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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삶이 무기력하고 힘이 빠질 때

학습된 무기력의 실체

살다 보면 문득 내가 애써 해 온 일들이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난 무능하다고 느끼게 되고, 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무기력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게 된다. 의지가 욕구도 사라지고, 몸도 휴식기에 들어간다. 어떨 때는 마음이 초조해지고, 체념하고, 낙담하게 되면서 정신도 황폐해진다. 


불현듯 무기력이 찾아올 때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누워있으면 안 된다. 일단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커피를 먹고, 안되면 청소라도 하면서 억지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육체가 정신의 지배를 받듯 정신 또한 육체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가 깃든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무기력이 찾아온다. '답이 없네', '나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등의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면 무기력이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바쁘게 움직이거나 일다 해동으로 문제 해결을 돌파하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 그들에게서 무기력이란 단어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1975년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24마리의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큰 상자에 넣어서 실험을 진행했다. 1그룹과 2그룹의 상자의 바닥에는 불규칙적으로 가벼운 전류를 흐르게 하였고, 3그룹의 상자에는 아무런 전류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1그룹의 경우 코로 버튼을 눌러 그 상황을 극복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실험실을 설계했고, 2그룹의 경우 어떤 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전류를 온몸으로 느끼도록 설계했다.


시간이 흘러서 새로운 상자로 개들을 이동시켰다. 이번에는 세 그룹을 한꺼번에 모았고 중간에 파티션을 쳐서 넘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다시 전류를 흐르게 하였더니 세 그룹의 개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코로 버튼을 눌러 전류를 멈추게 했던 1그룹의 개들은 전류가 흐르자 파티션을 뛰어 넘어갔다.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았던 개들도 역시 파티션을 뛰어넘었다. 


그런데 2그룹의 개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환경을 극복할 수 없다고 느껴왔던 개들은 그냥 흐르는 전류에 몸을 그대로 맡기고 무기력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고 한다.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 때문에 실제로 자신이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포자기해 버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한다. 학습된 무기력은 심리학 용어로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누출되면서 어떠한 시도나 노력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여기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견되었던 학습된 무기력은 이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확장되었으며, 아동과 성인을 모두 아우르는 인간 심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 학습된 무기력 상태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부정적 자기 암시' 때문이다. 자유의지가 꺾이고 지속이 되고, 불가항력적인 혐오스러운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암시를 잠재의식 속에 입력하고 축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 군대, 직장생활 등 단체 생활을 경험하면서 무의식적으로 2그룹의 개들처럼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곤 한다. 입시에서 연이은 실패로 의욕을 잃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거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계속되는 폭력과 협박, 회유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이 계속 이어지면 어떤 일을 하기도 전에 자포자기하는 상황이 일어난다. 


원래 사람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태어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남들의 평가와 시선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도 낮은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는 등 가스 라이팅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인에서 2018년 647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10명 중 8명이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반복된 불합격으로 인한 자괴감이 무기력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상당수가 취업의지가 없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하였다. 그러면 학습된 무기력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무기력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의 순환고리에 빠져 있을 때 가장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커피 한잔을 하거나 세수나 양치를 하면서 정신을 깨우는 것이 좋다. 그리고 TV나 SNS 등을 보면서 생각의 고리를 끊어 버리고 현재 이슈에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밖을 나가서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일상적인 루틴을 진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 독서를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각종 심리적 현상과 감정적 문제들을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자그마한 성취감이나 성공 경험을 자주 만들고 느껴야 한다. 자그마한 성취감이나 성공 경험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주고 학습된 무기력을 벗어나도록 해준다. 자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정의 경우 아이들이 기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먼저 기대감을 낮추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가벼운 목표를 주어서 성취감을 자주 느끼게 해 주면 자신감이 커지게 되고, 무기력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네 번째, 실패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실패해서 낙담하지 않고 교훈을 얻는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 무기력을 학습하지 않으며, 오히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패는 일단 행동으로 옮겼다는 말이며, 도전했다는 뜻이다. 실패의 또 다른 이름은 '도전'인 것이다. 인생을 살면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임을 알아야 한다.  


다섯 번째,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많이 해보는 것이다. 버킷리스트나 위쉬 리스트 등을 만들어 한 가지씩 실행하는 것도 무기력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은 자신감을 높이고, 좋은 대인관계를 만들어준다. 건강한 노후생활을 원한다면 새로운 경험을 가급적 많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움의 경험은 시간을 흐름을 느리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외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갑자기 소식이 끊긴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든지 퇴근 후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잠시 데이트를 한다든지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외성은 현재의 정서적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면 기다리지 말고 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영화 <127시간>을 보면 주인공인 아론 랠스톤이 블루존 캐니언이라는 협곡을 자전거로 여행하다 실수로 바위와 함께 협곡에 추락하면서 그의 오른팔이 협곡가 바위 사이에 끼어버린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는 침착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이용해 최대한 생명을 유지하면서 탈출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하지만 조난 후 5일이 지났을 때 거의 포기 상태에 접어든다. 


하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급기야 자신의 팔을 절단해서 탈출하기로 결심하고, 들고 있던 소형 나이프로 팔을 자르고 나중에는 부러뜨려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영화 포스터의 카피처럼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 강한 것은 없다'라는 교훈을 영화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인생에서 실패란 추락이 아니라 추락하고도 일어서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경은 또 하나의 삶의 선물이라는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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