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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뭐? 내가 멍청하다고!

총동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과 의사결정에 대한 진실

심리학에서는 '3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세 사람 이상이 모이면 '동조현상(conformity effect)'이 나타난다는 말이다. 지식채널 e에서는 인파가 붐비는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실험을 했다. 특별히 볼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 두사 람까지는 주변 사람들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세 사람이 보는 순간 주변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잠시 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일 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처럼 세 사람 이상이 같은 행동을 하면 그에 맞춰서 따라 하게 되는데 이를 '동조 현상', '3의 법칙'이라고 한다. 고사성어에서도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는데 세 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즉, 세명 이상이 모이면 집단이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집단 모방과 집단 동조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사람들은 처음 이용한 이메일 사이트를 계속 이용하거나 익숙하게 사용하던 브랜드만 고집해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다른 상황을 선택함으로써 불인이나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손실 회피 심리를 말한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과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은  현상 유지 편향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베스킨 라빈슨 31 점포에 가면 늘 먹던 3~4가지 아이스크림만을 먹거나 중국집에 가면 늘 먹던 짜장면, 짬뽕, 볶음밥을 먹는 경향이 많지 않은가. 그리고 늘 먹던 치킨만을 시켜먹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물론 선호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의 심리 속성인 '현상유지 편향'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면 다소 황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장래가 희망이 있느냐?"라고 묻는 경우와 "장래가 불안하나요?"라고 묻는 경우 사전에 묻는 질문의 형태에 따라 따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바로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바다에서 배를 정박할 때 해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닻을 내리게 되는데 무의식적으로 입력된 정보가 '닻(anchor)'이 되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7천 원짜리 장난감을 팔 때 그냥 7천 원으로 표기해서 파는 것보다는 1만 원에 X자를 표기해 30% 할인해 7천 원에 판다면 사람들이 살 가능성이 더 커진다. 물건을 팔 때 비싼 물건을 먼저 보여준 후 그리고 매우 싼 물건을 보여주면 가장 중간 가격대의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앞에 보여준 비싼 물건이 기준점이 되는데 이게 '바로 닻 내림 효과'이다.




이처럼 인간의 행동, 선택과 의사결정은 생각보다 주변의 상황과 인지적 구두쇠 뇌의 속성으로 인해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이루어진다. 전통적 경제학에서 인간은 선택이나 의사결정 시 '기대효용(expected utility)'이 가장 높은 대안을 선택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란 뜻의 '이콘'으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40년 전에 출현한 행동경제학은 기존의 기대효용 이론과 달리 인간은 불확실성 상황에서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으로 선택과 의사결정을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기존 주류 경제학의 이론을 완전히 뒤엎었고, 그 당시 주류 경제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행동경제학은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주류 경제학 이론의 대안으로 만들었으며 초기에는 '전망 이론(prospect)'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전망 이론이란 이름은 특별한 의미가 없으며, 노이즈 마케팅의 일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은 '이콘'이 아니라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행동은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행동은 평소 건강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충동적으로 과식을 하고, 운동도 전혀 하지 않는다. 또한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저축을 적게 하고, YOLO를 외치며 대출까지 하면서 소비를 한다. 


