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의 걱정, 고통, 고뇌는 항상 필요한 것이다. 무거운 짐을 싣지 않은 선박이 불안정하여 나갈 수 없는 것과 같다 - 쇼펜 하우어 -
살다 보면 누구나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끝없는 '생각의 늪'에 빠지곤 한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한번 소용돌이가 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게 되고, 생각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심지어는 확대 재생산까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늘 불안과 걱정을 신체의 일부처럼 동거하면서 살고 있다. 잊기 위해 잠시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때는 잠시 멈추지만 막상 잠에 들려고만 하면 '생각의 엔진'은 식지 않고 돌아가고, '생각의 늪'은 깊어져만 간다. 어떻게 해야 '생각의 엔진'을 식히고,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고 나를 잠들게 할 수 있을까?
불안과 걱정의 원인은 단지 외부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관점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에 기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지만으로 감정을 바꿀 수는 없으나 행동을 통해서는 감정을 바꿀 수는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라는 단순한 사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가정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걱정과 불안 때문에 '생각의 늪'에 빠져 들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의 인식만으로도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의 엔진은 동력을 잃고 점점 약해지게 된다.
오늘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라. 절대로 지난 일을 기억해서 아픔과 고통에 힘들어하지 마라.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를 내일을 미리 가불해서 쓰는 우를 범하지 말라 - 법정 스님 -
두 번째로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즉, 현재에 초점을 두면서 주어진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수렵 채집의 시대에는 오늘 하루 먹을 것을 구하면 그날 하루는 행복했다. 그다음 먹을거리는 그다음 날에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일과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걱정하고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과 관점을 현재에 최대한 맞춰서 단순한 삶을 살도록 해보자.
세 번째, 그래도 불안과 걱정,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면 그것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는 것'이다. 최악을 상황을 가정해 보는 것은 구체화되지 않은 생각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망쳐 사업의 기회를 잃는 큰 실수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 상사의 엄청난 질책 또는 최악의 업무 평가 또는 책임을 물어 직장 퇴사 권유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퇴사 권유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니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사의 질책이나 나쁜 업무 평가 정도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대가 정도로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어니 J 젤린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10분 이상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아는 걱정거리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4% 미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인 것이다."
네 번째, 걱정과 불안,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대안을 세우는 것이다. 문제 해결은 원인만 제대로 알면 절반은 해결한 것이다. 《신경성 위질환》의 저자 조셉 몬터큐는 '많은 병은 심리적 원인이 많은데 대다수 의사들은 이것보다는 육체를 고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궤양의 원인은 음식물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좀 먹는 걱정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걱정과 불안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면 대안을 수립할 수 있게 되며, 대안이 수립되면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잠을 못 자는 것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법학자 사무엘 운터마이어는 일생 동안 숙면을 취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천식과 불면증으로 몹시 고통을 받았다. 결국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면 몸을 뒤척이며 고민하기보다 일어나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 결과 우등으로 졸업했고, 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 개업 후에도 불면은 계속되었으나 대신 억지로 잠을 자기보다는 학습에 대한 시간을 더 늘렸다. 그렇게 하면서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해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생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으나 81세까지 장수를 누렸다.
그가 만약 불면증으로 고민만 하였다면 그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수면을 필요로 하고 어떤 사람들은 더 적은 수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람을 자살 직전까지 몰고 가는 것은 불면증이 아니라 불면증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고민이 원인이지 불면증 자체가 원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수면 부족으로 죽는 사람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불면증에 대한 고민이 잠을 못 자는 것보다 훨씬 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적는 것을 볼 때 나 또한 이런 '걱정 인형' 유형인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문득 '80년 이상을 살아보면 인생 별 것 없다'라는 노인분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별거 없는데 별거처럼 생각하는 게 어쩌면 인간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평생 동안 걱정만 안고 살다가 죽음을 맞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만약 인생이 잘 풀리지 않고, 현재 상황이 불안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냥 생각을 멈추고 플랜비(Plan-B)를 준비하면 된다. 생각보다 더 빠른 게 바로 행동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최근 유튜브에서 최근 인기리에 소개되고 있는 '해파리 숙면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방법은 꾸준히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밤낮없이 나를 위해 전쟁을 하던 미 해군 병사들이 수면 부족으로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몇 번의 큰 실수를 하게 되고 병사들의 체력 또한 떨어져 전투력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해군 운동 심리학자 버드 윈터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2분 이내 잠들 수 있는 수면 방법을 만들었다. 이 수면 방법을 6주 동안 병사들을 대상으로 체험시킨 결과 놀랍게도 96%가 2분 내에 수면상태에 돌입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거나 폭탄 소리와 같은 큰 소리가 나는데도 대부분 2분 만에 잠이 들었다고 한다.
우선 침대에 누운 뒤에 얼굴-어깨-팔-다리 순서대로 힘을 빼준다. 쉽게 말해 의자 위에 걸쳐진 축 늘어진 해파리라고 상상을 하고 온 몸에 힘을 빼주는 것이다. 우선 눈을 감은 뒤 얼굴에 있는 모든 근육에 힘을 빼준다. 눈, 혀, 턱, 뺨 등의 근육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하나씩 축 늘어뜨린다는 생각으로 이완을 시켜준다. 얼굴에 있는 힘을 다 빼면 어깨가 최대한 밑으로 내려가도록 늘어뜨리면서 팔뚝, 손목까지
모두 힘을 빼준다. 침대에 파 묻힌다고 생각하면 더욱 쉽다.
상체의 힘을 다 빼면 하체도 힘을 빼준다. 허벅지, 종아리, 발목 부위들을 하나씩 이완시켜 준다. 이때 한꺼번에 힘을 빼기보다는 한 부위씩 힘을 뺀다고 생각하면 근육을 이환시키기가 더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3회 반복하면서 침대에 점점 파묻혀 깊은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든다는 생각을 한다.
만일 이렇게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다음 3가지 심리 트레이닝을 해보자 첫 번째 따뜻한 봄날 조용한 호수에 떠 있는 카누에 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상상을 한다. 두 번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편안한 해먹에 누워있다는 상상을 한다. 세 번째, 자신에게 생각하지 말자라고 반복적으로 타이르기를 한다. 꼭 이런 세 가지가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누워있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이런 방법을 써도 바로 숙면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미 해군도 6주의 꾸준한 훈련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복해서 시도하다 보면 꿀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숙면을 위해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 어제의 많은 걱정, 내일의 많은 일들은 생각하다 보면 불면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제부터 모든 걱정은 내려놓고 행복한 숙면의 나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