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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Aug 06. 2021

(YJ)파이어족을 꿈꾸다

내 삶의 칼자루를 쥐는 방법

중년의 나이,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룬 것은 많지 않고 몸은 여기저기 삐꺼덕 거리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집중하는 시간은 20대에 비해 반밖에 안된다. - 고명한, 《어느 날 중년이라는 청구서가 날아왔다에》에서 -


파이어족(FIRE)족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면서 그간 안분자족을 외치던 나의 삶이 갑자기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30대 파이어족이 나오는 유튜브 동영상은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40대도 아니고 30대라니? 10억도 아니고 겨우 5억 남짓 되는 돈으로 파이어족을 선언한 것도 충격이었다. 살고 있는 전세를 제주도로 옮겨 월세로 살면서 남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면서 연 10% 정도만 벌면 생활이 된다고 한다. 


30대 파이어족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음에도 난 파이어족이 될 용기가 사실 없었다. 매일 시간적 자유를 외치지만 막상 직장을 떠나서 온전히 주어진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오랜 기간 서커스팀에 길들여진 코끼리처럼 막상 풀어줘도 그곳을 떠나길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 또한 노예 생활을 벗어나 독립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파이어족이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이 내면에서 솟구쳤다. 오십 대 파이어족은 맞지 않는 용어일까?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오십 대 파이어족이란 용어는 틀린 말은 아닌 듯싶었다. 또한 조만간 불시에 회사로부터 유혈 낭자당하고, 폐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남은 인생의 칼자루는 내가 쥐고 싶다는 생각은 파이어족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어느 시점에는 떠나야 한다면 손뼉 칠 때는 아니더라도 내 의지로 떠나고 싶기도 했다. 


돈에 대한 집착과 갈망이 파이어족을 만든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돈을 잃고, 누군가는 돈을 벌고 있다. 퇴근 후 술자리에는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이면 머릿속은 온갖 걱정으로 복잡해지고, 마음도 혼란해진다. 돈에 얽매이지 말고 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현실은 돈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득하다. 나는 여태껏 살면서 돈에 집착하지 않고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돈에 더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돈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집착이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인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시드 머니(seed money, 종잣돈)'다. 종잣돈이 클수록 파이어족이 되는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눈덩이 효과(snow ball effect)라는 말이 있는데 '눈덩이가 커질수록 수익도 커진다'는 말이다. 천만 원이 두배 되는 것과 십억이 두배 되는 것은 자산의 격차가 더 심화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정된 급여로 시드 머니를 만들 때는 삶이 누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번만 만들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눈덩이 효과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직장생활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로그아웃하는 것이다


파이어족의 궁극적 목적은 '경제적 자유'를 통해 '시간적 자유'를 얻는 것이다. 여기서 경제적 독립은 꼭 부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조직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 직장생활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로그아웃 하는 것이다. 나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 공동체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고요한 일상을 뒤흔드는 각종 전화벨과 메신저의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파이어족이 되면 스스로 현금 흐름을 만들고, 지출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만약 내가 현금흐름의 성과를 만들어 낸 경험이 있다면 이제부터 파이어족이 될 자격을 얻은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유튜브를 보면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20억, 30억, 50억 등 구체적인 숫자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금액에 집착하면 절대 파이어족이 될 수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덜 먹고 덜 쓰면서 살 건지 아니면 충분하게 벌어서 여유 있게 누리면서 살 건지부터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니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절대적인 금액은 불필요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2~3억 정도 주식투자로 일정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면서 파이어족이 된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전자에 해당한다.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게 나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25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했다면 최소한의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나도 이제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덜 먹고 덜 쓰면서 사는 파이어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어족의 취지로 볼 때 가급적 50대가 이전에 되어야 원하던 시간적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그러니 젊을 때일수록 적은 금액이 빨리 시드 머니를 만들어 눈덩이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 방법을 활용하면서 말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별다른 재테크 기술이 없이도 부를 창출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절한 레버리지를 통해 집으로 메뚜기 효과를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합법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단계적으로 집평수를 넓혀가면서 자주 집을 옮기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었다. 다만 자녀들의 교육 문제로 일부 다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아내와도 이사에 대해서는 사전에 잘 상의해야 한다. 물론 지금 세대에게는 먼 나라의 얘기로 들리겠지만 월급쟁이에겐 예나 지금이나 이만한 재테크 방법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파이어족을 꿈꾸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조직생활에서의 이탈과 고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과 조직생활에 익숙한 사회적 동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다. 딱히 직업도 명함도 배경도 없어 존재감 없이 산다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스펙과 직함이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비주류 소수로 살아간다는 것과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초연할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이 있어야 진정한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마인드셋


조기 은퇴를 선언하고 현재 한산도에서 파이어족이 되어 자연인처럼 지내는 내 친구를 볼 때 웬만한 마인드셋이 없으면 파이어족이 되기 힘들다고 했다. 한 번도 시간적 자유를 가져보지 못한 직장인에게 시간적 자유는 오히려 무료하고, 견디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파이어족의 조건을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무료한 일상을 달랠 수 있는 나만의 취미와 놀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 취미는 낚시와 산책이었다. 그러니 한산도에 터를 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둘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배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주변에 사람이 없더라도 구애됨이 없어야 하며, 외로움과 고독감마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시간적 자유를 맘껏 누릴 때는 맘이 한없이 행복하고, 여유로운 일상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날씨의 변화와 계절의 냄새를 맡으며 삶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하지만 이것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권태로움과 불안감이 다시 맘속에 똬리를 틀고 자리 잡는다고 한다. 그래서 진정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나름 바쁘게 지낼만한 자신만의 '뭔가'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진정한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생활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소신 있게 워라벨을 실천하면서 자신만의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시간이 있을 때 시간적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강력한 동기 즉, 취미를 만들고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만약 취미 영역이 추가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소박한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


파이어족과 더불어 최근 비우는 삶인 '미니멀리즘'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채우려고만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비움의 가르침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채우고자 한다면 끝이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은 멈추어야 하고, 그 순간을 결정하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다. 멈추어야 더 잘 보이는 게 인생이 아닐까.


명심보감에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해도 즐거우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돈이 많고 귀해도 근심한다'라는 말이 있다. 결국은 삶의 본질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외칠 수 있는 미니멀 파이어족의 개념 도입이 필요한 것 같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들을 보면 최소한의 돈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고, 즐겁게 인생을 살고 계신다. 어쩌면 돈은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두막집 한채, 작은 텃밭, 그리고 몇 마리의 닭만 있으면 자급자족하는 파이어족이 될 수 있진 않을까? 가끔은 품앗이도 하고, 가진 걸 물물 교환하면서 사는 인생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오늘의 결론은 소박하고 미니멀한 파이어족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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