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반응에서 의식적 선택으로, 접촉에서 발견하는 삶의 새로운 가능성
접촉, 경험과의 만남
명상에서 '접촉'은 물리적 만남을 넘어, 우리 경험의 시작이자 변화의 기회를 의미합니다. 물리적 또는 심리적 대상과의 접촉을 통해 몸과 마음에서는 늘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이는 무의식적인 자동 반응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를테면, 손가락으로 머리를 이미 긁으면서 머리가 가렵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가려워지지 않으셨나요? 알아차리셨다면 이제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머리를 긁거나 아니면 참거나.
접촉의 순간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동적 반응에서 벗어나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바로 이 '접촉의 순간'을 깨어있게 경험하는 연습입니다.
호흡으로 만나는 접촉의 경험
예를 들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우리의 호흡은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과정입니다.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서는 먼저 횡격막이 수축하여 아래로 내려가고 갈비뼈는 바깥으로 팽창을 합니다. 그러면 가슴 안쪽의 공간을 넓어지면서 압력이 낮아지고, 이런 압력차로 인해 코나 입을 통해 외부 공기가 폐로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반대로 횡격막이 이완하며 올라오고 갈비뼈가 다시 내려오게 되면, 가슴속 공간이 줄어 폐의 압력은 증가합니다. 그러면 공기가 바깥으로 밀려 나와 코나 입을 통해서 배출됩니다. 이것이 호흡의 과정입니다. 수많은 근육들이 동원되어야만 가능한 복잡한 생명 유지 작업입니다.
그래서 호흡 과정에서 수반되는 경험들도 다양합니다. 먼저 공기가 이동하며 호흡기관의 표면과 만나면서 온도, 습도, 압력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게 경험됩니다. 공기에 실려오는 냄새를 경험할 수도 있고 공기와의 마찰로 인한 소리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횡격막, 갈비뼈, 복근의 움직임뿐 아니라, 내장기관이나 피부에서의 미세한 변화, 혈압의 변화, 통증까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음의 상태와 호흡은 연동되어 있습니다. 불안, 긴장 및 위험은 짧고 빠르고 얕은 숨과 연동되고, 편안함, 이완감 및 안전은 느리고 깊은 긴 숨과 이어져 있습니다. 호흡의 상태를 통해서 마음의 상태를 알 수도 있고, 호흡을 조절하여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접촉을 통해 복합적인 경험이 일어나는 호흡 활동은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주자입니다. 그래서, 호흡 주의 기울이기가 명상의 기본과정이 되어 있습니다.
[잠깐 멈춤] 지금 이 순간의 호흡과 만나보세요.
어떤 상태인가요? 코로 들어오는 공기가 느껴지나요, 가슴이나 배의 움직임은요? 아니면, 다른 신체 부위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나요?
들숨과 날숨의 전체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우리 몸
우리 몸의 세포단위에서는 매 순간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리 몸은 30조 개 안팎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매일 3천 억 개가량의 세포를 갈아치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육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우리가 가진 인식의 센서는 아직 거친 수준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고 미세한 변화들은 대부분 무시되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가 늘 변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수많은 감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변화 자체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심지어 좋은 변화를 앞에 두고도 마음속에는 미묘한 갈등이 있습니다. 작은 자극들에 무던하거나 변화에 둔감한 특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만, 각자의 삶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드러나고 있는지 스스로 직접 살펴보아야 합니다. 회의 중 상대방의 작은 말투 하나에 신경이 가지 않고 회의 안건에 집중할 수 있다면 업무 효율은 당연히 높아질 겁니다. 그러나, 고속도로 옆차선에서 밀고 들어오는 차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모습을 제때 발견하지 못한다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센서가 얼마나 정밀한지, 그래서 나의 삶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필요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감각의 다양성과 선택적 주의: 아는 만큼 보인다.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감각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이해할수록 우리의 경험은 더욱 풍부해집니다. 우리가 가진 센서는 의외로 많습니다. 가장 흔히 언급되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을 통해 외부 자극을 느낄 수 있지만, 평형감각, 온도, 압력과 통증 등도 별개의 감각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복감이나 혈압을 포함한 내장기관을 느낄 수도 있으며, 신체의 위치나 움직임을 직접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고유감각도 있습니다. 물론,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는 의식적인 측면도 빠트릴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감각 정보를 알고 인식할 수 있을 때 우리의 경험은 그만큼 더 풍부해지고, 삶의 경험도 풍요로워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감각에 더 민감하신 편인가요?
