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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사람들은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 효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 #멀티 페르소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회사생활에서는 팀장으로서, 집에서는 남편과 아내로서, 개인 취미 영역에서는 유투버로서, 사적 관계 모임에서는 총무로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직장인들 또한 조직에서 요구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주는 사료를 받아먹으면서 스스로를 채근질하고, 그 조직이 요구하는 성실한 직장인의 태도에 맞게 자신을 적응시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톱니바퀴 속의 하나의 작은 부품처럼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간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의 욕구, 감정, 의견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엄밀히 말하면 그럴 필요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의나 기획을 요구하지 않는 한 경력 만땅인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스맨(yes man)"이 선호되고, 또한 평가나 승진에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스맨이라고 정말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들 또한 불확실하고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회적 가면을 적절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직장생활에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고자 한다면 최소 임원급 이상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사회적 가면을 잘 쓰는 되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김난도 교수는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를 새로운 트렌드로 소개했다. 현대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코어(core)를 유지하면서 '상황에 맞춰 사회적 가면을 바꾸어 쓰는 것'과 '자신을 잃어버린 채 외부의 요구에 맞추어 쓰는 것'은 상당히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멈추고 돌아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 과정과 인식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내가 아닌 내가 진짜 원하는 나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진짜 나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소요와 성찰''이 도움이 된다. 타인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이리저리 산책을 하면서 가볍게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며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의 10%만 나를 지지해도 리더는 그 조직을 별 무리 없이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 자신을 감추고, 낮추는 것은 어색하고 감정 소모도 크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할 시간에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챙기고 돌보는 것이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는 효용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게 있다. 실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와 행동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데는 매우 관대한 편인데 유독 자신이 하는 행동은 매우 엄격하고 민감한 잣대로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미국 코넬대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교수가 진행한 한 실험에서 알려지게 되었다. 한 학생에게 왕년의 스타였던 가수 '배리 매닐로'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다른 실험 참가자들이 있는 실험실에 잠깐 앉아 있다고 나오라고 했다. 이 티셔츠를 입은 학생은 자기의 나이에 맞지 않는 왕년의 스타의 티셔츠를 입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금방 이상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험이 끝난 후 촌스러운 왕년 가수의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옷차림에 신경을 쓴 사람이 어느 정도 될지에 대한 추정 수치를 물었다. 참가자들 중 46% 정도가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을 타인들이 알아챌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배리 매닐로우 티셔츠를 알아차린 사람은 23%에 불과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실험실에서 나온 뒤 티셔츠에 관한 질문에서 제대로 기억도 못했고, 답변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타인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애초 티셔츠에 인쇄된 내용 따위는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에 집중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문제의 진실을 요약하면 '사람들은 정작 그들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으며 정작 타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를 생각해 보자. 혹시 모텔에 들어가는 연인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기억한 경우가 있는가? 심지어 길거리에서 술을 먹고 소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젊은 음악가를 볼 때도 잠시 관심을 가지지만 이내 갈 길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장을 하지 않고 나온 여성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 대수롭지 않게 보면서 지나치게 된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누구와 함께 대낮에 모델을 들어가려고 할 때 어떤가? 혹시 누가 볼까봐 주의를 살피고, 매우 조심하게 된다. 여성이 민낯으로 밖에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누가 알아챌까 노심초사하면서 나가게 되며, 타인과 시선이라도 마주치면 지레짐작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효과는 편집증의 또 다른 형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편집증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는 자신이 특별하고, 다르고, 선택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유형은 타인의 시선과 의견에 극도로 의존하게 되고, 타인의 관심을 사로잡고 싶어 하기도 하면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매 순간 자신이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타인들이 신경 쓰지 않는 사소한 실수도 타인들이 알아채고 비난할까 봐 걱정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내성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한 사람들 또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특히 자기중심적 사고 강한 청소년들 대부분이 자기 피부, 옷차림, 행동 등에 있어서 성인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유명한 랍비가 남편이 죽은 후 슬피 울고 있는 여인에게 "무엇이 슬퍼서 그렇게 우나요?"라고 물었더니 그 여인이 "사랑하는 남편이 죽어서 웁니다"라고 당연한 듯이 대답을 했다. 다시 랍비가 질문을 했다. "혹시 남편이 죽어서 슬픈 것보다는 혼자 남겨진 자신이 불쌍해서 우는 것은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그 연인은 아무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어떤 생명체보다 이기적인 존재이다.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면 자신이 하루 종일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인해 보자. 정말 타인을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인지? 심지어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은? 대답은 간단할 것이다. 그냥 하루 종일 자신만 생각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을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편안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과대망상은 무엇보다도 해롭다. 이렇듯 나에게 별 관심도 없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온종일 불안해하고,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을 당장이라도 중단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타인은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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