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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실행의 최대의 적, 인지적 구두쇠!

인지적 구두쇠인 뇌를 이해하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좌뇌형, 우뇌형 인간이란 말이 있다. 이는 뇌를 쓰는 성향을 나타내는 말로 좌뇌는 우리 신체의 오른쪽을 지배하는데 주로 이성적, 논리적 성향과 관련이 있으며,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지배하는데 감성적, 창의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한 개의 뇌를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통로를 더욱 넓게 만들어 주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감성에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의 뇌는 정말로 게으르다. 우리가 반복된 행동과 습관을 만드는 것도 똑같은 일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뇌의 게으름으로 인해 생기는 행동의 결과이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인체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느라 바쁜 뇌는 사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며, 뇌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피와 산소 공급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뇌는 불필요한 일에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반복되는 일이나 습관을 만들어 신체가 알아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둔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바로 습관이다. 뇌는 뉴런(Neuron)이라는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뉴런은 성장을 하면서 많은 것을 학습하고 경험하면서 상호 연결점이 많아진다고 한다.


결국 경험에 의해 연결된 뉴런은 경험을 인지하고 저장해 두었다가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 때 동일한 반응과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타성과 관성이다. 이러한 뇌의 습성 때문에 뇌는 변화를 싫어하고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이미 형성된 습관과 패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게으른 뇌는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뇌에는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는 '중뇌'가 있다. 중뇌는 편도체라고 불리는 부분이 있는데 본능적으로 위험을 인지하고 생존과 관련된 경고 체계의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가 흔히 변화 또는 혁신이라고 부르는 일을 할 때 편도체는 이를 끊임없이 주저하게 하고, 망설이게 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해서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가급적이면 쉬고 싶은 뇌의 본능적인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 편도체가 저항하지 않기 하게 위해서는 편도체를 속여야 한다. 즉, 아주 작은 소소한 일상적인 것들을 반복함으로써 우리 뇌의 방어 메커니즘을 우회할 수 있다.




즉 운동을 하고 싶으면 거창하게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을 해서 매일 가야 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하루 10분 운동하기' 또는 '퇴근 후 매일 팔 굽혀 펴기 50개 하기' 등의 구체적이고 사소한 규칙을 정해 실행하고 반복하는 것을 권한다. 이렇게 사소하게 매일 진행하고,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이러한 행동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이러한 것들을 다시 습관화하도록 한다. 뇌는 다른 말로 하면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도 한다. 인간은 인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의미이다.


1984년 미국 프리스턴대 수잔 피스크 교수와 UCLA 셸리 테일러 교수는 사람들은 최대한 간단하고 두뇌의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지적 구두쇠'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이렇게 컴퓨터의 논리 구조처럼 사람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보를 탐색하고, 수집하고, 비교하고, 추론하고, 결정하는 순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과 선택을 설명하는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오랜 진화과정을 거쳐 터득한 일종의 잔꾀다. 직립보행을 하고 뇌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뇌까지 피를 많이 끌어올려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고 신체는 이를 최소화하려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왜냐하면 두뇌까지 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신체 에너지가 상당히 소진되고, 중력이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프니깐 생각하지 않고 쉽고 편한 것을 취하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고정관념, 선입견, 편향, 오류 등에 빠지게 된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부하직원들이 상사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상사의 의견에 맞추어 입을 닫는 것도 유사한 사례다. 충분한 분석이나 토론이 없이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쉽게 합의에 도달하려는 집단사고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파스칼(B. Pascal)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는데 이는 잘못된 개념이다. 인간은 의외로 생각을 안 하고, 어림짐작 기술과 경험치로 선택과 결정을 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인지적 구두쇠로 살아왔기 때문에 오랜 시간 유전적으로 진화했던 것을 아닐까? 인지적 구두쇠란 처음 경험한 일들을 편집해서 기억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이성을 가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곡된 시각,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도 된다.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과정이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어떤 선물을 고를지와 같은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부터 입사할 회사와 결혼 배우자를 고르는 것까지 우리는 끊임없는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위에서 언급한 고정관념, 선입견, 편향, 오류 등의 인지적 구두쇠 현상은 생각보다 자주 일상생활에서 나타난다. 지나친 인지적 구두쇠 현상은 개인의 제한된 경험과 제한된 지식의 테두리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고점 관념이나 편견에 빠진 사람들은 사물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다른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대체로 게으른 성향이 나타난다.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최소한의 생각과 행동만을 한다. 소파에 누워서 TV를 틀면서 바로 휴식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는 정말 손하나 까딱하기가 귀찮을 때가 있다. 그때 아내가 뭐라도 시키면 그때는 서로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집으로 돌아와서 가사 일 뿐만 아니라 육아도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러한 차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한 연구에 따르면 생각이 많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움직임이 많다는 연구가 있었다.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여부에 대한 인지 욕구를 측정했는데 인지 욕구가 높을수록 기억력이 좋고 의사 결정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혼자 조용히 사색 시간을 즐기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반면 인지 욕구가 낮은 사람들은 지루한 상황을 잘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인지 욕구가 낮은 사람들은 인지 욕구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활동량이 많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꿈꾸는 모던한 전원주택