센서가 너무 민감한 분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고민까지 해야 하는 남모를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센서가 너무 무뎌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수련을 통해서 센서를 닦고 조정해 나갈 수 있다.
접촉은 특정한 경험과의 선택적인 만남입니다. 여기서 선택적이라는 말은 우리의 주의력을 말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감각기관은 초당 기가 비트의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실제로 행동과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수준은 10비트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영단어 두세 개 정도의 양인데, 이 정도의 속도로 우리의 판단과 행동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모두 배경으로 물러납니다. 일부는 기억에 저장되어 나중에 다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감각 정보는 무의식적인 필터링 과정을 거쳐 배제된다고 여깁니다. 어떤 정보는 주인공으로 선택되고 어떤 정보는 배경으로 물러나는 것일까요? 생존과 관련된 정보, 학습과 경험에 의해 강화된 처리 패턴, 현재의 맥락과 목표 등이 주요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이러한 무의식적인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우리가 의도를 가지고 주의를 기울일 때 의식적인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과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 반응에 따라 우리의 행복과 성장이 결정된다.
Victor E. Frankl '죽음의 수용소에서'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우리의 주의가 향하는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은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납니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은 걱정과 불안을 불러올 수 있으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빠른 심장박동이나 체온의 변화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감각 경험과 감정 경험 중 어느 것이 먼저 인식될 것인지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이런 경험과의 만남, 즉 접촉의 순간에 신체적인 감각과 마음에서의 변화를 연결해서 알아차리려 노려하는 것이 도움 됩니다. 또한 이런 경험에 대한 마음의 경향성을 알아차리는 것도 좋습니다. 싫어해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지 아니면 좋아해서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줍니다.
이런 경향성이 굳어져 실제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 무의식적인 반응 또는 습관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반복된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이 쌓여 나만의 노하우가 되고,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 자동화된 것입니다. 다만 그때는 맞았더라도 지금은 틀릴 수도 있으니 늘 경계해야 합니다. 같은 실패가 반복되고 두꺼운 벽 앞에 서있는 듯한 무력감이 느껴진다면, 드디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입니다. 우리의 습관이나 자동화된 반응은 모두 그 시작점, 즉, 방아쇠가 당겨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언제 접촉 일어나는지 어떻게 행동이 촉발되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 짧은 첫 만남의 지점을 제대로 알아차릴 때 우리 안에서는 힘이 생겨납니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한 가능성을 만나게 됩니다. 수없이 많고 다양한 접촉 또는 만남의 순간을 우리는 언제든 변화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힘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접촉 활용법
-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의도적으로 바꿔가며 명상하기 (호흡명상에서 콧구멍 - 아랫배 - 몸 전체 - 아랫배 - 콧구멍)
- 접촉과 만남을 변화의 기회로 인식하기 (매일 아침 첫 경험을 의식적으로 느껴보기, 발이 바닥에 닿는 느낌, 등)
- 경험에 주의를 기울일 때 능동적인 공간이 생겨납니다. (하루 3번 이상 알람을 맞춰서 그 순간의 접촉 경험하기)
-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을 직접적으로 알아차리기 (감각을 경험할 때 감정이나 생각의 변화를 알아차리거나 또는 반대로)
- 마음의 경향성을 알아차릴 때 바람직한 대안들이 생겨납니다. (화가 날 때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 연결되는지 알아보기)
- 선택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입니다.