퇴직 후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지도 않고, 낙관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면서 현재를 살아간다. 행동경제학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1970년대 초부터 30여 년동안 전망 이론을 연구한 카너먼은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이론의 핵심은 기존에 주류 경제학의 이론이었던 '기대효용 이론(expected utility theory)'에 대한 행동경제학의 반박 논리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기대효용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확실하지 않을 때 기대효용이 가장 높은 행위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갈 때 우산을 챙겨야 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가져가야 할 때의 번거로움과 그렇지 않을 때 옷이 젖는 불쾌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  두 가지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대효용 이론에서는 우산을 두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본다. 단 이러한 선택의 과정에 있어 '인간은 합리적이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즉,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망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다수의 심리실험을 통해 불확실성 상황에서는 기대효용 이론의 전제와 배치되는 사람들의 특성을 발견하였다. 즉, 불확실성 상황에서는 합리적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비행기를 타는 것은 추락 확률을 낮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장거리 이동을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탄다는 것이다. 둘째, 사람은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 저변에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 100만 원 횡재로부터 얻는 즐거움보다 100만 원 손실로 유발되는 고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셋째, 사람의 주된 관심사는 절대적 크기의 이익이 아니라 상대적 이익과 손실이라는 것이다. 즉, 내가 증가하는 소득보다 주변 동료가 증가하는 소득이 높다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외곽에 주유소가 하나 있다. 주인은 고객들이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더 많이 지불하기를 바란다고 하자. 그래서 현금 사용자들에게는 1리터에 950원, 카드 사용자들에게는 1,000원을 받기고 했다. 두 종류의 문구로 플래카드를 걸기로 했는데 A는 '1리터 1,000원! 단, 현금 사용 시 리터당 50원 할인', B는 '1리터 950원! 단, 카드 사용 시 리터당 50원 할증'이라고 준비했다. 사실 같은 내용이다. A는 할인이라는 '이익'에 초점을 맞추었고, B는 할증이라는 '손해'를 강조했을 뿐인데 결과는 B가 더 좋았다. 이익이 주는 만족보다 동일한 크기의 손실이 주는 심리적 충격이 더 민감하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손실 회피'는 전망 이론의 핵심이다. 잃는 고통이 얻는 즐거움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만약 1억 원의 손실이 확정된 A안과 2억 원의 손실 가능성이 55%, 손실을 전혀 입지 않을 가능성이 45%인 B 안이 있다면, 다수가 B 안을 선택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시각으로 설명하는 주류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B안의 기댓값은 A안의 기댓값보다 오히려 큰 1억 1,000만 원의 손실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A값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사람들의 실제 선택은 그렇지 않았다. 


이처럼 전망 이론은 인간의 위험 회피도가 상황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변하고, 특히 눈앞에 손실이 예상될 때 평소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위험'을 감수해 버린다고 한다. 게다가 한번 빛을 지거나 손해를 보면 또 다른 손실에 대한 감응도가 무뎌짐으로써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보유 중인 주식의 일부를 처분해야 할 때 한 종목에서는 지금까지 5백만 원을 벌었고, 한 종목에서는 5백만 원을 잃었다면 어느 종목을 팔아야 할까?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향후 전망이 좋은 주식을 갖고 그렇지 않은 주식을 팔 것이다. 그렇지만 통계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매수 가격보다 오른 주식을 파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매수 가격 이하로 떨어진 주식은 매도를 꺼린다고 한다. 주식투자 시 손실을 본 경우에는 어떻게든 손실을 메우기 위해 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의 분석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체계는 두 가지 시스템에 의해 작동된다고 한다. 하나는 빨리 생각하는 기본적 사고 체계, 또 하나는 느리고 노력을 요하는 사고체계이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 사고체계를 두 가지 유형으로 불렀는데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바로 그것이다. 시스템 1은 빠른 직관을 요구하며,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고,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 없는 시스템이며, 자발적 통제도 모른다. 


행동경제학은 시스템 1에서 비롯된 학문이다. 반면 시스템 2는 느리고 노력을 요구하는 사고 체계이며, 기존 주류 경제학의 학문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시스템 2는 시스템 1과 달리 아무 때나 나서지 않으며, 노력이 요구되는 정신활동이 필요한 때에는 작동하고, 주관적 행위와 선택과 집중에 관련된 활동에서 활약이 두드러진다.


화난 여자 사진을 보면 우리는 직관적으로 그 여성이 어떤 상태라는 것을 표정에서 확인할 수 있고, 큰 소리를 친다든지 욕설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사고는 시스템 1의 영역이다. 반면 26 ×38이라는 수식을 보면 시스템 1은 부하가 걸리며, 시스템 2에게 해결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시스템 2는 느린 속도로 작동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제를 작동한다.




