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숨구멍 같은 아버지와의 사진 찍기
지난해 1월, 인생에서 겪어본 적 없는 저점을 찍고 있었다. 늘 목구멍 다 보이게 웃던 내가 웃는 것이 낯설어졌다. 텐션을 끌어올리려 해도 올라오지를 않았다. 잠자기 전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내게 또 다른 내가 나타나서는 ‘언제까지 울 거야!!!’하며 다그쳤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찬 내가 문제처럼 느껴졌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빨리 웃어라고 밀쳤다. 그러나 되려 웃음이 나오지 않고 축 쳐졌다. 검퍼런 깊은 물속으로 계속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내 결혼생활은 꼬일 대로 꼬인 느낌이었다. 남편과의 신뢰가 깨졌고 시가 문제까지 겹쳤다. 결혼해 버린 나를 책망하며 할퀴었다. 고민이 생기면 언니나 친구들에게 털어놓곤 했는데 이상하게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기가 참 어려웠다. 내 얼굴에 침 뱉기 같았다. 그렇게 참고 삭히며 1년을 지냈다. 결혼이 나를 옥죄는 것 같고 내가 병들어가는게 느껴졌다. 12월 남편에게 말했다. “나 상담을 좀 받아야겠어.”
상담을 하며 알게 된 건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가져와서 괴로워하는 나 자신이었다. 내 고민을 들으면 나를 걱정할 ‘상대방’을 신경 쓰느라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상담 선생님은 ‘왜 다른 사람의 몫까지 가져와서 힘들어하냐’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입을 열 용기가 났다. “아부지, 같이 사진 찍으러 가요”
아버지와 갈대를 찍으러 갔다. 집에서 한시간 반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무기로도 손색없는 묵직함을 자랑하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싸들고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가던 버스 밖으로 갑자기 갈대밭이 이어져 나왔다. 아버지가 감탄을 쏟아내며 “여기서 그냥 내리자” 하셨다. 목적지는 ‘바로 지금 여기’로 변경되었다. 우리는 곧바로 내려 아까 본 갈대밭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낙동강가에 끝없이 이어진 갈대 뒤로 윤슬이 펼쳐지는 장관이 쏟아졌다. 아버지와 나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꽂고서 갈대를 사냥했다. 바람이 불어 갈대가 꺾일 듯 휘었다 다시 올라오며 흩날릴 때 ‘지금’을 연이어 외치며 셔터를 눌렀다. 윤슬이 눈 안에서 터지듯 남아있었다.
쓸쓸한 듯 아름다운 갈대 무리를 찍어내어 만족스러우면 아버지는 한껏 올라간 톤으로 “좋아요~”를 외치셨다. 나도 만족스러운 갈대를 건지면 “좋아요~”를 따라서 외쳤다. 그렇게 갈대에 미친 사람처럼 낙동강 겨울바람과 정면승부하며 오후를 보냈다. 골이 아파오고 허기가 져 아버지와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때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라고 털어놓기를 시작했다.
찬 강바람을 맞으며 우리 둘뿐인 거리 위에서 내 안에 울을 토해냈다. 나는 처음 신뢰가 박살 났던 과거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박제되어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버지에게 내 결혼생활을 털어놓으니 후련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어떤 대목에서는 짧은 외마디로 탄식을 내기도 하고 나를 답답해하며 다그치기도 했다. 한참을 듣고 계시다가 ‘여유를 가져라’고,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라’고 했다. 돼지국밥을 먹으며 나는 계속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며 성토했다. 아버지는 ‘남편과 시가는 그 문화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싸우지 않는 부부는 없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했다. 아버지는 남편의 관점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는 기분이 나아졌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맥주 사들고 들어가서 남편에게 한 잔 권해보라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와 그날 찍은 갈대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름답기도 하고 쓸쓸했다. 마냥 연약해 보이지만은 않는 갈대 사진이 날 위로해주었고 외로움이 덜어졌다. 아버지에게 사진을 보내니 사진 이야기와 부부생활에 대한 조언이 맥락 없이 섞여서 돌아왔다. 나는 갈대 간 낙차가 있고 갈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모습이 잡힌 게 좋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사진에서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지면 성공이라 했다. 낙차가 없어 보여도 그 속에 높낮이가 있어 괜찮다고 했다. 분명 우리는 사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게 지금 내 상황을 이야기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아버지는 늘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가서 사진을 찍으셨다. 매화, 연꽃, 해국을 걸쳐 2022년 초는 단연코 ‘갈대’가 아버지를 사로잡았다. 며칠 뒤 아버지는 갈대 사진을 찍고 오셔서는 갈대 잘 찍는 요령을 보내주셨다. 일을 하다 읽는데 왠지 모르게 먹먹해졌다.
갈대에 필이 꽂혀 며칠 째 적당한 모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오늘은 늘 생각만 하던 일광천을 친구, 선배와 함께 용천지까지 걸으며 모델을 물색하였다. 하면서 든 생각. 형제도 기질과 부모의 양육방법,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다르듯 갈대도 그러했다.
