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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4. 2022

인생에서 제일 친한 친구는 OOO가 되어야 한다!

#전우애 #부부애 #절친 #갯마을 차차차 #해오름 전망대 #포항 대표음식

한산도에서 혼자 기거하면서 자칭 '유유자적 신선(神仙)'으로 불리길 원하는 유사() '자연인' 친구 한 명이 오랜만에 포항 자가(家)에 들렀다가 놀러 오라고 내게 화상통화를 걸어왔다. 화상통화가 여전히 낯설었던 난 몇 번의 거절 버튼을 눌렀음에도 반복해서 걸려오는 전화에 결국 '수락'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얼굴 표정과 어투까지 어느 것 하나 범상(?)치 않은 친구였기에 난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OO야, 우리 집에 놀러 와. 포항 집이야. 제수씨는 잘 있구?"

"웬일이냐? 자연인이 집엘 다 오구. 혹시 정말 복귀한 거냐? 근데 갑자기 집엔 왜 놀러 오라는 거니?"

"요즘 방어가 제철이잖아. 내가 퍼뜩 준비해 놓을 테니 제수씨 데리고 빨랑 넘어와"

"야! 아무리 내가 백수라도 갑자기 넘어오라는 게 말이 되냐. 아내에게도 허락을 받아야지"

"제수씨와 화상 통화 좀 하자. 내가 얘기할게"


물론 아내도 나처럼 화상통화에 대한 알레르기가 심했기 때문에 결국 아내와의 연결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평소 그 친구의 고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아내는 이내 체념하면서 "알았다. 가자"라는 말로 빠른 결론을 지었다. 오랜만에 나들이었고, 또 숙박을 해야 하다 보니 짐보따리와 집들이 선물, 자녀 용돈 등 은근히 챙겨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았다. 선물로는 주방칼 세트, 고급 와인 한 병, 케이크, 함께 먹을 담금주 등을 준비했다.


한 시간 정도가 걸려 친구 아파트에 도착하니 친구가 친히 마중을 나와 있었다. 햇볕에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 피부, 덥수룩한 수염이 한산도에서의 그의 삶을 말해주고 있었다. 반갑게 서로 해후한 우리들은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제수씨는 벌써 식탁 위에 맛있는 방어회와 등푸른생선무침회를 미리 세팅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술자리가 이어졌다. 더덕 담금주와 수제 맥주를 필두로 그간 나누지 못했던 근황 토크가 이어졌다.


방어회와 등푸른생선회 무침
술자리 시작 전 VS 우정 러브샷


수제 담금주>수제 와인>수제 맥주>소주 순으로 주종이 확대되고, 대학생 자녀들 2명까지 자리에 합세하자 술자리의 분위기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르익었다. "자연인 아빠를 둬서 너희들이 고생 많구나! 이렇게 잘 컸다니 참 대견하고, 고맙다" 우리 부부는 군대를 제대한 친구의 두 아들과 오랜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대화를 나눠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른스럽고 성숙해서 사실 부럽기도 했다.


벌써 6년이 흘렀다니! 평소 자연인의 삶을 꿈꾸던 친구가 사십 대 중반에 용기를 내서 '짧은 인생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자'라고 외치면서 희망퇴직을 감행한 후 혼자 섬으로 들어가 산지가 말이다. 현재 친구는 학림도에서의 삶을 끝내고 한산도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이웃 형님의 배려로 농막을 짓고 살고 있다. 지역이 마음에 들었는지 최근 펜션 인근 바다가 보이는 약 200평 규모의 전원주택지를 구매했다고 한다. 제수씨만 허락하면 함께 그곳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이었다.

 

"언제 한산도로 갈 거예요?"라는 내 질문에 제수씨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도 있고 해서 당장 갈 수 없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가면 고려해보겠다는 일명 '물귀신 작전'도 시전했다. 사실 친구가 이전 학림도의 삶을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유가 바로 '외로움'때문이란 건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만약 이번에도 제수씨가 가지 않는다면 '한산도 프로젝트(?)'는 다시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땅 구매가 강력한 쐐기 변수가 되었으니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신선계에서 인간계에 내려와 술을 많이 먹은 친구가 취기가 많이 오르는지 갑자기 뜬금포로 이런 말을 꺼냈다.


