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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02. 2021

알 수 없는 인생, 후회 없는 인생

#후회 #삶과 죽음 #은퇴준비 #실행력 #스티브 잡스 #인생무상 #소확행

젊었을 때부터 내 인생의 좌우명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였다. 사회 초년생 시절 생명보험회사에 근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의 영역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하고, 논의하고, 성찰할 기회가 많았다. 유언장 작성부터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에 이르기까지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직접 교육을 하기도 했다.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삶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은 어쩌면 삶의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교육을 많이 하다 보니 젊은 시절부터 은퇴 후 노후준비, 웰다잉(Well dying)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생명의 끝인 죽음을 인지하고 살아야 삶의 여정을 더 충실하게 따라갈 수 있으며,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유한한 자원이다


눈만 뜨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은 유한한 것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찍부터 깨닫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시간의 가치는 다 다르며, 유한한 시간을 잘 레버리지 하는 것이 웰빙(Well being)임도 잘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바쁘고 여유 없는 가운데서도 시간을 쪼개서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책도 틈틈이 읽고,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삶의 종착지에서 내가 남길 유산을 무엇일까?라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나는 스스로 비전 보드(Vision board)도 만들었고, 십 년 이상의 기간 동안 버전업을 하면서 삶의 방향성과 이정표를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왔고, 후회 없는 삶을 살자는 내 삶의 여정은 그렇게 충실하게 이행되어 갔다. 



행복한 삶의 비밀은 바로 '실행력'이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인생의 비밀(Secret)은 바로 '실행력(Execution)'임을 깨달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나는 삶의 속도를 높였고, 계속해서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담금질을 해나갔다. 작은 결과지만 회사 내에서는 임원이라는 직책에 올랐고, 개인적으로는 경영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그리고 흙수저 출신이지만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드림 하우스도 장만했다. 노후를 위해 현금흐름을 만들어줄 작은 상가도 계약했고, 은퇴 후 살고 싶은 전망 좋은 전원주택지도 구매를 했다. (자랑질해서 미안합니다 ^^;)


작은 소망이지만 지금은 부족한 필력이나마 평범한 내 삶의 일천한 경험과 지식을 담은 내 명의의 책 한 권을 세간에 출판하고 싶은 욕심이 갑자기 생겼다. 반년 간 120편이 넘는 글을 작성해서 업로드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형편없고, 구독자 수도 이제 겨우 128명이다. 하지만 부족한 나의 글을 읽어 주시고, 구독까지 하시는 한 분 한 분이 내겐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얼마 전 수도권 경찰청에 근무하시는 한 분이 사내 게시판에 내 글을 올려도 되겠냐는 문의가 와서 난 부끄럽지만 그러시라고 답변을 드리기도 했다. 




후회하지 않은 인생을 살려고 발버둥 쳐 왔지만, 한편으로는 후회하게 될까 봐 걱정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사실 그간 내 삶은 녹록지 않았다. 후회할 일을 만들면 안 된다는 조급한 생각들이 내 삶을 더 옥죄었고, 어떤 경우에는 더 후회하는 인생의 순간을 만들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인정을 받으려고 워커홀릭처럼 일했고, 인맥과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술자리도 빠짐없이 참석했고, 평판 관리를 위해서 주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려고 노력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신중했고, 노력했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도 속으로 꾹 누르고 참고 살아왔다. 고인물 세대라 직장생활이 항상 가정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직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가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에 모든 불편함과 고단함을 온몸으로 감내했었다.


내일은 항상 해가 뜰 것이라는 희망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오늘이 어제 죽은 사람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내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나의 내일이 빠르게 사라져 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지,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지, 어떻게 하면 인생의 소확행을 많이 만들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행력을 높일수록 오히려 내 삶의 행복은 저만치 더 멀리 달아나 버렸다. 생각의 파편들이 끊임없이 생성되었고, 파편들의 조각은 깊게 파고들어 내 정신을 더욱 황폐화시키고 있었다. 파랑새는 가까이 있었지만 현실의 삶은 만만하지 않았다. 생각과 실제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 여정이 나를 더욱 망가지게 했다. 사실 그렇게 심각하게 살 필요까진 없었다. 엄격한 잣대로 필요 이상으로 나를 담금질하고, 채찍질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당시에는 그렇게 엄격한 잣대로 나를 대했을까? 아등바등 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가끔씩 만약 내가 언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삶을 살 것이냐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2005년 6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연설했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면 오늘 하려던 일을 할 것인가? 내가 곧 죽을 몸이라는 생각은 자신이 뜻밖에 획득한 가장 중요한 인생의 도구였고, 선택의 고비에서 늘 도움이 되었다'는 그의 명연설에서 나는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고르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외부의 기대나 모든 자부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죽음 앞에서 다 떨어져 나가고 정말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을 바꿀 수 있고, 우리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지 말라고, 그리고 타인의 의견이 아닌 용기를 내서 마음과 직관을 따르라고 말이다. 


하루를 살아도 마지막인 듯 살아라. 언젠가는 그 길이 옳았음이 드러나리라 (스티브 잡스,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인생의 선택에는 늘 후회가 따른다


인생은 어떤 선택을 하든지 후회하게 되어 있다. 선택에는 항상 선택하지 않았던 기회 상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따를 수밖에 없다. 젊었을 때를 되돌아보면 항상 내가 해왔던 선택의 이면에 대한 후회가 가득했다. 선택은 개인이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라서 다양한 결괏값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할 수밖에 없으며, 선택에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후회를 온전하게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의 선택은 옳을 것이라는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후회 없는 인생은 절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가벼워질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인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죽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죽음을 통해 삶의 여정에 충실하자는 생각의 또 다른 이면에는 어차피 인생이란 것이 알고 보면 변화무상해서 참으로 덧없음을 일컫는 인생무상(人生無常)호접몽(胡蝶夢), 권력이나 부귀영화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洪)이므로 내 삶에서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삶의 여정의 종착지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한편으로 여정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살아있으면서도 살아있음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은 얼마나 슬픈 역설인가? 




변화무쌍하기도 하고 덧없는 인생에서 어떻게 하면 삶의 방향과 이정표를 공고하게 구축할 수 있을까? 답은 역시 실행력을 높이는 것뿐이다. 30대 초반에 인터넷에 뜨겁게 달구던 플래시 동영상 한 개가 있었다. 만약 3일만 살 수 있다면 3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뜬금없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이 있는 교실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명상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들 대부분은 3일간의 계획을 조용하게 적어 내려갔다.


이렇게 진지했던 적이 있었을까? 몇몇 아이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끝나고 한 명씩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발표를 하는 아이도, 듣는 아이들도 모두 진지하고, 신중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써낸 3일간의 내용들이 이상하리만큼 엇비슷했다. 첫날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은 친한 친구와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들이었다. 마지막에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쓴 글이 아직도 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Do it Now'


그렇다. 후회하지 않은 인생이란 바로 후회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즉시 하는 것이다. 평소 내 곁을 지켜주고, 내 편을 들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하고, 실수를 한 사람에게는 실수를 했다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특히 소중한 사람들에게 후회할 일들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용서하기 위해 사과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주말에 피곤하다고 잠만 자지 말고, 가족들과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패라는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았던 기회들을 더 슬퍼해야 한다순간을 살아야 한다. 현재를 살지 못하면 과거와 마래는 후회밖에 안 남는다.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생각하고 축복처럼 행동해야 한다. 변화도 즐겨야 한다.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자주 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이다. 늦지 않았다. 늦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바로 시작의 적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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