거친 바닷바람과 넓은 낙동강 바람을 맞고 사는 그 지역 갈대는 거친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갈대 자신도 거칠다. 그래서 대가 굵고 잎도 길며 센 바람에도 꿋꿋하게 견뎌낸다. 반면에 시내가의 갈대는 간간히 부는 골바람에 적응하여 여리고 작고 부드럽다. 잎은 다 져버리고 꽃만 앙상하게 남아 떼거리로 서로 몸을 기대며 견디고 있다.
비교해 보면 낙동강의 갈대는 운동선수처럼 크고 기개가 강해 보이며 멋지고 품위가 있다. 인생 늦게서야 갈대도 품격이 있음을 알았다. 거친 환경의 순작용도 알았다.
[갈대사진 촬영 요령]
1.갈대를 무리로 하여 덩어리로 나눈 구도로 촬영하려 하면 광각이나 표준렌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사진은 쉽게 볼 수 있다.
2.갈대가 너무 어우러짐은 피할 것. 대개 10~15송이 내외,망원줌이 필수적이다. 갈대 사이에 빈 공간을 사이 사이 적절히 배치하라.
3.배경을 물로 하여(갈대는 물 옆에 있어야 제격) 역광으로 촬영 시 태양광이 지나치게 낮게(4시이후) 비치면 물의 역광반사가 심하여 화이트 홀이 크게 발생하니 11시에서 3시정도의 심하지 않은 역광이 적당(겨울철 기준) 역광의 상태에 따라 적정 노출에서 1~3단계 부족노출 할 것(배경 중심 노출측정)
4.바람의 방향이 일정 방향으로 불어 흔들리는 갈대 꽃이 통일된 방향성을 가질 것
5.갈대를 실루엣으로 표현하고 화이트홀을 억제하려면 적정노출에서 3단계 정도의 노출 부족이 되어야 한다.(강한 역광인 경우)
6.바람이 불어 갈대가 숙여졌다가 그 반동으로 꽃이 일어나면 꽃간 낙차가 커져 화면의 변화을 가져올 수 있다(결정적 순간)
7. 파인더 화면의 가장자리 4면 부분에 꽃이 겹쳐 꽃이 잘려지는 부분이 적도록 화면 구성
8. 바람이 불면 겹쳐져 있던 갈대 꽃들이 분리되기도 하고 겹치기도 한다. 갈대꽃이 서로 겹쳐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겹쳐지면 솜뭉치같이 보기싫은 검은 덩어리로 표현되어 실패한다. 셔터 속도를 1/250이상 고속으로 하여 흔들리는 꽃이 뭉개지지 않도록 한다. 꽃이 뭉개지면 솜사탕같이 보기 싫어진다. 실루엣 사진은 겹침이 없어야 한다.
9. 적당한 갈대가 선정되면 흥분하지 말고 시험삼아 10컷 정도 촬영하여 노출, 구도, 배경등을 확인하고 본격적 촬영에 임하도록 한다.
10. 갈대 꽃이 높기 때문 촬영용 사다리나 의자를 준비하면 다양하게 각도 잡기에 유리하다.
11. 가로 사진보다는 세로 사진이 낫고 꽃만 촬영하기 보다는 뿌리 부분까지 촬영하여 갈대의 연약하나 강함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12.선정된 갈대에 흥분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몇 번의 주변 탐색후 가장 좋은 갈대를 선정하라. 선정된 갈대에만 만족하지 말고 반드시 주변을 돌아보라. 더 좋은 모델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탐색후 결정하라
13.정확한 노출 측정을 위해 노출계를 스팟측정모드로 피사체를 제외한 배경(반짝이는 주변부, 반짝이는 부분은 제외)을 측정하여 1스톱 정도 노출 부족시킨다. 촬영 후 화이트홀을 확인하여 이 부분이 넓으면 노출을 더욱 감소시킨다. 반짝이는 부분이 너무 넓으면 화이트홀을 피할 방법이 없다. 물방울 표현을 위해 조리개 4~5.6이 적절. F8보다 더 조이지 말것
14. 후드를 반드시 장착하여 플레어를 방지한다. 삼각대와 릴리즈를 준비해야 덜 피곤하다
15.노출 과도를 막기 위해 ND필터를 장착하여 광선을 줄여 준다.
16.명지 울림공원이나 낙동강변도 촬영 최적 촬영지이다.(58-1 동리정류장하차)
[갈대 사진의 결정적 순간] 흐드러지게 꺾였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이 장관인 갈대 사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광각렌즈로 넓은 갈대 밭을 대상으로 촬영, 광각촬영은 배경의 단순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요령이다. 주제는 작게 배경은 복잡하게 잡으면 광각사진은 아무런 의미없는 사진이 되어 버린다. 가깝게 최대한 접근하여 원근감을 과장하여 가까운 피사체가 크게 자리 잡고 배경은 단순화하여 작게 공간을 부여하면 사진에 힘이 있어진다.
[갈대와 역광] 강물의 역광을 배경으로 하여 단순함과 동시에 화면의 변화도 욕심내었다. 갈대는 물가에 피는 식물이다. 물 배경이 가장 잘 어울린다. 망원렌즈로 갈대를 군집으로부터 고립시키고, 물을 배경으로 역광 촬영이 가능한 곳은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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