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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Oct 28. 2021

멈.추.면 채워지는 것들

#명상 #관조 #니체 #불멍 #산멍 #물멍 #생각

사는 것은 고통을 받는 것이고, 살아남는 것은 그 고통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는 거예요 (프리드리히 니체)


성장욕구가 오히려 절망감을 낳는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직장인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직장 상사의 마음을 움직여 상사와의 관계에서 인정을 받아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 하는 '성장 추구형', 다른 하나는 직장생활에서 온순한 양이되어 무기력하게 상황을 수용하고,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안정 추구형'이다. 두 유형 모두가 나름의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지만 대체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유형일수록 현실과 이상과의 큰 괴리 앞에서 자주 무너지고 절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성장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직장에서 조금만 뒤쳐지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늘 쫓기고,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상사와의 적합도가 맞지 않거나 평가나 승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그런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은 더 깊어지고, 심지어는 우울증, 조울증, 무기력, 불안감, 절망감, 수면장애 등의 심각한 상황과도 조우하게 되기도 한다.


안정 추구형처럼 무기력하지만 상황을 수용하고, 상황에 묻어가기도 쉽지 않다. '더 이상 못하겠어', '그만둘래'라는 말도 가족을 생각하면 쉽게 내뱉지도,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다. 혼자서 속만 태운다. 특히 직장 내에서 일찍부터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을 받아오다가 능력이나 성과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그간 위태하게 붙잡고 있었던 멘털마저 붕괴되기도 한다.



남들보다 앞서가면 좋기만 할까?


나 또한 그랬다. 이십 대 후반에 S생명 지점장, 삼십 대 초반 유통업 부점장, 삼십 대 후반 점장, 사십 대 후반 본부장까지 나름 회사 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오십 대 중반이 되어가니 후배들이 본부장에 올라 동료의 위치가 되고, 나보다 어린 후배가 상사가 고위 임원으로 발령 나서 상사가 되는 것을 보면서 이제 나도 나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크게 낙담하고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처럼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사람들조차도 벌써 이 정도 낭떠러지를 직면하게 되는 것을 보면 직장생활은 어쩌면 안정 추구형처럼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요즘 내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좌절과 상심에 대한 감정의 면역력이다. 크고 작은 부정적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소화력이 필요한 것이다.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왔던 내 삶의 오르막길을 잠시 멈추고, 내딛던 길을 뒤로하고, 내리막길을 향해 여유와 느림의 순간을 즐겨야 할 때다. 관점을 달리하면 "이 정도면 수고했다. 그간 고생 많았다"라는 말로 스스로에게 위안과 용기를 선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럴 때 내 인생은 초라한 내리막길이 아니라 설레고 가슴 뛰는 소풍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번아웃에 이르게 되는 과정


스피드와 효율을 강요받는 현대인들은 매일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선택해야 하고, 또한 갈수록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는 업무와 업무량으로 인해 직장생활에서의 우울증과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말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해야만 하는 생활로 내몰리고 있다. 쉴 때나 잠잘 때조차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두뇌를 회전시키고 좀처럼 생각의 엔진을 멈추지 못한다. 더 이상 우리는 철학자나 명상가처럼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사고하지 않는다. 처리해야만 하는 산재한 일들의 순서를 짜는데 두뇌를 활용한다. 느긋하고 여유 있게 한 가지 일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여러 가지 일들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배어 버렸다. 이러한 습관들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소한 일들을 계속해서 처리하지 않으면 자신의 위치와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걱정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결국은 번아웃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처럼 복잡하고 반복적인 사고의 습관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고, 집착이나 욕망, 걱정과 불안감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에서 '명상', '관조', '초연', '탈속'과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말들이 어느덧 사라져 버렸다.

 


번아웃과 부정적 감정을 달래는 방법_명상으로서 불멍의 효과


바쁜 일상과 업무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생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명상과 관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전적 의미로 '관조'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는 것을 뜻하며, '명상'은 고요한 가운데 눈을 감고 깊이 사물을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니체와 함께 산책을》이라는 책의 저자인 일본 최고의 니체 전문가인 사라토리 하루히코는 명상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멍한 상태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도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캠핑이 대중화되고, 감성캠핑이 유행하면서 '불멍'이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장작에 불을 지피고, 캠핑 의자에 편안히 앉아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로 불멍이다. 불멍을 접한 사람들은 불멍을 통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고, 가만히 불만 바라봐도 부정적 감정이 사라지고 치유가 되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불멍뿐 아니라 '산멍, '물멍', '숲멍', '별명'까지 생겨나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사람이 눈을 감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뇌는 멍 때리는 동안 습득한 정보를 정리해 다시 새로운 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든다고 한다.



산책은 최고의 명상 방법이다


명상은 단순하게 조용한 곳에서 결가부좌를 틀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산책을 하거나, 바닷가에서 노을을 바라보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불멍을 통해서도 할 수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다가도 명상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명상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상태이고, 무언가를 보아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명상을 할 때는 주변에서 벌어진 잡다한 일,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온갖 걱정과 불안감, 감정 따위 등의 의식 자체를 버려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비울 때 비로소 명상이 가능해진다. 걸으면서 하는 명상도 있는데 '걸으면서 숨쉬기'라고 불린다. 숨쉬기와 적당한 육체적 활동을 마음 챙김과 합치는 행동이다. 니체가 자주 썼던 명상의 한 방법이다.


스트레스가 많고 스피드와 효율을 강조하는 요즘 시대에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복잡다단한 일 때문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챙겨야 할 업무가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할 일이 많아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최근에서 걸으면서 하는 명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걷기 명상법은 한 발을 다른 발 앞으로 내딛는 행동, 정신은 집중하는 동안 발이 땅이 닿는 감촉의 간단한 행동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명상으로 할 수 있게 인도해준다고 한다. 생각이 없는 무의식 상태에서 명상에 들어가면 나와 자연의 경계가 없어지고, 하나가 되며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고 한다.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고, 바쁘고 분주한 일상과 업무로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이제 멈추지 않은 생각의 엔진을 끄고 식힐 수 있는 시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을 멈.추.면 내면의 활력소가 만들어진다


바쁘고, 여유가 없더라도 업무시간에 잠시 시간을 내서 산책을 하거나 창가를 보며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주말에는 가까운 곳으로 차를 몰고 나가 나와 자연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산멍, 별멍, 물멍, 숲멍을 통해 물아일체의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신 기사를 보니 날씨가 추워지고 코로나로 인한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아 집안에서도 에탄올 난로를 만들어 불멍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확인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생각의 늪에 빠져 불면의 밤이 지속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의 소리 ASMR 어플을 다운로드해서 장작 소리, 빗소리, 계곡 물소리 등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산책을 통한 명상일 것이다. 평생 동안 극심한 신체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러한 자신의 고통스러운 운명조차도 긍정하고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는 '운명애' 사상을 만든 니체조차도 산책을 통해 삶의 기쁨과 구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계속 산책을 유혹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가까운 수목원이나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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