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역시 …
오늘 첫 출근 했더니 지하철을 타고 워킹비자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한다.
2정거장 정도 더 가니 으리으리한 쇼핑몰 건물 한 가운데에 투자청 사무실이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워킹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나를 도와준 직원은 HR팀의 옴이라는 분이었다.
이 업무 담당은 아닌데 지난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어 도와주는 거라 했다.
아주 친절하고 영어가 능숙하여서 거의 대부분 듣기가 편했다.
옴이 뚝딱뚝딱 접수를 하고나서 자리에 앉더니
지금으로부터 1시간을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한국 이라면 상상도 못할 전개였지만 역시나 ‘사바이사바이’의 나라이니 ‘빨리빨리‘는 접어두자.
옴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재밌었다.
그는 흔히들 빅4라 불리는 대기업에서 회계쪽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엄청난 업무강도 속에서 무엇이 맞는 일일까 고민을 하다가 HR로 커리어를 틀었고
지금은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약 7개월 정도 된 상황이라고 했다.
채용, 인사 검증, 교육 세션, 팀빌딩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커리어를 틀었다는데 그 전까지 미국에 가서 사춘기 같은 시간도 보내고 고민이 많았던 듯 하다.
마침내 전광판에 나의 접수 번호가 떴고
여러 서류와 함께 워킹비자가 나왔다.
드디어 목에 걸린 나의 워킹비자!
옴은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이 회사의 좋은 복지 중 하나가 구내 식당이 있고 모든 점심이 무료라는 점이다.
구내 식당을 캔틴이라 부르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나를 담당하는 EO팀의 여성을 만났다.
그 때부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는데 이름 외우기를 포기했다.
응, 옴, 으엉 등 비슷한 이름인데 명함은 전혀 다른 된소리 이름들이라 매칭이 되지 않았다.
나를 오늘 도와준 분도 좋은 분이 었는데 이름이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구내식당은 메뉴가 매일 바뀌고 중간에 샐러드를 마음껏 퍼먹을 수 있는 존이 구성되어 있다.
채소를 양껏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일비도 줄어드니 아주 마음에 드는 복지다.
맛도 꽤나 괜찮았다.
또다른 복지로 응급 간호실이 있었다.
직원들이 몸이 안 좋으면 언제든지 가서 쉬고 양을 탈 수 있도록
간호사와 의사가 시간대를 나눠 상주하고 있었다.
일반인도 들어올 수 있냐하니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라 원래는 안되지만
응급상황이 생기면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건물을 간단하게 투어를 돌았다.
같이 투어를 도는 분들은 EO팀의 4유닛 중 헤드분과
우리 회사로 치면 부장님 정도 되실 여성분과 돌았다.
다들 영어를 문장으로 말씀하시는데
특유의 엑센트로 영어인데 영어가 아닌 느낌이 있어 한껏 긴장하고 영어를 들어야 했다.
건물 시설 투어를 하는데 과연 명성에 걸맞게 시설이 정말 좋았다.
이 거대한 건물의 바닥이 전면 카펫이라니…
이걸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거지? 아무래도 공급자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
시설이 전반적으로 개보수가 진행된지 얼마 안된다보니
건물 인테리어 자체도 눈이 편하고 정말 아름다웠다.
주변 공원과도 잘 어우러지고, 모든 시설이 세련되게 구성되었다.
곳곳에 있는 라운지도 누구든지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아보였다.
정말로 5성급, 6성급 호텔 라운지처럼 단순 대관 시설이 아니라 차원이 다르게 고급진 느낌이었다.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혼자 쏙 박힌 곳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노트북도 안 주실 줄 알았는데 배정해주시고 문구 사무용품도 친절히 주셨다.
한국에서 가져온 노트북도 와이파이를 잡아주셔서 업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듯 하다.
담당 부서에서 세상 밝아보이는 분이 있었다.
전반적인 일년 주요 행사와 업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말씀해주셨다.
인상 깊은 것은 우리는 행사 단위로 분장이 나뉘는데
여기는 업무 성격에 따라 분장이 나뉘었다.
그래도 소비재 행사와 산업전 행사별로 카테고리는 되더라도
업체유치, 콘텐츠 홍보, 행사 장치 등은 다들 나뉘어서 업무가 진행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오늘 하루종일 영어로 들으니
오후 3시가 넘어가자 모든 집중력과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그 때 아! 회사는 역시나 똑같구나. 에너지 소진이 왕왕되는 부분에서는 한국 회사나 태국 회사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이를 알아봐주신건지 보스께서 인사를 하고서는 오늘 첫 날이니 일찍 들어가보라고 하셨다.
