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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믿으면 호구? 미신의 종말!

빨간색으로 이름을 써도 죽지 않는 이유

매년 새해가 되면 점집은 붐빈다. 데믹 이후 삶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이런 현상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화, SNS, 화상 상담 등 비대면 사주 서비스가 늘고 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의 시대에 왜 사람들은 여전히 미신을 찾고 있을까? 


미신의 탄생에는 시대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요인들과 공동사회의 불안이 커지면서 미신에 집착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대전 이후 전쟁상황에 불안은 느낀 사람들이 미신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미신을 이해하려면 그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해야만 한다.

 


행운에 가장 집착하는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운동선수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징크스(Jinx)'라고 한다. 불운을 가져오는 재수 없는 것 또는 사람을 의미하는 '징크스'는 어떤 사건과 사건을 연관 짓는 믿음을 말한다. 주로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과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 미신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 선수는 타격전 점포를 하며 스파이크의 흙을 털고, 헬멧을 벗어 얼굴을 쓸어 올리고, 배트로 홈플레이트를 치는 등 준비시간만 24초 이상 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징크스가 야구팬들로부터 유명했다. 농구의 황제 마이클 조던은 경기가 있던 날 유니폼 안에 대학시절 반바지를 입었고,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경기 직전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가 홀수로 있으면 짝을 맞추기 위해 한 병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한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행동인 것이다.




미신에 잘 빠지는 사람들의 경우 보편적인 성격의 특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현상인 '바넘 효과(Barnum effect)'가 나타난다. 바넘 효과는 무작위로 관객을 불러내 성격을 맞추는 신통력을 발휘해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유명한 서커스 단장인 바넘의 이름에서 딴 용어로써 1949년 포러(Bertram Forer) 교수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나온 용어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격 검사를 진행했다. 모두에게 동일한 성격 검사 결과지를 나누어주고 얼마나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는지를 평가하게 했다. 80% 이상의 대학생들이 검사 결과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대답했다. 바넘 효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얼핏 보면 상대방을 간파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애매모호한 면이 많고 어느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말을 한다. 


예를 들면 타로점의 78장 타로카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 보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어떤 카드를 뽑더라도 자연스럽게 내용의 동화가 이루어진다. 카드 속의 모든 삶의 가능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카드점을 통해 인생의 궁금점을 더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렇듯 별점, 타로, 혈액형 성격, 운세 등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우리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혈액형에 대한 믿음은 어느 나라들보다도 더 강하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자기중심적이고 제멋대로고, O형은 솔직하고, AB형은 개인적이다 등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혈액형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은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정보를 믿거나 동질화된 집단을 통한 소속감을 느끼는 효과 등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점쟁이 리더십'이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수동적일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인지적 구두쇠인 뇌는 몸무게의 2%의 크기지만 에너지는 25%를 쓰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수동적 선택을 통해 에너지 사용을 아끼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선택지를 찾기 위해 정보탐색을 하거나 계획하는 '목표지향영역(goal-directed)'을 사용하기보다는 일상적이고 수동적인 일을 하는 '습관뇌영역(habit system)'을 쓸 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선택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유능한 대리인이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점쟁이는 이런 사람들의 속성을 이해하고 보통 "동쪽으로 가! 그러면 귀인을 만날 거야!"라고 단정적으로 점괘를 던진다. 이런 말투와 리더십은 수동적인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단정적일수록 편안함을 주게 되고, 점쟁이는 용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잘 속는 사람들이 동쪽 지역에서 귀인을 만나게 됨으로써 점쟁이의 명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방향성을 찾고 의지하려는 것이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 속성이다. 인지적 구두쇠인 뇌의 속성과 바넘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는 이런 점쟁이 리더십에 휘둘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간색으로 가족이나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뭔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생활 속에서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부정적인 미신들을 많이 들으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사실 붉은색은 중국에서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색이다. 하지만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자신 이외에 붉은색 사용을 금지하였고, 사용한 사람은 처형을 했다는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단편적인 미신으로 정착되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은 더 이상 미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신을 차지하고라도 한국은 길몽과 흉몽, 관상, 손금, 사주팔자, 궁합, 돌잡이 등 미신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랑하지만 궁합 때문에 헤어진 커플도 많았고, 말띠 여성과는 교제하지 않는다는 속설로 말띠에 여자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한국의 미신의 경제적 규모는 생각보다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렇듯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미신은 왜 우리의 삶을 이렇게도 깊숙이 지배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불안감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 큰 직업이나 환경에 놓여있는 집단에서 미신이나 징크스가 많이 생긴다. 그러면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미신이나 징크스의 탓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이유로 가지게 되는 미신적 신념은 실험적 증거나 논리적 추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그들이 살아왔던 삶의 경험과 환경 속에서 형성되었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미신적 신념은 자신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경험과 지식으로 선택했기보다는 자신이 평생 쌓아온 이론, 선입견, 직관과 편견의 왜곡된 필터를 통해 바라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던 믿음과 가장 잘 맞는 미신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불리는데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2002년 4월 보고서에서 미국 성인의 30%가 외계인에 대한 존재를 믿으며, 60%가 초능력의 존재를, 40%가 점성술이 과학이며, 32%가 행운의 숫자를, 88%가 대체의학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발표했다. 주식시장에서 확증편향은 자주 나타난다. 특히 주식시장이 좋을 때 내가 투자한 주식에 대해 나쁜 정보는 거르고 좋은 소식만 받아들이면 확증편향을 야기하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판사들의 판결은 편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서울 동부지법에서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50여 명을 법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판사들의 확증편향이 일반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줬다. 자신의 생각과 선입견이 공고할수록 확증편향은 크게 나타났다. 


