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에서 마주하는 장애물과 성장의 순간
졸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아무리 애써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해서 짜증이 나던 때 말입니다. 저는 운전할 때 졸음과 자주 싸웁니다. 부모님이 계신 고향까지 네 시간 정도 거리인데요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가 특히 그렇습니다.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피로가 쌓입니다. 운전대를 잡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감각이 옅어지고 몽롱해집니다. 이러면 큰일 나지 하며 깜짝 놀라서 정신이 돌아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몽롱해집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목을 주무르고, 허벅지를 두드려도 관자놀이와 눈 위 눌러앉은 졸음은 쉽게 떨쳐지지 않습니다. 짜증이 나고 화도 치밀어 오릅니다.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며 환기를 시키고 노래도 크게 부릅니다. 졸음과의 치열한 사투가 한참 계속되다 휴게소에 도착하면 비로소 졸음에서 해방됩니다. 휴~
늘 후회합니다. 운전대를 잡기 전에 잠깐 눈을 붙일걸 하며 말이죠. 항상 안전이 제일입니다.
졸음과의 사투는 명상 수련에서도 일어납니다. 명상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너무나 편안해져서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초보자의 경우에 졸음을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말합니다. 특히 바디스캔 명상은 숙면을 돕는다고 해서 일부러 잠들기 전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친 마음은 큰 변화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작고 미세한 변화들은 아직 보지 못합니다. 움직임이 없는 명상 자세이다 보니 마음은 금세 지루해지고 졸음이 몰려옵니다. 명상은 분명한 알아차림으로 깨어있음 속에서 마음을 보살피며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졸음은 분명 방해요소가 됩니다. 잠은 자고 있는 동안에는 알아차림과 마음챙김을 할 수 없으니까요. 나름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단지 습관처럼 앉아서 명상을 하게 되면 마음은 금세 지루해지고 맙니다. 도중에 잠들지 않고 깨어있겠다는 분명한 의도와 결심이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단축 마라톤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수백 명이 동시에 출발하였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는 모두 다릅니다. 누구는 우승을 위해 달렸고, 또 누구는 완주를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연인과 즐거운 데이트를 위해 달렸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원하고 의도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늘 강조하지만 명상을 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는 것은 항상 도움 됩니다.
수행방법과 자세, 명상의 시간 및 주변 환경도 살펴봐야 합니다. 좀 더 다양한 팁들을 소개하겠습니다.
-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 및 환기시키기
- 적당히 긴장이 느껴지는 장소 택하기
- 적절한 식사량 (평소보다 조금 적게)
- 따뜻한 차나 생수를 미리 준비하기
- 명상 전에 몸을 가볍게 풀어주기 (스트레칭, 요가, 걷기 등)
- 명상 중에 졸릴 때는 눈을 뜨고 하거나 자세를 바꾸기 (다리의 자세, 손의 위치, 등)
- 5분 또는 10분 단위로 알람 울리게 하기
- 명상의 시간대 바꾸기
- 그리고, 여러 명과 함께 수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졸리다면 생활 습관을 돌아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으로 인해 육체적인 피로가 많이 쌓이는 상황이라면 명상을 위한 에너지도 없을 수 있습니다. 활동의 종류나 양을 줄이는 것을 고려해봐야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짧게 눈을 붙인 후 명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몸이 먼저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칙적인 생활로 안정적인 몸의 상태를 유지할 때 명상의 안정성도 높아집니다. 반복하여 수련하다 보면 점차 명상 자세가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명상을 통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모두가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의 성향과 좋은 습관으로 어떤 분들은 좀 더 능숙하게 수련을 이어가시는 분도 있고, 이와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명상 수련 중에 만나게 되는 보편적인 어려움을 저의 경험에 비추어 다뤄보겠습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바엔 차라리 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걸 할걸...'
'맛있는 걸 먹거나, 재미있는 걸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괜히 시간 낭비하는 거 아냐?'
졸음과 함께 자주 마주하게 되는 내적 갈등들입니다. 초보자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좀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감각적인 경험을 찾거나 명상에 대한 의심과 회의감이 올라옵니다. 아직 명상법에 어색하고 집중력이 부족하여 명상의 효과를 경험하기 전이라서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배움과 발전이 일어납니다.
스스로를 판단하고 비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회와 의심이 자꾸 일어날 때 성급하게 판단하고 멈추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 번만 더 해볼까' '좀 더 시간이 걸리나보다'하며 열린 마음과 인내심으로 수행법에 믿음을 가지고 지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것들로의 유혹이 자꾸만 일어나면, '마음이 흔들리는구나, 내 마음이 아직은 그런 것에 더 끌리는구나' 하며 알아차리거나, '그런 것을 하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며 자문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변화와 몸의 변화는 서로 연동됩니다. 내적 갈등이 일어나면 잔잔하던 호흡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를 알아차리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음의 요동침을 먼저 알아차릴 수도 있고 호흡이나 몸의 변화에 더 민감하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그리고, 주의를 돌려서 다시 호흡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이미 잘하고 계신 겁니다. 주의를 돌려서 돌아오는 길에 배움을 얻어오게 됩니다. 잘 돌아오시길 응원합니다.
'명상 중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짜증 나요. 자꾸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화가 나요.'
'왜 나는 아직도 이렇게 마음이 산만할까? 예전에 내가 했던 실수들이 자꾸 떠올라요.'
