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불편함과 친구 되기
설거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집안일이 삶의 철학을 바꾸는 연습장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늘 힘겨워하며 싱크대 앞에 섭니다. 의외로 낮은 싱크대 앞에서 나는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거저 얻어먹다시피 한 세월에 감사와 겸손을 보이라는 말이겠지요. 좋아하는 일도 힘겨운 때가 있기 마련인데, 하물며 하기 싫은 일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허리의 통증이 제일 먼저 일어납니다. 몸이 앞으로 굽으면 목과 어깨 근육도 긴장하게 되는데, 결국, 허리 통증으로 시작해서 목과 어깨 통증으로 확산됩니다. 기름에 절은 접시와 음식 찌꺼기 냄새에 온몸이 절로 움츠러듭니다. 대충 해버릴까, 물컵은 사용하고 바로 헹구면 좋으련만, 이 숟가락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요리 중에 바로 치웠으면 설거지가 더 쉬웠을 텐데. 설거지 괴물과의 사투의 현장에는 온갖 불평의 소리와 좀 더 빨리 손을 움직이라고 독촉하는 목소리만 가득합니다. 참 열악한 처지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바로 그 누군가가 나라는 사실에 변함은 없고, 도망칠 곳도 없습니다. 설거지 후에 반짝거릴 그릇들에 기분이 나아지리라는 것도 떠올려봅니다.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설거지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작업으로 바뀌고, 나는 전문 설거지사가 됩니다. 다리를 벌려 적당히 키를 낮춰 자세를 잡고 나서 어깨와 목을 스트레칭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물 온도는 적당한지, 세제는 아직 충분한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한 번에 제대로 마무리하려고 온 정신을 쏟아붓습니다. 그릇이 건조대에 올라갈 때마다 몸이 가벼워지고, 다음번엔 뭘 먹을까 하며 기대도 합니다. 그렇게 30분간의 고된 작업 후에 손에 든 커피잔에는 삶의 향기로움이 담깁니다.
무엇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삶의 질을 바꾸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설거지 중에 마주하는 불편함 들은 명상 중에 마주하는 감각들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피하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은 그런 감정들 말입니다. 어쩌면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대하는 태도가 명상 태도로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요? 명상 중에 만나게 되는 신체적 괴로움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장애물인데, 이를 넘어서야 하는 단계가 옵니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에, 앉은 채로 호흡이나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일 때 다리 저림이나 허리와 목, 어깨의 통증 등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흔히 자세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체 구조상 발생하는 통증들도 있습니다.
명상 중에 만나는 다양한 불편함들
앉은 자세에 균형과 안정감이 없으면 몸이 점차 한쪽으로 기울면서 골반과 다리를 압박하게 되고, 다리 저림으로 발전합니다.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에서는 목과 턱에도 긴장이 가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익숙해진 자세는 명상 중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데, 평소 비스듬히 앉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면 명상 중에도 자꾸만 비스듬히 앉으려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명상이든 생활이든 자세는 항상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명상에 대한 긴장으로 자신도 모르게 불필요한 근육에 힘을 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이빨을 꽉 문채로 명상을 한다든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로 앉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긴장 상태에 더욱 잘 적응하게 됩니다. 점점 더 익숙해지고 나면 스스로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몸에는 서서히 그런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딱딱해진 어깨가 문제라며 사우나를 가거나 마사지를 즐기게 되기도 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완된 자세를 취하게 되면 좀 더 안정적인 명상 경험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명상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요가동작을 하는 것은 언제나 권장됩니다.
준비 운동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부위에서의 통증도 만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바디스캔 중에 자주 일어나는데요,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거나 외면했던 긴장감들이 명상 중에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되면, 이때다 싶어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겁니다. 가려움이나 따끔거림 같은 가벼운 불편함에서부터 때로는 참기 힘든 통증까지 다양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계속해서 외면하거나 모르고 지냈다면 오히려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도 지니고 있는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모르고 있던 질병을 건강검진을 통해 알게 된 것처럼, 명상 중에 발견한 불편함이나 통증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잠깐 멈춤] 하던 일을 잠깐 동안만 멈춰볼까요? 그대로 잠시 있어봅니다. (1초, 2초, 3초)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지금 이 순간 몸의 어느 부위에서 불편함이 일어나고 있는지 찾아봅니다.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지 알아봅니다.
불편함에 담긴 진정한 메시지
우리는 끊임없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몸은 '항상성 homeostasis'이라고 하는 신체 자동적인 조절기능을 통해 신경계와 호르몬을 자동적으로 조정하며 우리를 안전하게 보전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신체적 불편함 들은 모두 나름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통증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통증의 대부분은 손상된 조직으로 인한 것이지만 상당수의 통증은 조직 손상이 예상되는 위험을 알리고 안전한 여건을 요구하는 신호로서도 이해되고 있습니다. 아이의 이마가 찢어진 적이 있습니다. 피가 나는 상처 사이로 뼈가 보일 정도의 깊은 상처였습니다. 처음에 엉엉 울던 아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 있어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상처는 아직 그대로 인데도 말입니다. 아이의 울음은 어쩌면 상처에서 발생하는 통증보다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한 무서움과 놀라움, 그리고 부모의 안전한 보살핌을 요구하는 소리였습니다.
불편함과 통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다.