-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사실이 우리는 안심시켜 줍니다.
관계 형성의 시작, 접촉
접촉은 관계가 형성되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한 번 맺어진 관계는 그대로 지속될 거라 여기기 쉽지만, 사실 관계는 매 순간 새롭게 만들어지고 변화를 겪습니다. 접촉의 순간들에서 우리가 반응하는 방식이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무리 즐거운 관계라도, 예를 들어 연인이 생일을 잊었을 때의 서운함과 접촉하는 순간, 두 사람의 사이는 따뜻한 친밀감에서 주고받는 거래의 관계로 기울고, 갈등이 그 틈을 파고듭니다. 상쾌하고 기운 넘치던 출근길도, 교통체증과 신호 위반 단속에 걸리는 순간 세상이 야박하게만 느껴집니다. 이렇게 극단을 오가는 반응적인 관계 속에서는 선택권이 사라지고, 우리는 고통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접촉의 질이 곧 관계의 질이 됩니다.
접촉의 순간을 제대로 알아차릴 때 비로소 선택권이 생겨납니다. 자동 반응 대신 올바른 대응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립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능동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서운할 때 경쟁적인 관계 대신 서로를 공감하는 따뜻한 관계를 선택할 수 있고, 꽉 막힌 교통 체증 속에서도 세상을 탓하며 화내는 대신 스스로의 감정을 보듬는 선택도 가능해집니다. 접촉의 순간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스스로 더 많은 선택권을 만드는 적극적인 사랑의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수동적으로 접촉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접촉을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실습] 주의 기울이기: 호흡을 따라 움직이기 (5분)
1. (준비 30초) 5분 타이머를 맞추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해 봅니다. (주변 상황에 맞는 편안한 자세면 충분합니다.)
- ‘짧은 호흡 명상을 하겠다, 그리고 주의를 옮겨 가며 다양한 접촉을 경험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합니다.
- 주의를 기울일 순서를 정합니다.
(예: 코 안쪽의 공기의 흐름 > 콧구멍 입구에서의 온도와 습도차이 > 아랫배의 움직임 > 몸 전체의 미세한 움직임 > 아랫배 > 콧구멍)
2. (주의 기울이기 4분) 부위별로 30초~1분 정도 머물며 유연하게 주의를 옮겨 갑니다.
3. (마무리 30초) 몸과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 어떤 여운이 남아 있는지 음미한 후 눈을 서서히 뜹니다.
(주의 사항)
- 주의가 흐트러지면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 호흡을 통제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경험합니다.
- 자세는 언제든 조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호흡의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 여러 번 반복하여 익숙해지고 나면, 몸의 다른 부위를 정해서 연습을 이어가면 좋습니다.
접촉을 통한 삶의 변화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접촉은 매 순간 일어납니다. 변화의 기회를 품고 있는 접촉의 순간, 이것을 알아차리는 마음챙김 연습은 단순한 명상 기법을 넘어서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매 순간 경험하는 접촉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자동 반응의 패턴에서 벗어나 의식적 선택의 공간을 열 수 있습니다. 이는 더 온전한 존재, 더 건강한 관계, 더 충만한 삶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입니다.
호흡 명상에서도 감각이 생생한 부위를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넘어서, 의도적으로 접촉 지점을 선택하고 옮겨가면서 우리의 힘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일상 속 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경험을 향해 열려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넓어지고 또 성장하게 됩니다. 의도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명상의 방법이자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오늘부터 가능한 많은 순간에서 접촉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변화와 가능성의 힘을 느껴보세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는 순간, 커피를 마시는 순간, 누군가와 대화하는 순간, 이 모든 접촉의 기회가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늘 접촉에 깨어 있으면서 삶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접촉을 알아차리셨나요? 그 순간 어떤 선택으로 변화를 만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