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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불확실성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텔레브의 <안티 프래즐>을 읽고


<블랙스완>의 저자이자 시대적 사상가이자 경제학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가 가득한 현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책인 <안티프래질>을 출간했다. 안티 프래질(antifragile)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용어로 저자가 만든 신조어다. 


프래질(fragile)은 유리 소재나 도자기처럼 깨지기 쉬운 수화물이나 택배에 조심하라고 붙여 놓은 꼬리표를 말하는데, '부서지기 쉬운', '외부 충격에 취약한'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프래질의 반대는 '강건함', '단단함'을 뜻하는 로버스트(robust)로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여기서 외부 충격을 받을수록 더 강해지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다는 개념의 안티프래질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요즘같이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 모호성, 가변성이 많은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해서 한정된 자원을 보다 잘 활용하는 실질적인 메커니즘을 찾고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집중해야 한다. 바로 이런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things that gain from disorder)'이 바로 안티 프래즐이다.




안티 프래질적인 특성을 지니는 인간과 사회, 집단 생물, 유기체 등 상호작용을 하는 세상 모든 만물들은 충격과 스트레스, 불안정 상황에서 더 큰 성장과 진화를 한다는 것이 바로 안티프래질의 기본 개념이다. 안티프래질의 개념은 자연현상에서 '적응'의 과정 중에 하나로 나타난다. 모든 생물체와 유기체들은 외부의 충격과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잉 보상의 방법을 쓴다. 


과잉 보상은 나무의 가지를 쳐내면 더 많은 가지가 자라나는 현상, 몸에 소량을 독극물을 주입하면 몸이 더 강해지는 현상, 더 작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포만감을 느끼지 않는 결핍이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현상 등을 말한다. 자연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것에 대해서 '과잉 보상'을 통해 여분을 비축해 놓고, 다음 리스크와 위험에 대비해 생존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진화해 간다. 


즉 과잉 보상을 통한 여분의 비축은 단순히 안정감과 편의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음 리스크와 위험상황에 대비한 일종의 공격적 투자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안티 프래질한 유기체들은 충격과 스트레스를 극복해 나가며 선형적인 성장이 아닌 비선형적인 성장을 이룬다.



'호르메시스(Hormesis)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미량의 적절한 스트레스나 독소에 노출되면 오히려 생체에 유익한 효과로 작용한다는 현상으로 '호르몬과 같은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런 현상은 '해로운 물질로부터 얻는 혜택'의 관점이 아니라 '해로움 혹은 약효는 복용량에 달려 있다'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실험실의 동물을 대상으로 칼로리 공급량을 줄이면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간에 건강해지고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무엇보다 수명이 길어진다고 주장하며 인간도 동일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노화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세포나 생명치에 열충격, 방사선 조사, 산화 촉진제, 과중력, 음식 제한 등과 같은 가벼운 스트레스를 주면 잘 견디거나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반응이 일어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유해물질만 섭취하지 않으면 독성 물질이 과민 반응을 유발해 전체 상태를 개선한다는 말이다.


독성학자 후고 슐츠(Hugo Schultz)는 효모를 연구한 중 그는 약간의 독이 효모의 성장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채소가 건강에 이로운 이유는 채소에 함유된 비타민이 아니라 천적을 막기 위해 채소가 만들어 내는 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러니깐 우리는 건강한 야채샐러드를 먹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스트레스 요인을 섭취하는 것이다. 


운동과 소식(小食) 또는 간헐적 단식이 대표적 사례이다. 음식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규칙적인 식사는 해로운데 그것은 공복 스트레스 요인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간헐적 단식은 배고픔으로 인해 인체의 여러 가지 방어기전들을 활성화하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6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이 호르메시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량의 자극이다.