새로운 관계 맺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 몸에서 느끼는 통증과 불편함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음챙김 방식에서는 이런 통증과 불편함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관계 맺을 것을 권합니다. 우리는 위험에 더 민감합니다. 부정편향성이라고도 합니다. 통증을 느끼는 순간 이것은 해로운 것이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생존 반응이 일어납니다. 불편함 자체를 결과로 인식하고 심지어 우리 스스로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챙김에서는 불편함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의 실체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위험으로 가득할 것만 같던 그곳에도 안전한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공간에서 머물면서, 지금의 불편함과 통증이 우리에게서 진정으로 바라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이해하는 방식이며, 이것이 가능해질 때 통증과 불편함과의 관계도 달라지게 됩니다. 우호적으로 말입니다.
우호적으로 달라진 관계 속에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 것을 주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창의적인 가능성들도 열리게 됩니다. 그러자면 불편함이나 통증이 일어나는 순간에 깨어서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본능적으로 피하려고만 하는지 반대로 무턱대고 싸우려고만 하는지 스스로의 경향성도 알 수 있게 됩니다. 불편함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을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근원적인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가까이 지내던 횟집 사장님은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가 심했습니다. 예방 주사조차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관절이 심하게 아파도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 때문에 차일피일 수술을 미루기만 했다고 합니다. 수술 자체 보다도 주사 바늘이 무서웠던 거죠. 남들은 알 수 없는 괴로움을 우리는 안고 살아갑니다. 괴로운 것이 무서워 도망 다니는 중에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마법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아도 우리는 도망자 신세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많이 피하고 도망 다녀왔는데도 좋아지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는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어떨까요? 마치 소중한 상대를 만난 듯이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불편함을 탐색할 때 도움 되는 태도
- 우리는 모두 부정적인 편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가능성의 문을 좁힌다는 것을 인정한다.
- 불편함을 결과로 인식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로 삼는다.
- 불편한 손님이 방문했다고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안전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탐색한다.
- 발생하고 있는 불편한 사실적 경험과 이것에 반응하는 마음의 부정성을 구분한다.
-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한계를 알고, 그 한계 근처에서 머물러 보려 한다.
- 안전을 위해서는 언제든 물러날 수 있음을 기억한다.
- 조바심, 섣부른 판단, 자기 비난을 하지 않도록 한다.
불편함을 유익하게 다루는 법
예를 들어 왼쪽 어깨 뒤편에 따끔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합시다. 일상적인 반응이라면, 무의식 중에 오른손이 알아서 이동하여 해당 부위를 살짝 긁거나 누르듯이 마사지하려 할 겁니다. 그리 심각해 보이지도 않고 많은 경우에 이런 방식으로 해소가 되었으니 별다른 주의를 끌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내친김에 기지개를 켜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좀 더 넓은 신체 부위에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이런 증상이 일어나면 몸이 알아서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해결합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거죠.
동일한 상황을 마음 챙김 방식에서는 이렇게 사소한 따끔거림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주의를 기울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이 바로 따라옵니다.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면, 증상이 일어나는 곳의 위치를 파악하고, 넓이와 깊이, 특징과 강도까지 알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증상에 대해 마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게 됩니다. 이 단계까지 따라오셨다면 여러분이 이미 잘하고 계신 겁니다. 증상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안전한 범위까지 파악하고 나면, 이런 증상의 신호가 나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지 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습관적인 자세인지, 알게 모르게 쌓이고 있는 스트레스와 긴장 탓인지. 깊은 이해의 단계를 거치면서 우리는 이 상황에서의 가장 올바른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맘처럼 잘 되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비난은 늘 핑계를 만들게 마련이거든요. 우리는 비난과 핑계의 대상이 아니라 친절함과 사랑의 대상입니다.
삶에 적용하는 지혜
이렇게 일상의 불편함과 고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단지 개인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통계청 사회조사(2024)에 따르면, 결혼생활에 만족하는 기혼자가 4명 중 3명으로 늘었는데, 그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가사분담의 공평성 증가라고 합니다. 불편함과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주할 때, 우리 삶의 질이 향상되고 더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은 늘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 과정에 발생하는 불편함들을 피하지 않고 진정으로 마주할 때, 우리는 더 넓은 이해와 따뜻한 연민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마법'일지도 모릅니다.
다음에 불편함이 찾아온다면, 도망치기보다 잠시 머물러 그 속에 담긴 진정한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실습] 일상에서 불편한 순간 알아차리기 (~2분)
1. (준비) 생활 중에 불편함이나 통증이 일어나는 순간에,
-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결정합니다.
- 무의식적으로 하려던 행동을 멈춥니다.
2. (불편함 관찰하기)
- 불편함을 탐구한다는 마음으로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특징, 강도, 길이, 넓이 등)
- 어떤 생각이 올라오고 감정은 어떤지, 그래서 어떤 충동이 일어나는지도 알아봅니다. (화가 나는지, 좌절하는지)
-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잠시 머물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 충동적인 감정이 내려가는 것을 느껴봅니다.
3. (마무리) 올바른 대안 찾기
- 충동이 내려간 후,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지금 가장 올바른 행동은 무엇인가?'
- 결정을 하고 그래도 행동에 옮깁니다.
(주의 사항)
- 올바른 행동이란 나와 상대방, 이 상황에 모두 도움이 되며, 지금도 나중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 현재의 최선을 찾는 것이지 정답을 찾으려고 너무 애쓸 필요까지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