우리의 자아는 의식적,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을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믿고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와 시스템 2는 합리적 사고의 주인공이다. 주류 경제학도 시스템 2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왔다. 시장의 경제주체는 언제나 합리적인 사고와 결정을 한다는 가정하에 경제 모델들을 분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30년 전에 출연한 행동경제학이 300년 전통의 주류 경제학에 도전장을 던졌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경제 주체는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림짐작(Heuristics)''편향(Biases)'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합리성은 감정이 아니라 인지체계에 원인이 있다"


행동 경제학의 등장 이후 심리학에서 논의되던 시스템 1이 경제학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1년 《생각에 관한 생각》이 출시되면서 대니얼 카너먼은 행복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만약 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A. 90만 원을 받는다.
B. 100만 원을 받는다.


고민할 여지없이 여러분은 B를 선택할 것이다. 시스템 2가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물으면 고민을 하게 된다.


A. 90만 원을 받는다.
B. 100만 원을 받지만 그 확률은 90%이다.


이 문제에서는 시스템 2가 개입하게 된다. 대부분은 A를 선택했을 것이다. B는 100만 원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아무것도 받지 못할 확률도 10%가 정도 된다. 하지만 A는 90만 원을 확실하게 받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이 주장해온 '기대효용 이론'을 대변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효용 이론에서는 A와 B의 효용이 동일할 때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 바로 효용 이론의 핵심이다. 다음 문제를 보자.


A. 무조건 90만 원을 잃는다.
B. 90% 확률로 100만 원을 잃는다.


이번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A나 B나 모두 잃어야 할 상황이다. 둘 다 잃는 상황이고, 둘 다 기대효용 값도 동일하다. 그럼 사람들은 효용 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 여러분은 이번 상황에서 대부분 B를 선택했을 것이다. 90만 원 대신 더 큰돈인 100만 원을 잃을 위험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도 잃지 않을 확률 10%에 모험을 걸려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의 효용이 같더라도 위험회피가 아닌 위험추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다이엘 베르누이에서 시작된 '효용 이론'은 '전망 이론'의 시작을 알렸다. 베르누이의 효용 이론은 전망 이론과 달리 이익과 손실을 평가할 때 비교대상이 되는 그 이전의 부가 빠져 있었다. 현재의 재산이 1천만 원을 가진 사람이 90만 원을 잃는 것과 10억을 버는 사람이 90만 원을 잃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망 이론은 준거가 되는 이전 상태의 부를 중요시한다. 준거점의 크기에 따라 이익과 손실의 크기가 다르고 기쁨과 고통의 크기도 다른 것이다.  


정리를 하면 전망 이론의 핵심은 효용 이론과 달리 준거점 비교, 민감성 감소의 원칙, 손실 회피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 시스템 1과 관련이 있는 특징이다. 대니얼 카너먼은 사분면 S자 곡선을 통해 이익과 손실의 민감성을 설명했는데 왼쪽은 손실, 오른쪽은 이익의 민감성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익이나 손실이 점점 커질수록 그 차이를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민감성 감소의 원칙이다. 


또한 S가 곡선은 대칭이 아니다. 손실의 반응이 이익의 반응보다 더 강하다. 100만 원의 손실이 100만 원의 이득보다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큰 선택일수록 이익을 얻을 기회와 손실이 생길 위험이 뒤섞인 상태다. 우리는 그때마다 어렵고 까다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럴 때 행동경제학의 선택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해진다. 전망 이론은 놀랄수록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경제 주체는 완전히 합리적이지 안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림짐작과 편향이 발생한다고 한다. 전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확률을 정확하게 따지기보다는 경험, 감정에 비추어 어림짐작 기술인 '휴리스틱스'를 활용해 선택하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밝혔다. 


