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행을 앞두고 동료들의 응원에 감격하며
올 해 처음으로 시작한 회사 동아리 모임을 가서 신나게 양고기를 뜯고 있었다.
그러다 식사 마무리 각에 갑자기 등판한 케이크!
태국 잘 다녀오라는 따스운 메시지와 함께,
우리 실에서 직접 기획하여 만들어나갔던 회사의 소통 캐릭터가 등판한 케이크였다.
이렇게 의미 있는 맞춤형 케이크라니!
회사에서 나는 친한 사람들을 섬처럼 두며 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내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무적으로 대하고 사적인 시간이나 영역을 공유하지 않았다.
소문을 알고 싶지도, 개입하고도 싶지 않았기에 늘 소문의 종착지였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말을 터놓을 수 없는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우리 인생의 2/3에 달할만큼 9시부터 6시까지 참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하나둘씩 오며가며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친구의 경계로 넘어온 동료도 있고,
함께 미국을 가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며 길이길이 남을 인생경험을 함께한 동료들이 생기고,
부당함에 저항할 때 함께 맞서준 동료들도 생겼다.
내가 태국가는게 뭐 대수라고 스스로 여겼다.
어차피 두 달이고 금방 갔다가 돌아오기 때문에 가볍게 인사할 정도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의미가 듬뿍 담긴 케이크라니!
미국을 같이 갔다온 친구들도 샤워필터를 왕왕 보내주었다.
해외출장을 많이 다녀본 후배는 선물로 딱이라며 마스크팩을 주었다.
예상, 기대 어느 단어도 생각하지 못했을만큼 준비한지 정말 하나도 몰랐다.
회사 생활에 있어 동료들에게 이렇게 동시다발로 응원을 받는 순간이 처음이라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케이크는 케이크의 의미를 아는 동료들과 함께 먹고 싶어
선물받고도 다음날 회사로 들고 왔다.
함께 초를 붙이고 소소한 세레모니를 한 다음,
케익을 나눠 먹으며 앞으로 기대되는 태국 생활 이야기를 했다.
정말 1도 친하지 않은 글로벌 사업 담당 부장님도 잠시 보자고 하셨다.
태국에 가셨을 때 뵈었던 여러 관계자들의 명함과 정리해두셨던 출장 보고서를 우다다닥 주셨다.
이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 꼭 이어졌으면 한다고 진지한 눈망울로 말씀하셨다.
우리는 못할 값이지만 젊은 세대 친구들이 좋은 선진 제도와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회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주면 좋으니 열심히 많은 걸 보고 오라고 하셨다.
인터넷에도 잘 없는 살아있는 정보와 조언을 들으니 감사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과 힘을 받으니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절로 가지게 되었다.
회사에 또다른 섬같은 동료가 있다.
곁을 내어주지 않는 동료분인데 화장실에서 은밀히 잘 갔다오라며 선물을 주셨다.
나의 안전을 상당히 걱정해주시면서 선물로 샤워필터, 화장품 등 고민했다가
그래도 호불호 없는 동남아 더위 퇴치용 손풍기를 골랐다며 주셨다.
행사 기념품으로 들어온 손풍기를 갖고 있는게 다인 나라서 너무 감사했다.
캄보디아 등 치안 이슈가 흉흉한 때라 외교부 안전 앱도 알려주시면서
"안전 말고 과장님은 걱정되는게 하나도 없다."라는 말씀을 주셨다.
팀의 다른 동료도 '누굴 걱정하냐고. 제일 잘 살아남을거다.'라고 해줬다.
계속 동료들이 웃으며, 너는 어디서든 살아남을거다.
방치되더라도 잘 살아남을 거 같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거 같다.
라며 응원하는 말들을 계속 해주셨다.
새로운 곳에서 홀로 뚝 떨어져 들이대고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래! 나는 기세로 잘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이야! 걱정할 필요 없는!"
이라고 다시금 자세를 다잡게 된다.
동료들의 걱정 안 된다는 말이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말자 아자!!
소인국인 우리 부서는 오래간만에 저녁 회식을 열었다.
실장님과 장군 과장님, 주임님 두 분과 함께 식사를 했다.
오늘 식사는 나의 송별회 겸 곧 나가는 펭귄의 송별회이자 새로 들어온 분의 환영회식이었다.
다들 태국 잘 갔다오라는 인사와 함께
복귀 시점에 내 자리가 안전할지에 대한 농담을 주고 받았다.
두 달 동안 내 업무를 장군 과장님이 대신 해주셔야 하는데 감사한 마음 뿐이다.
실장님께서도 흔쾌히 갔다오라고 해주셔서 가능한 기회였다.
다들 내게 너무 열심히 하지말고 마음껏 즐기고 좋은 시간을 보내라고 하셨다.
어떤 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최초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제도가 사라질 가능성도 크다.
이 제도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한껏 무리하려다가도 사람들이 다 진정시켰다.
그런 사명감이나 잘 해내야지 라고 너무 생각하지 말고
지금 온 이 귀한 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라고 해주셨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 그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태국행이 되면 좋겠다.
여전히 실감도 안 나고 가늠도 안되지만
잘 살아남을 것 같고 잘 지내라는 동료들의 말이 큰 힘이 된다.
태국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와
회사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