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제주 3화 - 올레

by SOL


노희경 작가가 ‘우리들의 블루스’를 발표했을 때 나는 궁금했다. 왜 하필 제주도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썼을까? 제주도의 풍광이 아름다워서일까?


그녀의 대답은 예상밖이었다. 한쌍의 남녀 만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던 그녀는 한국의 정서가 제일 잘 남아 있는 곳이 제주도라고 생각했기에 드라마의 배경을 제주도로 했다고 말했다. 앞집뒷집 연결되가면서 서로에 잘 아는 그런 한국의 문화말이다. 지금은 내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제주도는 주변에 누가 사는지 뭐하는 사람들인지 다 안다. 아마도 농사를 짓거나 어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하기는 힘드니 서로를 의지할 수 밖에.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이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노희경 작가의 인터뷰를 듣고서 그녀의 예리함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제주도가 가진 특성을 파악한 그녀의 안목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야기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감탄했다. 물론 그녀가 “제주도”라는 소재를 콘텐츠의 메인으로 내세운건 아니겠지만. 나와 그녀는 같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2015년도, 내가 제주도에 있을 당시 나는 1차원적으로 제주도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지극히 관찰자의 시점이었고 육지인의 시점이었고 외부인의 시선이었고, 어린아이의 시각이었다. 그래서 난 제주도에서 제대로 접근 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제주 올레길에 대한 기획을 받고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제주도에 대해서, 정확히는 제주 올레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했다. 제주도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일단 예시가 필요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제주도에 접근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 제주도를 어떤 하나의 ‘휴양지’, ‘관광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굉장히 이것은 육지인의 시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보면서 쉬어 가는 곳 이렇게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들을 담아 내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올레길은 그런것과는 달랐다. ‘올레’라는 뜻은 집안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올레길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편안한 것이 아니라 직접 걸어야했고 걸으면서 마주하는 제주도의 실제 사람 사는 모습이었다. 나는 내레이션에 제주의 속살을 볼 수 있다라는 표현을 지겹도록 사용했다. ‘속살’, 편집하던 PD언니가 너무 야한거 아니냐며 농담을 던졌지만 ‘속살’이라는 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루한 구간이 많았다. 사람들이 관심 가지지 않을 만한 들꽃, 이름 없는 풀, 나무, 새, 자그마한 바닷가, 생활 터전인 밭, 먹을 수 없는 열매 등… 조용하고 느릿했다. 그래서 나는 촬영하러 같이 따라다니면서도, 늘 연신 재미없다고 투덜댔다. 난 그때 25살이었고 사회생활은 해보지 않았으며, 돈 많이 쓰는 그런 호화로운 여행이 좋았으니까.


32살에 된 지금, 그때의 어린 나를 돌아보니, 도저히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었던 게 당연했노라고. 나는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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