"살아보니 친구도 필요 없더라. 그래서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배우자가 되어야 하는기라. 평생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결혼한 건데 배우자가 젤 친한 친구면 인생이 얼마나 멋지겠노"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난 배우자는 배우자고, 친구는 친구라고 분리해서 생각했었던 것 같다. 사실 퇴직 후 서로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기존에 알고 지내던 직장 지인들과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고, 연락도 끊기면서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 건지 고민하던 차였다.


흔히 오십 대 부부들이 농담 삼아 부부는 '전우애'로 살아간다는 말을 한다. 단어 뜻으로 보면 동성(?)들 간의 의리로 산다는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우애'란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부부애'보다 더 디프(deep)한 관계일 수도 있는데도 우리는 '전우애'를 너무 폄하해서 써왔던 것 같다.


이제부터 아내는 '전우애', '베스트 프렌드(best friend)', '러버(lover)', '배우자(spouser)'로서 함께 살아야 한다. 의미는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불러주는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온전한 나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다 - 영화 <계춘 할망> 계춘의 대사 중에서 -


익일 깨질듯한 머리와 허한 속을 부여잡고 일어난 나는 제수씨가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아침 밥상을 게걸스럽게 비워냈다. 내 건강의 오랜 비결이다. 자연인 친구는 그때까지 꿀물만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침대 위에서 버티기 시전을 하고 있었다. 식사 후 우리들은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중 한 곳인 청진항을 향해 차를 몰았다.


홍반장과 혜진이가 데이트도 하고 마을 주민과도 다양한 스토리가 많았던 빨간 등대를 보러 갔다. 그곳은 벽화 그림이 가득 찬 긴 방파제와 끝자락에 위치한 빨간 등대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가는 길에 칠포리에 위치한 해오름 전망대도 잠시 들렀다. 위태로운 뱃머리 형상의 전망대 위에서 겨울바다의 성난 파도가 흰 포말을 뿜어가며 바위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해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었다. 포항에서 얼큰하기로 매우 유명한 모리 국숫집으로 향했다.


청진항 등대 vs 해오름 전망대


모리국수는 갖은 해물과 칼국수를 넣고 고춧가루에 얼큰하게 끓여내는 음식이다. 아귀 내장 간 것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우려낸 뒤 아귀와 새우, 홍합, 꽃게, 콩나물을 넣고 끓여 국물을 만들고, 칼국수를 넣고 다시 끓이면 완성이 된다. 포항시 구룡포에서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린 포항지역 내 분점으로 식사를 왔다. 가겟집에 써놓은 모리국수의 유래를 보니 옛날에 아침 일찍 바다에 일하러 나갔던 뱃사람들이 항구로 돌아와 춥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 막걸리를 먹다가 배에서 가져온 해산물들로 안주거리를 만들어 달라고 주인에게 요청했던 것이 지금의 모리국수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국수가 아니라 밥도 넣고 막 그랬다고 한다. 생선도 넣고, 문어도 있으면 넣고, 대게가 있으면 대게도 넣었다고 한다. 모든 걸 모디어(모두어) 끓인 국이다 해서 '모리'국수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국수를 맛있게 먹은 후 우리들은 짧은 1박 2일의 포항 여정을 마무리했다. 포항은 사실 나와 깊은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직장생활 때문에 우리 가족이 두 번씩이나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두 번 다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덕분에 사계절의 동해바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알고 보면 포항도 대표음식이 꽤 많다. 지면 사정상 몇 개만 소개할 테니 포항에 오실 때 참조하시면 좋겠다.





포항 물회


포항을 방문해 힐링 식도락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게 포항 물회이다. 포항 물회는 육수가 없이 고추장으로 비벼먹는 물회다. 처음 접하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한번 먹어보면 다른 물회를 못 먹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먹는 방법은 싱싱한 해산물과 여러 가지 채소를 고추장 양념에 함께 비벼 먹는데 취향에 따라서 각얼음과 물의 양을 조절해서 먹으면 된다. 예전 뱃사람들이 해장도 할 겸 후루룩 빨리 먹어야 해서 만들어진 레시피라고 한다. 간혹 회비빔밥으로 드시는 분이 있는데 포항까지 와서 그러시면 곤란하다. 북부 해수욕장 인근 포항XX, 포항특미XX가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특미전복물회가 맛나다.



포항 죽도어시장 (대게, 고래고기, 과메기)


포항은 동해안에서 최대 규모를 가진 죽도어시장이 있는데 대구와 경북의 수산물 공급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횟집만 200여 개 이를 정도로 규모가 방대한 어시장이다. 오가는 말에도 철철 정이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와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 사이로 펄떡이는 수산물들을 보는 것도 재미를 선사한다. 과메기뿐만 아니라 대게, 전복, 피문어, 고래고기 등 온갖 종류의 수산물이 진열대에서 손님들을 유혹한다.



