. 집착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는 더 커집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꿈, 목표, 믿음, 가치, 열망 같은 것들이 집착과 만나면 이렇게 스트레스로 바뀌기 쉽습니다. 사실 머리 모양에는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을 수도 있는데도 말입니다.
스트레스는 상대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이 큽니다. 뱀을 만나 당황하는 장면을 다시 볼까요? 뱀에 물린 기억이 있다면 더욱 큰 공포로 다가왔을 겁니다. 반대로 뱀을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거나, 뱀을 잡는 사람이라면 또 어땠을까요. 상황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평가하여 인식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차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도 나에게는 아주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스트레스가 될 것이냐 아니냐는
잠재적인 스트레스 유발 자극 그 자체가 아니라
당신이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다루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 Martin Seligman -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에도 우리는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자동적 습관적으로 반응하고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도 일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날인데 차가 막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 불안해합니다. 출근 전에 말다툼까지 해서 유난히 신경도 날카롭습니다. 출근 시간을 조금 넘겨 도착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상사의 긴급 호출이 있습니다. 손에 땀이 나며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걱정만 마음에 가득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면 불안, 걱정, 무관심, 자기 비난을 통해 스스로 취약해지고 무력해집니다. 게다가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며 누적하다 보면 결국 폭발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처 가능한 자원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이것을 도전의 기회로 여겨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합니다. 상사의 긴급 호출을 오히려 승진의 기회로 여기고 몸에 전해지는 긴장감은 에너지와 집중력도 높여서 생산적인 대화가 일어나도록 돕습니다. 해로운 스트레스(distress)가 유익한 스트레스(eustress)로 바뀌게 되는 순간입니다.
결국 스트레스의 정도는 일어난 상황 자체보다는 인식 과정에 더 많이 영향을 받습니다. 주변의 여건, 환경, 관계는 끊임없이 변하기에 자동적 습관적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늘 깨어서 의도적으로 바라보고 선택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트레스에 대처에 필요한 자원들
-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누어 통제하기
- 자동 반응이 아닌 의도적인 대응 하기
- 섣부른 판단을 멈추고 맥락적 객관적 이해하기
-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수면, 휴식, 여행을 통해 최적의 조건 갖추기
-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해 심리적 안정성 유지하기
-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사회적 지지에 연결하기
- 자신에 대한 믿음, 종교적 신념
- 변화를 기회로, 실수를 배움으로 여기는 긍정적인 관점
- 음주, 흡연, 마약 등으로 숨지 않기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지혜로운 대응의 가장 첫 단계는 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조바심을 느끼며 본능적이고 습관적으로 반응하려는 경향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고 나면, 스트레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해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하여 차별합니다. 좋은 것에는 더욱 집착하고, 싫은 것을 더욱 미워하는 경향이 스트레스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마음 챙김은 여기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릴 때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잠시 살펴볼 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계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문제라도 시간이 지나 부품들의 마모가 발생하면 이전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변화로 가득한 세상에서 똑같은 문제란 없습니다. 같아 보여도 실상은 다릅니다. 습관적인 대응을 멈추고 좀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멈추고 나면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이런 마법 같은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바디스캔처럼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민감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수련이 도움 됩니다.
벌어지는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나면,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생겨납니다. 생각보다 많은 대안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도 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정답을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맥락에서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 자신과 타인에게 모두 이롭고, 사회적, 환경적, 정치적으로도 좋고, 앞으로도 좋은 지가 고려할 사항입니다. 다양한 의도를 골고루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지혜롭다고 합니다.
실패 없는 완벽한 해결책에 대한 환상은 버리는 것이 이롭습니다. 우리는 주관적으로 선택적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린 결정은 항상 실수의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이를 통해 배워가겠다는 태도는 오히려 반복되는 실수를 줄입니다. '어쩔 수 없었어'라는 구차한 변명을 더 이상 늘어놓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태도를 가지면 외부의 조건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며 타인들을 공감할 수 있는 힘도 커집니다. 이럴 때 우리는 '믿음직스럽다'라고 합니다.
'살아있다'는 말 자체가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우리는 때로는 수동적으로, 때로는 능동적으로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이 변화에 적응하려는 우리 몸과 마음의 지혜로운 반응입니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스트레스는 단순히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우리의 성장과 적응을 돕는 신호입니다.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에 있습니다. 자동적 반응의 굴레에서 벗어나 의식적인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통해 더 강해지고 지혜로워질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은 이 과정에서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판단을 유보하는 마음의 공간을 만들 때, 우리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의식적인 선택은 항상 가능합니다. 변화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입니다. 스트레스가 찾아올 때, 그것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 속에서 배움의 기회를 찾고, 자신의 몸과 마음의 지혜를 신뢰하며, 마음챙김의 렌즈로 상황을 바라본다면, 삶은 우리에게 더욱 풍요롭고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오늘부터 스트레스를 적이 아닌 성장의 신호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실습] 신체 감각에 대한 알아차림 (5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마음에는 불안과 긴장이 그리고 몸에서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신체 부위를 순차적으로 이동하며 감각을 알아차리는 바디스캔 훈련을 통해서 감각에 대한 민감도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짧게라도 따라 해 볼까요?
1. (준비) 자세에 대한 특별한 요구사항은 없습니다. 다만 편안하고 이완된 자세를 취합니다. (바닥에 눕거나 소파에 기대어 앉을 수도 있습니다.)
- 바디 스캔할 범위와 순서를 정합니다.
예시) 두피 > 얼굴 > 목 > 어깨와 팔 (오른팔 > 왼팔) > 등과 허리 > 가슴과 복부 > 엉덩이와 골반 > 다리와 발 (오른쪽 > 왼쪽)
- 순서를 거꾸로 하거나, 스캔할 부위를 좀 더 넓히거나 줄여도 괜찮습니다.
2. (짧은 바디스캔 진행)
-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 미리 정해둔 순서에 따라 진행하되, 각 부위별로 5~10초간 머물면서 해당 부위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 전체 부위를 다 진행한 후에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위를 선택해서 잠시 더 머물러 볼 수도 있습니다.
3. (마무리)
- 몸 전체 수준에서 주의를 기울이며 호흡합니다.
- 이완감이나 편안함이 느껴지면, 이러한 느낌을 음미하면서 조금 더 머물러 봅니다.
(주의 사항)
- 바디 스캔 도중에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지는 부위가 있더라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다음 부위로 이동합니다.
- 불편함이나 통증을 의도적으로 해소하려고 애쓰지 않고, 불편함 자체를 경험해 보려는 의도를 가집니다.
- 바디 스캔 중에 깜빡 졸게 되더라도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오히려 너그럽게 대해 줍니다.
- 숨을 쉬고 있는 한 우리에게는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스스로의 경험에 믿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