당첨 확률이 매우 낮은데도 불구하고 경쟁적으로 복권을 구매하거나 감염될 확률이 극히 낮은데도 광우병에 걸릴까 봐 수입 소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행동도 이에 해당한다. 가전 코너에 가면 아주 비싼 1천만 원대 고급 TV와 아주 저렴한 50만 원짜리 저가 TV 사이에 200만 원대 중가 TV를 배치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중간의 대안을 선택한다고 한다. 고급 TV의 경우 팔지 않더라도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연구에서 응답자에게 '75%가 살코기'라고 묘사된 소고기와 '25%의 지방'이라고 묘사된 쇠고기에 대한 인상을 답하도록 했다. 응답자는 소고기가 25% 지방으로 구성되었다는 묘사를 보았을 때 보다 75% 살코기로 구성되었다는 묘사를 보았을 때, 소고기가 지방이 적고, 맛이 좋고, 덜 느끼하며, 품질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정보 제시 방법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퇴근하면 우리는 곧장 소파로 달려가 지친 몸을 뉘며, TV 리모컨을 습관적으로 손에 쥐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린다. 우리 뇌의 전두엽은 '운동은 장기적으로 몸에 좋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뇌변연계는 지금 당장은 운동하기보다는 쉬고 싶다고 얘기하며, 그냥 소파에 드러누우라고 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현상을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하는데 의사결정 시 전두엽은 미래의 장기적인 바람직한 모습을 설계하지만, 대뇌변연계는 지금 이 순간만을 판단 근거로 삼아 그 결정이 가져올 손익을 비교한다. 이렇듯 인간의 모드 의도와 행동에는 이런 간극이 발생하게 된다. <시크릿>이나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자기 계발서를 일고 있으면 우리는 당장이라고 실천하고, 원하는 모든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읽었던 굳은 믿음과 신념도 책을 다 읽고 나면 바로 리셋이 되곤 한다. 바로 이런 현상들은 우리 뇌 체계를 알면 더 쉽게 이해하게 된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즉흥적이고, 충동적이다. 뇌는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보상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당장 피드백이 없으면 작동하기를 꺼린다. 또한 어떻게든 에너지를 아끼려 하기 때문에 긴급하지 않는 중요한 일의 영역을 하려고 하면 매우 게을러지고,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틈만 나면 딴짓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려고 한다. 우리가 뭔가에 중독되거나 빠지게 되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바로 최소한의 에너지로 '즉각적인 보상'이나 '자극'을 받는 때라고 한다. 우리가 도박이나 TV 시청을 할 때 바로 이런 뇌의 작동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된다. 뇌는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전의 연구에서 수차례 뇌의 활성화를 통해 신체적 자극과 활성화가 함께 진행된다는 것을 밝혔다. 


마라톤 선수에게 눈을 감고 실제로 대회에서 달리고 있는 것을 상상하라고 했을 때 신체도 똑같이 반응했다고 한다. 이렇듯 뇌는 가장 게으르면서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이기도 한 반면 가장 완벽하고 발달된 존재다.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결점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뇌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면 조금 더 나은 행동과 산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선택의 상황에서 시스템 1의 직관적인 선택을 하는 것보다는 시스템 2를 좀 더 활용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보상이 주어질 때 나에게 정말 유리한 보상인지, 나쁜 보상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주식투자를 할 때 추가 매수를 할 것인지, 아니면 손절을 할 것인지 합리적으로 선택을 하고, 사전에 허용 가능한 손실 범위를 정해놓고, 손절매를 그 기준에 따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뇌를 적게 쓰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원시시대부터 맹수를 만나는 등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얻어진 능력이다. 빠른 생각과 직관은 과도한 낙관적 편향에 빠지게 한다. 이렇듯 낙관적 편향은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피하고 면역을 증진시켜 건강한 삶을 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나 의사결정 시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인간의 다양한 편향과 심리적 오류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심리적 기제를 평소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선택이나 의사결정 또는 투자를 하는 데 있어 생존과 본능에 필요한 시스템 1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느리지만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시스템 2를 좀 더 활용하는 노력과 수고로움을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 2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평소 우리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면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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