술도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치지만 반주로 한두 잔을 마시면 약주가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이다. 병원균에 미리 노출시키는 독감주사도 같은 원리다. 인체에 해롭기는 하지만 일정의 소량이라면 과잉반응을 촉진하면서 대체로 유익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간헐적 단식도 마찬가지이다. 결핍과 소량의 스트레스가 저항성을 높여 우리 신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착한 결핍, 착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이 건강에 좋은 이유도 운동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몸에 더 강건하고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력을 만들 때 우리 몸속에서는 근육이 잘게 찢어져 미세한 상처가 생기고 회복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근육이 강화된다. 살아있는 말벌의 독을 술로 담가 먹는 노봉주, 벌침과 같은 사례도 이런 호르메시스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냉수마찰도 착한 스트레스로 볼 수 있다. 냉수마찰로 체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올리기 위기 스트레스 반응이 에너지 대사를 도와 몸을 항상성을 유지시켜 준다. 결론적으로 일정량의 결핍과 스트레스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데 매우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라'는 어른들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 다만 그 정도가 강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결핍과 스트레스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존과 진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이어져 왔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힘을 키워줄 뿐 아니라 집중력을 강화하고 감각을 깨우며 반응 속도를 높여준다. 똑같은 스트레스에도 어떤 사람은 죽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의 스트레스 반응은 단기간 사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메커니즘이다. 공부한 직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직전 감각기관으로 들어온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체내 화학물질을 불러오는 환희와 열정은 스트레스 반응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전형적인 감정이다.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이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행복과 감격을 느끼는 정신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마라톤을 즐기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n)'와도 유사하다. 힘들게 DIY 가구를 만들고,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몰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이다. 동기는 몰입을 도와주게 만들며 여기에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엄청난 성과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스트레스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어왔다. 스프레스는 평생 위험에 저항하도록 우리를 도와주며 심지어 인생 말년에도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신체도 정신도 자극과 스트레스가 없으면 퇴화하고 결국 그 기능이 저하된다. 병상에서 한 달만 누워있거나 운동을 일주일만 하지 않더라도 신체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른 속도로 퇴화하게 된다. 인간의 기계와 달리 스트레스를 가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야 더 아끼고 보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의 부재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황량한 사막과도 같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병원의 환자들이 무탈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보는 안티 프래질적 속성을 가지는데 익명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평판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을 향한 비판과 혹평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 그러한 특성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평판으로부터 안티 프래질하며, 자신을 향한 악평에도 오히려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는 결과를 만든다. 누군가의 안티프래질은 반드시 타인의 프래질에 대한 대가로 나타난다. 즉 프래질한 개별적 주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기는 에너지와 동력을 이용해서 안티 프래질한 동력을 얻는다.


예를 들면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격이 저렴해지는 인터넷 쇼핑, 경쟁이 치열할수록 맛이 더 좋아지는 먹자골목 가게들이다. 또한 안티 프래질한 개별 주체들이 스스로 비이상적인 '자기 과신'에 사로잡혀 이러한 생태계 속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다른 개체들과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 정보가 발생하는 과정 속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와 정보가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스트레스와 정보로 인한 혜택은 다른 안티 프래질한 개체와 집단에 의해 흡수된다.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건강하지 못한 세포들은 파괴되고, 건강한 세포들이 탄생하고 몸은 더 건강해진다든지 여러 번의 지진을 경험한 일본에서는 지진 대비 설비가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했고,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과 그 주변 희생 위에 더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 건축 및 관리 기술이 발전한 것 등이 바로 안티프래질의 사례다.