마음이 잔잔해졌다고 느꼈는데, 더 많은 감정이 올라와 당황스러웠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중급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세도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집중력이 길어진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휴식과 회복을 가져는 것도 경험하고, 평온함과 고요함 속에 깨어있으면서 분명한 알아차림이 유지되는 순간들도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초보자 시절의 나태함과 졸음, 내적 갈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때부터는 다른 어려움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자신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초보 단계에서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못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제는 내가 무엇이 잘 안 되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명상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모습들이 그려지고, ‘나의 명상은 이래야 돼’하는 관념들과 욕심도 생겨납니다. 진지한 의심과 탐구심으로 수행법에 대한 집착이 일어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느린 걸음에 짜증과 화, 초조함도 나타납니다.
큰 비가 온 후의 강은 흙탕물이 일어 요동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서서히 소용돌이가 잠잠 해 지고 나면 강물이 맑아져서 강바닥에 있는 바위와 수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흔들리고 요동치던 마음이 안정되고 나면 내면에 억눌려 숨어있던 감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마음의 특성이 그러합니다. 저항하거나 자책할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외면해 온 모습들과 만나는 순간이기에 오히려 반갑게 맞으면 어떨까요. 연민의 마음으로, 사랑스럽고 다정한 마음으로 더 잘 보살펴야죠. 명상수련이 깊은 분들의 얼굴에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좋고 싫은 모든 순간들이 명상의 순간이자 성숙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보살필 수 있으니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죠.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몸과 마음으로 돌아와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 자애 명상, 용서 명상, 산이나 호수 명상도 도움이 됩니다.
'지난번에 느낀 고요함이 오늘은 왜 안되지? 이만큼 수련했으면 _____ 정도 되어야 하는 거 아냐?'
'더 좋은 경험을 해야 되는데...'
'명상할 때는 고요한데 왜 삶은 늘 괴롭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거친 생각과 감정들이 안정되고 나면, 이번에는 미묘하고 미세한 감정들과 마음의 변동들을 만날 차례입니다. 이때부터는 제자리 걸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커다란 움직임과 변화의 시작지점에는 아주 작고 미세한 움직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의 시작에는 더 작고 미세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잘 다듬어진 마음의 눈은 이제 이런 미세함까지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난이도가 또 올라갑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이 폭풍처럼 몰려오기도 하는가 하면 한없이 고요함 속에 머무르는 것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수행법이 불완전한 것 같아 다시 하나하나 뜯어보게도 됩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몸과 마음으로 주의를 돌려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판단, 인내, 초심자의 마음, 신뢰, 수용하기, 내려놓기, 너무 애쓰지 않기, 관대함, 감사, 사랑과 같은 마음챙김 명상의 태도가 더욱더 큰 영향을 발휘하는 단계입니다. 알아차림의 눈을 더욱더 정교하게 다듬어 가는 과정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명상은 나선형으로 발전합니다. 때로는 후퇴하는 것 같아도 결국 앞으로 나아갑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볼 수 있습니다. 흐르는 강에서 배를 타고 노를 젓듯이 꾸준히 수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멍하니 손 놓고 있으면 떠내려갑니다. 그래도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이 어떤 것들인지 알고 나면 필요 이상 당황하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잘 된다고 또는 잘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모두 수련의 관점에서는 동일하게 의미가 있습니다. 명상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일들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지금 어디쯤 와 있나요?
졸음을 견디고 있나요, 내적 갈등에 부딪혔나요, 아니면 좀 더 미묘한 감정을 마주하고 있나요?
어느 지점에 있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흡에 주의 기울이기 + 졸음(또는 몽롱함) 대처하기 (약 10분)
1. 준비 단계 (3분)
- 방해받지 않는 조용하고 안전한 장소를 찾아 환경을 살펴봅니다. (온도, 환기, 소음, 등)
- 잠깐동안 가벼운 움직임으로 몸을 풀어 줍니다. (가벼운 스트레칭, 요가동작 한두 가지 등)
- 자리에 앉는다면 깨어 있는데 도움이 되도록 자세를 조정합니다. (손과 발의 위치, 바닥 또는 의자 이용)
- 지난 명상 때 졸았던 경험을 떠올려보고, 이번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합니다. (눈 뜨거나 자세 조정하기, 주의를 다른 대상으로 돌리기 등)
2. 호흡 명상 단계 (5분 이상)
- 숨이 가장 잘 느껴지는 지점을 찾고 들숨과 날숨 때 감각의 차이를 느끼며 머물기
- 숨의 길이, 깊이, 강도, 리듬감 등의 특질을 살펴보면서 머물기
- 숨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중간의 잠깐 멈춤을 포함한 전체 과정을 살펴보면서 머물기
- 졸음이 느껴질 때와 다시 깨어났을 때의 호흡의 변화 알아차리기 - 졸음이 올 때 눈을 뜨거나 자세를 조정하기, 주의의 대상을 바꾸기
- 졸았다는 사실보다 이를 알아차리고 바르게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명상 후 성찰단계 (2분)
- 이번에 마주쳤던 어려움들을 떠올려 봅니다.
- 언제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어떻게 반응하려 했는지, 실제로 어떻게 대응했는지, 어떻게 도움 되었는지?
- 성찰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다음 명상 때 반영해야 할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