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한계에서 피어나는 성장: 안전한 마음챙김

한계를 인식하고 안전하게 넘어서기 위한 실천 가이드

삶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안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래의 성공, 경제적 자유, 행복한 삶, 자아실현을 향한 매일의 몸부림들은 우리가 어느 정도 '안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 안전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이것을 너무나 당연시합니다. 우리의 주의는 오히려 위험으로 향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길러집니다. 생존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DNA에 새겨진 오래된 명령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안전을 그 자체로 인식하지 않고 위험과 불안의 반대 개념으로 비칩니다. 저는 부모님을 뵌 후 집에 오자마자 전화부터 드려야 합니다. 안전하게 운전했고, 차도 안 막혔으며, 별일이 없었다고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제야 어머님은 안심합니다. 안 그러면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뻔합니다. 불안감은 해결될 때까지는 절대 쉽게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불안함을 느끼는 대상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누구에게는 먹는 물이 불안의 대상이 되고, 또 누구는 운전이, 취업이, 경제가, 사람과의 만남이, 심지어 스스로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금방 사라질 작은 불안부터 오래도록 깊이 자리 잡은 불안들도 있습니다. 이런 불안감들은 모두 우리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금방 태어난 아이는 불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손에 데어본 경험을 하고 나면 비로소 불을 무서워하기 시작하고 불안해집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나 전쟁, 사고와 같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큰 위험들은 한 번의 경험으로도 우리 안에 큰 상처를 남기지만, 학교나 가정에서의 사소한 따돌림이나 차별의 순간들처럼 조금씩 쌓이면서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마치 잠자고 있는 화산처럼 평소에는 평화로워 보이다가도 특정한 조건이 되면 언제든 분출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마치 트라우마, 불안증, 우울증과 같은 마음이 아픈 상태처럼 말입니다.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률은 73.6%로 22년보다 9.7% p 증가했습니다. 특히, 심각한 스트레스, 우울감, 기타 중독 등이 10% p 각각 증가했다고 합니다. 90.5%가 누구나 정신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정신 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중 불안 및 우울 장애가 가장 흔합니다. 영국 성인 4명 중 1명(2025년 기준)과 16세 이하 청소년 6명 중의 1명(2020년 기준)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취약한 존재이며, 서로 다른 취약점을 안고 살아갑니다.


[잠깐 멈춤] 지금 이 순간의 호흡을 만나 보세요.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떤가요?
불편함이나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그 감정이 느껴지는 신체부위를 인식해 보세요. 그 느낌과 함께 잠시 머물러 봅니다.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려 들숨과 날숨의 전체 과정을 몇 차례 따라가 봅니다.


명상 수련을 할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본인의 안전입니다. 일상의 바쁜 삶을 흙탕물과 같습니다. 명상을 통해 흙탕물들이 가라앉고 나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보물들을 발견하면 좋겠지만, 오래 묵혀 두었던 상처들이 다시 올라와 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안전은 나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취약점을 평소에 잘 파악해 두는 것은 언제나 큰 도움이 되지만, 본인도 모르고 있던 화산이 폭발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하니 늘 조심해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범위와 한계를 늘 파악해야 합니다. 신체와 마음의 두 가지 측면 모두를 포함하는 말입니다. 이를 테면, 마음챙김 요가에서는 특정한 자세를 취하며 호흡과 함께 머물러야 하기에, 내가 원하는 자세와 실제로 가능한 한계 사이에서 긴장이 생겨납니다. 누운 채 한쪽 다리와 목을 들어 올리는 자세에서는 다리 뒤쪽 근육과 복근 및 목에 긴장감을 불러옵니다. 긴장감은 곧 통증과 경련으로 표현되며 다리와 목이 떨기 시작합니다.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리나 목을 내릴까, 아니면 좀 더 참아볼까 하며 신체적인 긴장을 두고 고민합니다. 불편한 경험을 마주할 때는 마음에서도 긴장이 일어납니다. 이를테면, 정좌 명상 중에 불편한 경험과 마주하는 명상이 있습니다. 과거 불쾌했던 경험을 생생히 떠올리며 마음에서는 어떤 감정이 올라오고 또 몸에서는 어떤 감각들이 경험되는지 알아차리는 명상입니다. 불편한 감정과 이것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긴장이 생겨납니다. 수련을 이어가며 불쾌한 감정을 계속 경험할 것인지, 아니면 잠시 물러나서 휴식을 취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한계에서 안전하게 수련하는 법
- 한계를 성장의 기회로 여기고, 제대로 경험하겠다는 명상의 의도 세웁니다.
- 불편함의 정도, 불안함의 강도 등이 힌트로 한계를 알아차립니다.
- 몸과 마음이 상호작용을 같이 알아차립니다.
- 물러나야 하는 경우,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는 안식처를 미리 정해둡니다. (호흡, 소리, 특정 신체 감각 등)
- 언제든 중단하여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한계에 머물겠다는 결정은 도전적인 결정이며, 성장과 발전에 대한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한계는 우리의 시선이 멈추는 지점입니다. 이곳을 넘어서면 급격하게 시야가 짧아지며 불확실성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한계에서 우리는 불편함, 불안감과 자기 의심을 경험하게 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과 재시도가 맞물린 곳입니다. 한계를 제대로 경험하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어느덧 이곳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 순간 나의 한계 또한 늘어나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계가 늘어난다는 것은 발전과 성장을 의미합니다. 이는 의도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때 일어나는 긍정적인 효과이며, 꾸준함의 대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오래 달리기 선수로 뽑힌 적이 있었습니다. 선수에 뽑혀 우쭐하던 마음은 한두 차례 훈련에 참여하고 나서는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갔습니다. 특히,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면서 하는 연습을 하고 난 바로 다음날에는 걸을 때마다 다리에 통증이 올라와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프다는 핑계와 꾀병으로 일주일을 연습에서 빠진 후에 선수에서도 빠질 수 있었습니다. 연습에 꾸준히 참여한 친구들의 실력은 나날이 좋아지고 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습니다.


