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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r 06. 2022

자격증을 왜 따려고 할까?

#자격증과 면허증 차이 #도전과 타이밍 #경험과 노하우 #인생은 실전

우리가 일반적으로 취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려고 할 때 우선 완벽한 지식을 쌓은 후 도전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식을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남보다 한 박자 빠른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유통업에 종사할 때 유통업 취업을 원하는 많은 취업생들이 당사에 취업을 하려면 어떤 자격증을 따야 취업에 유리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지식 검색에도 비슷한 질문과 답변을 보곤 했는데 오랜 기간 유통업 실무 경험을 가진 내 입장에서 보면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유통업계 신입사원 또는 경력사원 채용 공고나 면접을 볼 때 이와 관련한 자격증 우대조건을 명시하거나 면접 시 우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유통업계와 연관된 자격증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오히려 자격증보다는 유통업체에 근무한 경험과 노하우를 더 의미 있게 평가한 사례가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유통업계 물류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조차도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물류 차량이 들어올 때 팔레트 단위 상품 이동을 위해 운행하는 지게차도 별도의 자격증이 불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소정의 이론교육과 실기시험만 치르면 누구나 지게차를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3톤 이상의 대형 지게차의 경우 별도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들었지만 일반적인 유통업체의 경우 자격은 불필요하다.



예전 점장 시절 때 후방 물류부서에 20대 초반의 여직원을 배치한 적이 있었다. 새벽에 일찍 근무해야 하고, 또한 지게차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근무하기를 기피하는 부서였다. 처음엔 그 여직원도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부서에 적응을 하게 되면서 심신도 안정되어 갔고, 게다가 지게차 운전까지 하게 되면서 그 여직원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간 시커먼(?)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지게차를 가냘픈 어린 여직원이 팔레트 단위 상품을 이리저리 종횡무진 옮기는 모습에 전 직원들이 열광을 했다. 심지어 새벽 일찍 도착하는 대형 물류 차량 기사들조차도 자신의 딸 인양 음료수와 먹거리도 주면서 그 여직원을 예뻐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참고로 유통업체 근무 시 산업안전, 전기, 소방설비, 공조냉동기계 등과 관련된 자격증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시설팀이라는 아웃소싱 업체에 대부분 위탁해서 맡기고 있다. 시설물 운영에 관련된 자격증을 갖고 있더라도 기업의 정규직이 아닌 도급업체에 근무할 수밖에 없는 게 유통업의 현실이다. 그만큼 처우나 근무 환경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아마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취업이 어렵다 보니 각종 쓸모없는 자격증들이 취업자들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는 것 같다. 자격증과 면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아마 이런 일들이 자주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잠시 나도 공부할 겸 인터넷을 검색해서 차이를 알아보았다. 


자격증은 일정한 자격을 인정해주는 증서(certificate)를 말한다. 자격증에는 국가기술자격, 국가 전문자격, 민간자격으로 구분한다. 자격증이 있다는 것은 그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일을 법적으로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요리사 자격증이 없어도 음식점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 있으며, 제빵제과 자격증이 없더라도 빵을 만들거나 빵집을 직접 운영할 수 있으며,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더라도 커피숍을 창업할 수 있다.  


반면 면허는 특정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행정기관이 '허가'하는 것으로 흔히 라이선스(license)라고 불린다. 면허는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 위험한 일에 적용된다. 비숙련자가 함부로 행할 경우 본인 혹은 타인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면허가 없는 사람이 해당 행위를 하면 불법이 되고 처벌을 받게 된다. 


운전,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정, 해기사, 항공종사자 자격증명, 건설기계 조종사, 의사, 한의사, 간호사 면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수의사가 되려면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의사나 약사도 면허가 없이 환자를 치료하거나 약을 제조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자격증 중에서도 면허에 가까운 자격증이 있는데 변호사, 교원 자격증, 산업안전기사, 전기기사, 소방설비기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의사의 경우 의료 면허증은 보통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고시를 합격하면 나온다. 참고로 의사 면허증을 가진 의사는 의료법이 허락하는 한 내과 진료부터 전신마취, 성형수술 등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무모한 진료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문의 자격증은 의사 면허증이 있는 사람 중 1년간의 인턴과정, 그리고 수년간의 전문의 과정(레지던트)을 거친 후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면 받을 수 있다. 의료법에서는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의사만이 해당 전문과목으로 병의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하니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나와 함께 근무하던 직원 중 각종 중장비를 비롯해 산업안전, 전기, 소방시설 등 자격증만 무려 12개를 보유한 직원이 한 명 있었다. 얼마나 자격증이 많았던지 사내 메거진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하지만 유통업체에 20년 이상을 근무하면서 한 번도 그 자격증을 써 본적도, 그리고 우대받은 적도 없었다. 어쩌면 그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그 무수히 많은 자격증은 단지 불안한 미래를 헷지(hedge)하기 위한 자기만족의 도구였던 것 같다. 결국 그 직원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40대 후반으로 의원면직을 했지만 현재도 그 자격증은 취업의 도구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취업이나 어떤 분야에 도전을 할 때 전문지식을 쌓거나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남보다 한 발짝 빠르게 도전하는 용기와 타이밍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많은 지식도 타이밍이 늦으면 진입장벽이 높아지기 때문에 큰 소용이 없어지게 된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머뭇거리지 말고 바로 도전하는 것이 어쩌면 삶의 지혜일 수도 있다. 


블로그, 카페, 유튜브 등 SNS 도입 초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일찍 도전한 사람들은 현재까지 막대한 팔로어와 그에 따른 수익을 거두고 있는 걸 우린 목도했다. 결국 지식의 완성은 실전 경험을 통해서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남들이 꺼리거나 기피하는 분야가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내가 불편하면 남들도 불편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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