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처음 시작했던 기쁜 우리 젊은 날
우연한 만남이나 어설픈 시작이 살다 보면 예상치 않게 평생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중 3 때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갔다. 교회에 비치되어 있는 책 중에서 (월간)여성중앙의 부록으로 나온 최민식 선생의 사진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집으로 빌려 왔다. 주로 인물과 관련한 사진이 많이 실려 있었다. ‘아! 나도 이런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되었다. ‘선데이 서울’이 나오던 시절 3,000원짜리 카메라가 신문에 광고되고 있었다. 형에게 사달라고 하니 커서 “사진사 할끼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며 핀잔만 받았다. 그 뒤 1년 정도 시간이 지나갔다. 고교 진학을 해서 특활반을 사진반으로 가려고 하니 “카메라 없는 놈들은 빠져라”라고 하며 가입이 탈락되었다. 이론만이라도 미리 알고 싶었는데 좌절된 것이다. 그 시절에는 야외 전축이 한참 유행했다. 학교에서 나온 돈을 집에 알리지 않고 삥땅 쳐 어렵게 돈이 모아졌다. 이 돈으로 ‘내가 노래를 못 부르니 야외 전축을 사서 연습을 할까?’ 하다가 불러 흘려보내는 노래보다는 기록하여 남겨지는 사진이 낫겠다고 생각해 사진 쪽으로 결정을 했다.
1971년도 남포동에서 카메라를 샀다. 카메라가 몹시 귀한 시기였다. 그 시절에는 광복동 거리에 카메라 업소가 줄지어 있었다. 일광 카메라는 지금도 있다. 구입한 카메라는 아사히 펜탁스 SP였다. 처음에는 SV였는데 노출계가 없어서 다시 SP로 교환하였다. 너무 좋아서 잠이 오지 않았다. 카메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마저 좋았다. 필름 장전을 하고 촬영해야 재장전이 가능한데 연속하여 필름 장전만 하려니 릴리즈 되지 않아 카메라 점에 가서 고장이라며 물으니 촬영해야 필름 장전이 된다고 했다. 그것도 모르는가 싶어 쪽팔리기도 하고 몹시 부끄러웠다. 흑백 필름을 넣어 촬영하여 동네 명성사진관(온천장 소방서 옆)에 갖고 갔다. 그때는 컬러 필름이 몹시 비싸고 귀하여 컬러 필름을 인화하면 사진 뒤에 배지를 붙여 귀티 나게 만들어 주었다. 인화한 필름을 하나하나 받아들 때 가슴이 벅차고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했다.
처음부터 작품사진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사진생활이었다. 목적의식이 분명한 취미생활로 애초부터 인물 쪽으로 방향이 설정되었다. 누구에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광도서 서점에 가니 4종류 정도의 사진 관련 책이 있었다. 모두 구입하여 읽었다. 어떤 책보다도 재미가 있어, 읽고 실습을 하며 그렇게 적응이 되어 갔다. 제일 도움 된 책이 유만영씨가 지은 사진기술개론이었다. 이 책은 70년대는 아사히 펜탁스 SP로 예제 사진을 촬영했다고 하더니 1989년도에 개정판 사진기술개론의 예제사진에는 똑같은 사진에 니콘 F로 촬영했다고 거짓말을 올린 것을 보고 몹시 실망했다. 이 책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자주 DP점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사장님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싱글벙글 웃으며 사장님이 내게 “학생! 사진 너무 좋아하면 내처럼 되네”하며 농담을 보냈다. 그 사장님의 예언처럼 나는 한때 직장에서 쫓겨나 사진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집에서는 방 여기저기에 카메라가 널브러져 있다. 카메라는 나의 필수품이 되어 평생 함께 지내오고 있다. 내 필수품이 된 사진기에 얽힌 내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아 보려 한다.
SP를 처분하고 니콘으로 바꾸어 탔는데 5년 전에 이 카메라에 대한 향수가 발동하였다. 다시 SP를 구입하고 관련 M42렌즈(나사 마운트)도 구비하였다. 사진을 처음 접했던 그때가 떠올라 여전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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