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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Dec 01. 2021

(YJ)이제 그만 퇴사해 보겠습니다!

#퇴직 #1막2장 #인생 후반전 #축하 #감사 #트래픽 파이터 #파이어족

"본부장님, 정말 부럽습니다. 시간적 자유를 위해 퇴직하시는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이런 송별회는 없었다. 이것은 송별회인가? 아니면 축하연인가? 퇴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두 꼭 본부장님처럼 늦깎이 파이어족(?)이 되고 싶습니다. 송별회가 이렇게 즐거운 자리는 처음입니다."


나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나의 퇴직 송별회 분위기가 이렇게 밝고, 즐겁고, 축하를 받는 자리인 줄 말이다. 

난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꽤나 길고 지루한 건배사로 화답했다.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니면서 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아왔습니다. 회사 덕분에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버티며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두 자녀는 자라서 대학생들이 되었고, 나 또한 이제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퇴직의 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퇴직은 삶의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고 출발이라 더 설레고 기쁩니다. 돈 걱정은 안 합니다. 얼마 못 벌었지만 한국사람 번 돈 다 못쓰고 죽는다는 게 정설입니다. 전 금번 퇴직을 맞아 직장생활로 인해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쓸 예정입니다. 특히 아내에게 말입니다. 업무적으로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 없이 나를 따라와 준 점장들과 스태프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시간적 자유를 얻은 저를 위해 더 많은 축하와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여태껏 모든 송별회의 자리는 마치 저승사자를 맞이한 망자의 모습이었으니 지금 이런 분위기는 말도 안 되다는 표정들이 모두들 역력했다. 28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던 나로서는 이런 축하의 분위기는 당연한 것과는 다소 대조적인 표정들이었다. 물론 나의 갑작스러운 희망퇴직 소식에 점장들도, 스태프들도 처음엔 의아해했다. 얼마 전까지 본사에서 핵심 직책을 수행하고 올여름쯤 지역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4년 전 임원으로 승진하는 순간부터 난 사실 직장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10년간의 점장 생활을 하면서 매년 20~30%의 임원들이 구조조정으로 원치 않는 퇴직을 해온 것을 오랫동안 목도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난 줄곧 퇴직을 꿈꾸게 되었다. 퇴직을 언제라도 할 수 있도록 난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되었다. 물론 성공적인 투자도 있었지만 맘만 급하고, 제대로 조사나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 실패한 투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일정액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는 있었다. 물론 그것도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28년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왔던 직장생활을 누군가는 멈출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오랫동안 가져왔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회사에서 암묵적으로 ERP(Early Retirement Plan)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금번에 재빠르게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돈까지 받고 그만둘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기쁘고, 즐거운 일은 어디 있겠는가? 


10년 전부터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레버리지》,《부의 추월차선》,《월든》 등의 인생의 책들을 읽으면서 난 경제적 자유를 꿈꿔왔고, 경제적 자유를 통한 시간적 자유를 이루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한 번뿐인 인생! 트래픽 파이터로서의 삶이 너무나 싫었고, 속이 너무 빤히 보이는 상사의 얕은 지식과 리더십의 가벼움이 특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이라도 내 맘을 움직일 상사를 만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내 불찰이고, 내 부덕의 소치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나를 만나 내 후배들도 나와 같은 맘이었을 것이다. 


후회없는 직장생활을 했었다


돌이켜보면 난 후회 없는 직장생활을 했었다. 만 10년간 점장 생활을 하면서 그토록 원했던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를 얻기 위해서는 7년이라는 업무외적인 시간과 4천만 원이라는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었다. 직장동료들은 업무가 끝난 후 쉬거나 술을 마실 때 난 전투적으로 학위 취득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과 돈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내 삶의 초점이 학위 취득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결코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고맙다. 


난 퇴직 후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레버지리를 활용해 상가, 오피스텔에도 투자를 했다. 또한 자연인을 흉내 내고 싶어서 산 중턱에 뷰가 좋은 전원주택지도 구매를 했다. 퇴직 후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대형 평수에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3년 전에 지역 내 가장 분양가가 싼 아파트를 미리 구매해 놓기도 했다. 얼마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부동산 중개소에 매물로 내어 놓았다. 


물론 퇴직 후 지금 아파트를 매도해 일정 부분 현금흐름을 위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이익은 거의 나지 않았지만 상장만 되면 대박(?)이 날 비상장주식들도 일정량 투자해 보유하고 있다. 내 노후생활 준비와 계획은 시간이 될 때 글로 작성해 공유하고 싶다. 별 것 없지만 말이다. 




언젠가 그만두어야 할 직장생활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싶었던 것은 내 오랜 바람이었다. 당분간은 집에서 쉬면서 28년간 넣었던 실업급여란 놈의 실체를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그간 회사에서 내 대신 잘 넣어주었던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을 내 명의로 돌리는 '개인화 과정'도 맘 단디먹고 진행할 것이다. 회사 밖은 전쟁터고, 지옥이지만 나는 자극과 반응의 빈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로 그러한 것들을 이젠 충분히 감내하고, 즐길 준비가 이젠 되었다고 생각한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짧은 많은 후배와 동료들에게서 축하의 전화가 이어졌다. 이전과 달리 모두가 소식을 들었는지 축하한다는 말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나는 마지막 끝인사에 "잊지 않고 전화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이제는 그토록 듣기 싫었던 업무 카톡 소리와 메일 알람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어서 잠시 동안은 행복하겠지만 말이다.  




오늘 군에 간 큰 아들을 제외하고 아내와 나, 그리고 간호학과를 다니는 딸 이렇게 세명이 모여서 간단하게 퇴직 축하 회식을 가졌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처갓집 식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 싱싱한 방어회를 시켜서 퇴직 축하연을 가질 계획이다. 물론 이 계획은 첫사랑이자 끝사랑인 나의 아내의 참신한 아이디어다.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내가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내의 지혜로움이 너무나 고맙기만 하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퇴직은 '제2의 인생', '1막 2장', '인생 후반전'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퇴직 후 긴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는 사람만이 진정한 인생의 고수가 아니겠는가? 퇴직 후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3년 전에 작성했던 나의 인생 'Vision Board Ver 7.0'에 나와 있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어설픈 영작이지만 영어 고수들께서는 이해하고 봐줬으면 고맙겠습니다)



1. Start my second life in Vietmam, the land of opportunity

   - Learning Vietmames language and then Opening Korean language school in Vietnam.

   - Consulting about studying abroad between Korea and Vietnam.   

   - Arranging homestays for Korean students

   - Starting K-mart in Vietnam.

   - Becoming a expert about Vietnam (History, Custom, Food, Business Relationship etc)

   - Consulting about Buisiness in Vietnam for Korean company.

   - Invesing in real estate in Vietnam.

   - Taking part in a cross-country trip in Vietnam.

   - Making more personal connection with Vietnamese.

2. Making currnecy earner before retirement (more than 3mil won)

3. Leverage other people to life I wnat to live (Experience, Knowledge, Know-how, Resources, Money ect)

4. Reading books (a book about every two weeks)

5. Writing my own book (job story, love, life story etc)

6. Trusted Director (Completed)

7. Widen human relationship


"이제 그만 퇴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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