이는 원시시대 수렵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반응에 기반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증편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모든 사실을 원점에서 의심하고 탐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의사의 말은 무조건 맞을 거야"라는 단정적인 태도를 버리고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재확인하는 습관적인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 만약 모든 환경을 통제할 수 있었다면 미신이나 징크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시험에 미신적 요소가 많은 것은 그만큼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적은 이성적으로 보면 100% 돈을 날리는 어리석은 행위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효과가 있다면 액운을 피할 수 있으니 지니고 다니는 편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불확실성이나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미신을 믿게 되는 것 같다. 하늘의 구름을 보면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모양이 변하고 바뀐다. 이렇듯 내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자신의 신념이나 믿음에 따라 해석을 하게 된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영역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미신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계속 추종되고 있다.


우리가 가지는 기쁨, 행복과 만족은 모두 기대감에 의해 결정된다. 기대보다 적다면 실망감을 느끼고, 기대보다 더 크거나 이외의 것이 나오면 기쁨, 행복과 만족은 더 커진다.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이런 기대와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만약 미래를 안다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도 사라질 것이다. 반면 불행을 알게 되면 그 실망감과 불안감도 더욱 커질 것이다. 불행이 닥친다는 사실을 모를 때는 묵묵히 감내하고 극복하지만 불행이 예고되면 불행은 더 큰 불행의 도화선이 된다. 만약 5년 후에 췌장암에 걸린다는 것을 안다면 남은 기간 큰 고통을 겪다 힘들게 생을 마칠 것이다. 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미래를 알고 통제한다는 것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예측할 수 없기에 인생은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것이다.




미신을 타파하자고 말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훨씬 더 강하게 미신의 노예가 되어갈 수 있다. 특히 그 결과가 부정적일 때 더욱 그렇다. 미신을 맞서다 실패하면 주변에 소문이 빨리 퍼진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부정적인 소식은 미신을 오히려 더 강화하는 소문만을 확산시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피하면 피할수록 더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보다 맞서면 맞설수록 부정적 결과가 나오면 그것에만 더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니 미신에 맞서는 사람도,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런 징크스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까?


징크스는 벗어나려고 도망칠수록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피하려고 애 써지 말고 징크스를 못 피했다면 더 쉬운 징크스를 새롭게 만들면 된다. 단 그 징크스는 간편하고 단순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보면 범인들이 한국은행을 털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우리 잡히면 어떡하지?"라고 말하자 백윤식 씨가 "다들 침 뱉어"라고 말하면서 모든 범인들이 침을 뱉고 입가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기존의 징크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기존의 징크스를 이기는 쉬운 징크스를 만들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나의 신체를 활용해 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징크스를 만들든지 참을 인자(忍)를 세 번 그리든지 미신은 미신으로 제압하고 극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선조들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리산 다미쉬(Lysann Damisch) 외 2명의 저자가 연구한 미신의 성과에 대한 긍정적 효과에 대한 논문에서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미신의 긍정적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골프 퍼팅 10번씩을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한 집단에는 행운의 골프공이라로 말해주면서 퍼팅 성공률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집단에는 별도의 멘트 없이 일반 골프공을 주었다. 


실험 결과 행운을 골프공을 받은 집단은 10번이 퍼팅에서 6.4회의 성공률을 보인 반면 일반 골프공을 받은 집단은 4.8회의 성공률을 보여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이렇듯 미신적인 생각과 믿음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처럼 위약효과와 같은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미신을 잘 활용하면 뭔가를 더 잘하고, 더 끈기 있게 하고,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인간은 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무속인에게 부적 한 개를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부적을 몸에 지니는 이유는 뭔가를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에서 기인한다. 


미신에 종사하는 무속인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는데 바로 열심히 하거나 열의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부적을 써 준다고 한다. 부적을 써주면 더 열심히 할 사람들이 대상인 것이다.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생기면 동기부여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부적을 써주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활용하는 영업기술이다.


결론적으로 미신은 이렇게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환경 속에서 누군가에게 '뭔가 잘 되고, 잘 풀릴 것이다'는 좋은 느낌과 확신을 만들어주면서 자기만의 의지를 다지고, 희망을 얻기 위해서 우리들 스스로가 만든 합작품인 것이다.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측대로 잘 풀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과 확신이 필요한데 이런 비합리적인 미신으로부터 그런 감정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유용한 삶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신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미신에 맞서서 반복적으로 극복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심신이 미약하다면 <범죄의 재구성>에 나오는 백윤식 씨처럼 기존의 징크스를 이기는 쉬운 징크스를 만들면 된다. 모든 극적인 변화는 내가 만드는 자극과 신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긍정적인 미신은 플라세보 효과처럼 강화하고, 부정적 미신은 경험을 통해 극복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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