현대처럼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가 판치는 세상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고 말하며 자신만의 이론과 모델로 그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세상은 이렇듯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가짜 전문가들에 의해서 많이 조작되어왔다. 상식적으로 자전거를 잘 타려고 하면 계속해서 타고 넘어지고 다치면서 스스로 균형감을 만드는 등의 단기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결국 잘 타게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먼저 자전거의 원리, 체인의 원리, 물리의 법칙, 마찰력 등의 이론적인 것들부터 가르치려고 한다. 학자들은 제일 먼저 자전거 탑승 매뉴얼을 만든다. 이름 있는 대학의 권위가 높은 교수들이 만든 매뉴얼이기 때문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그 매뉴얼에 따라 자전거를 배운다. 넘어지는 것은 제대로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오르막에 오를 때, 길이 울퉁불퉁할 때 등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은 없다. 정부는 또한 복잡한 자전거 타기 규제를 만든다. 시중 은행은 자전거에 넘어지는 것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과 보험을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매뉴얼에 나오지 않는 눈 오는 상황이 갑자기 발생한다.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매뉴얼을 통해 그동안 배웠던 모든 자전거 타기 방법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큰일이 생겼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많은 사람들 때문에 은행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면서 자전거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매뉴얼에 의해 자전거 타기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눈이 와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통해 자전거 타기를 배워서 몸에 체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넘어져도 상관없다.

 


이런 상황은 현대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세상의 경제와 금융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저명한 경제학자와 금융 종사자들은 매우 싫어한다. 그들은 잘못된 이론을 외치고 돈을 벌고 있는데도 그 피해는 선량한 서민들만 받는다고 말한다. 


그들의 이론과 모델이 틀렸어도 그들은 다시 개정 매뉴얼을 만들고, 이론과 모델을 만들어 다시 신뢰를 회복한다. 규제를 만든 공무원들도 퇴직한 후에는 시중 은행의 임원이 되고, 파산할 것 같은 은행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다. 매뉴얼을 따른 사람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받게 된다. 사회, 경제와 금융 분야에 절대적 이론은 없다. 왜냐하면 바로 현대사회는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가 판치기 때문이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나심 탈레브는 그 당시의 금융위기에 대해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가리켜 <블랙스완>이라고 말했다. 서구인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구세계 사람들은 오랫동안 백조는 흰 새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이러한 관찰과 경험에 의한 학습이 얼마나 제한적인 것인지를 그의 책에서 주장했다. 


이론과 모델만으로 복잡한 이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많은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이론과 모델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는 점을 볼 때 우리는 자신만의 경험 위에 삶을 설계하고,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이론들만 따르면 한 순간에 블랙스완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나심 탈레브는 기존의 이론과 모델을 바탕으로 설계한 프래질(fragile)한 삶을 살지 말라고 말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여유 있게 살면 악재가 와도 잘 견딜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로버스트(robust)인 강건한 삶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안티프래질(antifragile) 즉 충격에 더 강해지는 삶의 설계이다.


나심 탈레브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즐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에서 그는 일상생활에서 뜻밖의 선택과 행동을 하라고 권한다. 평소 가던 익숙한 길이 아닌 낯설 다른 길로 가라고 한다. 계획적인 여행을 하기보다는 자유의지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지를 선택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안정적인 투자와 함께 매우 위험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한다. 교수나 전문가들에게 배우되 참고만 하고 중요한 핵심 내용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서 배우라고 말한다.




이론보다는 실행을 통해서 자신만의 이론과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분야에서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것은 반드시 원론적인 내용을 벗어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진정한 아이디어는 전문화와 전문가인척 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그 분야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완전히 놓쳐버리는 중요한 알맹이에서 나온다'라고 그는 책에서 말하고 있다. 


일반인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만이 이론의 허점을 알아채고, 그 부족한 부분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로 메워 넣는다. 기존의 이론과 모델을 참고만 하되 맹신하면 안 된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더 강해지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안티프래질의 구체적 사례는 아래와 같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스트레스는 오히려 신체에 자극을 줌으로써 신체의 기능을 더 활발하게 하고, 신체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달리기를 하면 오히려 무릎 골절이 상한 게 아니라 더 강해진다.
운동을 통해 근육이 찢어짐과 동시에 근육과 뼈가 성장한다.
경마에 더 잘 뛰는 말과 경주를 했을 때 좋은 성과가 나온다.
백색 소음 속에서 오히려 일, 공부의 효율이 높아지고 성과가 나온다

명확한 발음의 연사보다 어눌한 말투를 지닌 사람의 말에 우리가 더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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