The boundary to what we can accept is the boundary to our freedom.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의 경계가 곧 우리의 자유의 경계입니다.
– Tara Brach -


물러나겠다는 결정에는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살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한계에서 그리고 한계를 넘어설 때 닥치게 될 상황을 종잡을 수 없고, 그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막막하기만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불안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한계에 가까이 가는 것 자체가 위험으로 느껴지고, 그곳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명상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럴 때는 당연히 물러나야 합니다.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살피고 힘을 키워 다음을 기약해야 합니다.


다만 불편함, 불안함, 한계를 맞닥뜨리자마자 피하는 것보다는 잠시라도 경험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잠시라도 머무는 순간 우리는 그 한계라는 것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제대로 알고 이해하게 되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스스로 생겨나게 됩니다.


성장으로 이어지는 위쪽 한계의 정반대 편에는 바닥이 있습니다. 바닥과 한계 사이의 범위, 이곳에서 우리는 안전이 확보되어 안심하고 수련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 머물 때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실수를 배움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조절하면서, 외부 세계와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최적의 컨디션이 됩니다. 확장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계속해서 한계로 다가가게 됩니다. 힘이 들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최적의 상태로 재충전하여 다시 도전합니다. 다만 아래쪽 바닥으로 다가갈수록 우리는 무기력하게 축 처지게 됩니다. 의욕이 사라지고 흐릿한 상태가 되고 심지어 모든 움직임들이 얼어붙게 되는 곳입니다. 일상생활이나 명상 중에 이런 경험을 알아차리게 되면 의도적으로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도움 됩니다. 이를 테면, 바람 쐬러 잠깐 산책을 다녀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명상은 바로 이 안전한 공간 안에서 수련을 하면서 한계를 넓혀가는 작업입니다. 다만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계를 넘어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늦가을 바닷가를 맨발로 거닐다 보면 바다에 발을 담가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 겁니다. 그럴 때 차가운 바닷물을 향해 성큼성큼 들어가진 않으실 겁니다. 파도의 끝자락에 발끝을 살짝 담가서 얼마나 차가운지 알아갈 겁니다. 그리고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익숙해지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파도의 끝자락을 밟으며 자유롭게 걸어가게 됩니다. 목욕탕의 뜨거운 온탕에 들어갈 때 발이나 손을 살짝 담그듯이,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온몸에 물을 묻혀 미리 적응하듯이, 그렇게 스스로를 준비시켜야 합니다.


한계가 곧 가능성임을 인식하는 것, 다가서기와 물러서기를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것, 그것이 안전하게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방법입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실습] 호흡명상: 한계를 경험하기 (10분)
1. (준비) 10분간 타이머를 맞추고, 앉아서 하는 명상 자세를 취합니다.
- 척추가 바르게 정렬되고 정수리가 위로 살짝 당겨지는 느낌으로 앉습니다.
- 처음 취한 자세를 바꾸지 않겠다, 통증이 일어나면 가능한 만큼 경험해 보겠다는 의도를 세웁니다.
2. (호흡 명상) 호흡이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 한 지점을 선택해 주의를 집중합니다. (코끝의 공기흐름, 코 안쪽의 시원함, 아랫배의 오르내림 등)
- 불편함이나 통증이 발생하면, 주의 초점을 호흡에서 통증으로 옮겨갑니다. (다리, 어깨, 허리 또는 목을 포함한 어떠한 부위라도)
- 통증의 자세한 특성을 알아봅니다. (정확한 부위, 넓이, 강도, 특징, 변화, 마음에서 일어나는 갈등 등)
- 머물 수 있는 한계를 알아보고, 물러서야 하는 경우에는 몸과 마음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며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 안정이 되고 나면 언제든 다시 통증으로 주의를 옮겨갈 수 있습니다.
3. (마무리) 호흡과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보면서 마무리합니다.

(주의 사항)
- 통증이 달라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 자체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 안전을 위해서는 언제든 자세를 바꾸거나 명상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 자세를 바꿔야 할 때에도 몸과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리면서 자세를 바꾸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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