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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22. 2021

추억에 잠기면 빨리 늙는다

#커피숍 효과 #스타벅스 #생각 #멍 때리기 #추억 #노화 #뇌

"인생이란 죽자고 달려왔는데 이제부터 마라톤이라네요 ㅠㅠ"

TV 드라마 <원더우먼> 16회 마지막 편을 보면 주인공인 조주연 검사가 한 말이 정말 인상적으로 남았다. 어쩌면 삶은 단기적으로는 죽자고 달려가는 100m 달리기인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길게 보면 마라톤임은 틀림이 없다. 가늘고 길게 살 건지 아니면 짧고 굵게 살 건지 항상 고민하다 지금까지 어쭙잖게 살아온 것 같다.




인생을 살다 보면 점점 편해지고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어김없이 깨지고 만다. 반복되는 삶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늘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매 순간 다짐하고 결심을 하면서 자신을 닦달 하지만 늘 같은 실수와 후회를 반복하면서 다시 원점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우울함과 공허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쉬는 것에 자책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불안해하고,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애쓸수록 행복의 파랑새는 더 멀어져만 간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행복의 파랑새는 바로 당신 가까이에 있으며, 선물이라고도 부르는 현재(present)에 있는데 말이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충실하고 충만하게 사는 것이 바로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고 실행하는 것은 늘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현명한 사람들은 빨리, 단순하게 생각하며, 심지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을 적게 할수록 행동력과 행복감이 커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이 주는 복잡하고 번잡한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메이지대 교수이자 언어학 박사인 훗타 슈고가 지은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라는 책이다.


멍 때리기의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머리를 쓴다는 말은 일반적으로는 생각이 깊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많은 뇌과학 연구에서는 이와 상반된 연구 결과를 발표해서 세간의 주의를 끌고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생각할 때보다 멍하니 있을 때 뇌가 더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뇌는 생각할 때 오히려 특정부위만 활성화되어서 그곳으로만 에너지가 쏠리게 된다.


뇌 입장에서 보면 에너지가 한쪽으로 쏠리니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다. 반면 생각을 하지 않거나 멍하니 있을 때 뇌 에너지는 뇌 전체로 분산되고, 부위별로 유기적 연결과 교류가 일어나면서 에너지의 사용량이 늘어나게 되고, 그러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새로운 발상이나 통찰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꿈을 꿀 때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조합의 사람이나 사물이 등장하고, 판타지와 같은 비현실적인 상황이 전개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뇌가 전체적으로 활성화되고 부위별로 연결과 교류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한편 의식적으로 생각하자고 작정을 하면 오히로 뇌가 과부하되어 멈추는 경우가 생긴다. 핵심은 생각하지 않기 즉, 멍 때리는 것이다. 생각을 하지 않을 때 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에너지를 뇌 전체에 분산시켜 뇌의 여러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물건이 포기하는 순간, 다시 보이듯이 조바심이 난다면 한발 물러나 뇌를 잠시 쉬게 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문제에 너무 집착하거나 골몰하지 말고 잠시 한 발 물러나 생각을 멈추고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럼 꽉 막힌 배수구가 뻥~ 뚫리듯이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와 통찰력이 갑자기 강림하는 순간이 온다. 생각에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고, 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약간의 소음이 생산성을 높인다


고민이 있거나, 일 또는 공부에 집중하고 싶을 때 우리는 조용한 곳을 찾아서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틀린 생각이라고 연구 결과가 말하고 있다. 미국 일로노이대 라비 메타 연구진은 '소음과 창의성에 관한 연구'에서 (고속도로 주행 시 차내의 소음 수준인 적당한 수준의) '중간 소음'은 (조용한 사무실의 소음 수준인) '저소음' 환경보다 오히려 창의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구급차 사이렌 수준의) '고소음'은 사고를 발행하지만 말이다.


약간의 소음이 있는 환경은 추상적인 뇌 사고를 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작성하거나 새로운 안건의 보고서, 전략 등을 짤 때는 약간의 소음이 있는 커피숍이 좋다는 말이다. 낮은 대화 목소리나 식기를 나르는 등의 약간의 잡음은 작업 능률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커피숍 효과'라고 부른다.


커피의 진한 원두향은 피로나 수면 부족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에 의해 파괴된 뇌세포를 회복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평소 사무실과 같은 루틴화에 다른 의식의 전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항상 정해진 카페에 가서 작업을 하면 조건 반사적으로 '카페에 간다'가 '뇌가 창조적으로 일한다'라는 공식을 만들고 작업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초기에 성공을 하게 된 비결 중의 하나는 바로 '커피 이상의 특별한 경험과 문화'를 판매한 것이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노트북을 쓸 수 있도록 전기 콘센트를 확대 설치했다. 기존의 커피숍과 달리 음료나 커피 한잔을 시켜도 개점부터 폐점시간까지 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노트북과 책을 펴놓고 커피숍에서 공부나 일을 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어쩌면 뇌과학 비즈를 잘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추억에 잠기면 뇌는 노화된다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너무 낙담 말자. 습관을 바꾸면 건망증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본의 이화연구소 기무라 데쓰야 연구원은 과거의 기억을 장시간 떠올리면 그 기억이 저장될 때 '타우라'라는 단백질이 축적되기 쉬운데 이 물질이 기억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밝혔다. 다른 말로 하면 장시간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 많을수록 뇌가 노화된다는 말이다.


여태껏 '타우라'라는 단백질은 나이가 들수록 축적되는 양이 늘어난다고만 알았지 그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가끔씩 "그때가 좋았지"라며 가볍게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늘 옛 생각에 잠기면 정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감이 떨어지면 과거를 떠올려 자신감을 회복하려는 경향이 많다. 학창 시절, 군대 시절 등의 무용담 말이다. 개중에는 10년, 20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면서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자신에게 잠시 용기를 북돋우는 차원이라면 모를까. "라떼는 말이야. 그때는 정말 좋았는데...... 지금은......"라면서 현재를 절망하거나 부정한다면 정말 큰 일이다. 새로운 자극과 스트레스에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뇌를 건강하기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험이든 인간관계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새로운 행동이나 경험은 낡은 기억을 잊게 해주는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있지 말고 항상 현재를 사는 것이 뇌 건강에는 유익한 것이다.





예전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을 찾아 집중타임을 가쟈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내게 있어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책을 펴고 공부하는 '카공족'들은 내게 이해가 되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오히려 어긋난 상식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되었고, 그간 나의 무지함이 정말 부끄럽기까지 했다. 물론 사람마다 케바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사택에 돌아와서 혼자 글을 쓰고 있자니 갑자기 진한 원두커피의 향과 적당한 수준의 소음이 갑자기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나도 이제 기존의 상식을 벗어던지고, 용기를 내서, 혼자 가까운 커피숍에 한번 가볼까 작정을 해본다. 새로운 행동과 경험은 뇌를 건강하게 하는 자극이기 때문이다. 근데 뜬끔없이 시스타의 <나 혼자> 가사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안되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이 써진다. 오늘은 이만.....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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