이런 인지적 구두쇠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라는 개념을 늘 염두에 두고 상황에 따른 선택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6년 전 난 퇴직 후 전원주택을 갖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어서 휴일 때마다 아내와 차를 타고 대구 인근 도시를 차로 누비면서 전원주택지 임장 조사를 했다. 물론 여느 집처럼 내 아내도 전원주택 구매를 반대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나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아내는 부득불 나와 함께 전원주택지 임장 활동을 동행했다. 대구 인근이면서도 공기가 가장 좋은 곳 중의 하나는 바로 청도 지역이었다. 우리는 청도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인중개소를 들어가곤 했다. 대부분의 중개사들은 내가 구매할 여력이 없어 보였는지 뜨내기손님처럼 대했다.


집으로 가던 중 팔조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서면을 통과할 때 눈에 띄는 공인 중개소가 있어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가보자고 했는데 그날이 장날인지 바로 계약을 털컥하게 되었다. 사실 구매할 자금 여력도 충분하지 않았고, 또한 집을 당장 짓지도 않는데도 구매를 하게 된 것이다.


그곳 토박이인 중개소 소장은 내가 살 전원주택지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도로와 가까운 토지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좋지 않으며, 비싼 전원주택 대부분은 산 중턱에 위치해 주위의 소음과 먼지가 없어야 하며, 공기도 좋고, 풍광도 좋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청도에 제일 비싼 전원주택을 직접 차로 보여주었는데 그의 말대로 비싼 전원주택 대부분이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면서 현재 산 중턱에 토목 공사를 하고 있는 전원주택지를 소개했고, 9필지 중 3필지만 남았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 당시 바로 금전적 여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장 지을 형편도 안되어서 구매할 의사가 없었는데 이게 웬걸??? 그날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이다. 결국 아파트 담보로 대출을 해서 잔금을 치르게 되었고, 취득세까지 납부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집도 못 짓고 있는 땅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난 승진을 해서 타 지역으로 부임하게 되었고, 거의 6년 동안 연고를 떠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토지 주인이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그가 소유한 토지 일부가 경매가 진행되면서 도로까지 가압류가 붙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 당시 합리적 선택을 제대로 못했을까?라고 깊은 반성을 하게 된다. 나 또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비이성적으로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당사자가 아니었나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된다.




이런 나의 의사결정과 선택의 상황을 분석해 보면 나는 정말 비싼 부동산을 구매하면서 정작 구매 시에는 합리적인 정보 수집, 탐색, 분석, 비교, 타인의 후기 등에 대해서 깊게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않았고, 단지 중개사의 현란한 말솜씨에 모든 것들을 맡기고 구매에 대한 의사결정과 선택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이런 오류를 많이 범하게 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퇴직을 희망하는 부하직원들과 상담을 하면 아무리 합리적인 선에서 설득을 해고 면담을 해도 그들의 태도는 퇴직 결심에 대한 확증 편향이 만들어져 설득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퇴직해야 할 옳은 이유들만 듣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직원에게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선택을 했다고 아무리 말해도 목만 아프지 소용이 없다. 물론 퇴직한 이후 내가 봐도 만족할 만큼의 성공을 거둔 친구들도 거의 없는데 말이다.


앞으로 나는 인지적 구두쇠라는 개념을 자주  새기고 각인시켜서 추후 발생하는 의사결정과 선택의 순간에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후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튜브와 기사 등을 보면서 전원주택 생활을 꿈꾸고 있는 나란 남자는 바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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