5시 반쯤에 퇴근하면서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앞으로의 업무계획을 물어봤다.
업무계획 관련해서 아무런 회신이 없었던 지라 현지에서 물어보고 내가 방도를 찾아야할듯했다.
돌아가는 판을 보니 2달 내내 한 팀에서만 근무할듯 했다.
그래서 회사 상황에 당연히 맞추겠지만 다양한 팀에서 근무를 하고 싶고 안되면
여러 팀 사람들에게 1~2일이라도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이게 의사전달이 잘 안된건지 나를 담당하는 직원분이 거기서 어떤 팀이 있는지 줄줄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여러 부서에서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하였다.
지금 있는 팀은 거의 매일매일 저녁 회식이 있다고 해서 두려웠다.
심지어 내 앞에 잠시 출장을 하고 가신 우리 회사 분이 알코올 넘버원인 분이시라
그 분만큼 기대하신 것 같아서 내가 그 분은 우리 회사의 탑티어라고 선을 그어두었다.
부디 저녁 회식이 많지 않기를 ㅠㅠ
첫 날 근무해보니 근무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가 광광소진되는 거 같긴하다.
첫 날이라 일찍 마쳐서 바로 옆 건물로 구경을 갔다.
신기한게 지금 일하는 회사가 훨씬 시설도 좋고 먹거리도 많은데
싫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근무시간 외에는 그냥 회사를 벗어나고 싶은건 여기도 똑같다.
옆 건물에서 열린 노점 가판대가 있어서 저녁 겸 여러 음식을 샀다.
대충 현지인들 눈치를 보면서 팬케이크를 두개 구매했다.
뭐가 인기 많냐고 물어보았고 짭짤맛 중에는 게살 크레페를
달달이 크레페 종류 중에는 코코넛 과육과 옥수수가 들어간 걸 구매했다.
한국에서 맛볼 수 없는 걸 최대한 골랐다.
와서 먹어보니 게살크레페는 살짝 비릿하였지만 짭쪼름해서 맛있었고
코코넛 과육과 옥수수가 들어간 크레페는 생각보다 그렇게 달지 않아서 맛있게 잘 먹었다.
있는 동안 많이 먹고 가야지!
다음은 국물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노점으로 갔다.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도 메뉴가 자흐 이런식으로 나와서 유추할 수 없었다.
메뉴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치킨?” “포크?”하면서 대충 국물에 토핑이 바뀌는 구나로 눈치챘다.
이 음식 역시 현지 중년 여성 직원분들이 사가시길래 치킨으로 골라서 포장으로 가져왔다.
내가 좋아하는 샤브샤브 국물에 알배추와 치킨이 담긴듯한 음식이다.
가끔씩 고수가 섞여 들어와서 향이 독특해진다.
신기한게 밥 먹고 나면 입 안에 동남아 음식향이 도는게
벌써부터 싶기도 하고, 너무 생전 겪어보지 못한 향이라 신기하다.
돌아오는 길에 돼지고기 꼬치구이와 찹쌀도 구매했다.
숙소에서 계란 후라이 하나를 추가하여 먹으니 정말 거한 밥상이 되었다.
밥을 먹으며 적적하여 기린과 영상통화를 오래오래했다.
기린도 설 연휴동안 달리느라 영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맘이 쓰였다.
얼른 낫고 잠도 푹 잘 자기를!
배터지게 먹고 처음으로 운동하는 곳도 가보았는데
시설이 너무 비루해서 깜짝 놀랐다ㅠㅠ
폼롤러도 풀업바도 없고 러닝머신과 스미스머신 한개, 랫풀다운 머신, 바이크 몇개 정도 있다.
그래도 기구 탓하랴!
오늘 너무 많이 먹어서 뛰지 못하고 걸어야 했는데
내일부터는 적당히 먹고 뛰면서 루틴을 잡아가는 삶을 도전해보아야겠다.
태국 근무 첫 날, 그래도 이 정도면 감사할 일이 많았다.
아침부터 좋은 사람들 만났으면 좋겠다는
태국친구 앎과 졔언니, 기린의 응원이 에너지를 넘치게 했다.
내일도 에너지 넘치게 잘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