대게(홍게)


다리가 대나무처럼 길어 ‘대게’라고 불린다. 대게의 산지가 바로 동해안이다. 구룡포, 영포, 강구 등에서 많이 잡힌다. 11월부터 5월까지 어획 기간이며, 2~3월부터 대게의 살이 가장 실하게 오른다. 물론 살이 통통히 오른 홍게도 적극 추천한다. 사실 살찐(?) 홍게는 어떨 때는 맛과 가성비로서 대게보다 나을 때도 있다. 둘 다 게딱지 밥은 필수!!!


대게 vs 홍게


과메기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은 사람은 없는 게 바로 과메기다. 처음엔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만 맛보게 되면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다. 불호가 있는 분이라면 가급적 많이 말린 꾸덕한 과메기를 드시길 추천한다.


죽도어시장은 국내 최대 과메기 생산지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겨울 해풍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숙성되고 발효되면서 맛과 영양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예전에는 청어를 주로 썼는데 지금은 어획량이 줄어 꽁치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청어 과메기가 원조니 이왕 먹는다면 청어 과메기를 드시길 적극 추천한다.


과메기는 오메가3, 비타민B, 단백질, 황산화 영양소 등이 풍부해 특히 임산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포항에서는 과메기 사 왔다고 하면 임산부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 먹는다고 할 정도로 겨울철에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최근 해초와 함께 먹는 과메기도 많아지는 추세이니 참조하면 좋겠다. 김과 미역에 싸서 고추, 마늘, 쪽파 등을 초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소주와 궁합도 최고!!!




고래고기


원래 고래고기는 바다의 한우라고 할 정도로 비싼 고기다. 공식적으로 고래 사냥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맛보는 것도 쉽지 않다. 고래 고기는 독특한 향과 쫀득한 식감이 좋아 수육으로 많이 먹는다. 고기와 내장류 비계까지 골고루 섞여 있어 소금장이나 입맛에 맞게 젓갈에 절인 고추장에도 찍어 먹으면 된다. 비계 쪽에는 특유의 비린내가 나서 호불호가 정말 갈리는 음식 중 하나다. 처음엔 비리지만 자꾸 먹다 보면 특유의 향내가 중독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죽도어시장 내에 원조XXXXX가 매우 유명하다. 밍크고래는 비싸고 구하기 힘들어 구하기 쉬운 돌고래를 많이 쓴다고 한다. 1만 원 2만 원짜리는 돌고래, 3만 원 이상은 밍크고래라고 하니 이왕이면 밍크고래를 추천한다.




등푸른생선무침회


등푸른 생선은 청어, 꽁치, 전어, 방어 등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보면 공격하는 새떼들이 볼 때 바다색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등이 푸른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양질의 단백질, DHA 등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하니 과히 과메기와 함께 웰빙식품이라 할 수 있겠다. 착한 가격에 양도 푸짐하고, 남은 양념에 비벼먹는 소면과의 궁합도 뛰어나 완전 술도둑이라 할 수 있겠다. 북부시장 내에 위치한 식당들이 많으니 참조하시기 바란다.



나머지는 힘이 들어 요약하도록 하겠다. 죽도어시장 내에 위치한 200개 이상의 회센터는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다. 또한 위에서 친구 부부와 함께 먹었던 모리국수는 구룡포가 원조이며, 모든 방송 매체에서 한번 정도는 촬영할 정도로 지역색이 뚜렷한 음식이니 얼큰한 해장 국수가 필요하시면 와서 먹길 추천한다.


경주와 감포가 원조인 참가자미회도 추천한다. 포항과 인접해서 참가자미 횟집도 꽤 나름 유명하다. 참가자미회는 각종 채소 무침과 곁들여 콩가루에 찍어 먹는다. 가자미의 뼈까지 씹히는 식감이 좋아 세꼬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포항에 살 때 난 죽도어시장보다 북부시장에 가서 회를 포장해서 먹었다. 시장 규모는 쨉도 안되지만 아침 일찍 가면 당일 잡은 가자미회를 아주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먹을 수 있다. 일전에 대표음식을 맛집으로 오인해서 댓글을 다신 분이 있는데 맛집과 대표음식은 뉘앙스가 조금 다르니 이 점 양해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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