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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06. 2022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것

#연봉은 높지만 행복하지 않은 직업순위 Top5 #치과의사 자살율

제가 알고 있는 친한 지인의 아들이 몇 년 전 S대 화학과 장학생으로 입학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듬해 재수를 해서 의대에 다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의대를 갔다니 당연히 축하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이유였습니다. 화학과를 나오면 취업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취업을 하더라도 직장 생활에서 대두되는 업무 스트레스, 승진, 인간관계, 조기 퇴직 등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이죠. 친구의 아들은 약간의 모험, 조금의 실패도 용납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는 '사(士)짜' 직업을 가진 전문직들에 대한 선호도가 너무 높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의사나 치과의사는 선망과 부러움의 끝판왕일 거라 생각됩니다. 의사란 직업이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와 권위도 있으니 아마 그럴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지는 연봉은 매우 높지만 행복하지 않은 직종 Top5를 선정했는데 1위가 의사, 2위가 애널리스트, 4위가 치과의사, 5위가 변호사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래의 행복으로 꼽은 직업들이 거의 모두 포함된 셈입니다. 


의사와 치과의사는 미국에서도 고연봉 직업에 속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 의사 중 자신의 직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6%에 불과하며, 치과의사 또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직업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변호사의 우울증 발병률은 다른 전문직 종사자보다 3.6배나 높으며, 애널리스트들은 주당 120시간이 넘는 업무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더 심각합니다. 2019년도 치과의사신문에 게재된 기사 내용을 보면  ‘최근 2주간 우울감 경험 여부’ 질문에 치과의사의 60.9%가 ‘예’라고 응답했으며, ‘최근 1년·간 자살 생각 여부’ 질문에 ‘예’라고 응답한 치과의사는 16.3%나 됐다고 합니다. 이는 치과 의료정책 연구소 발표 자료인데요. 일반 국민에 비해 우울감 경험률 5.3배, 자살 생각 경험률 10.2배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치과의사의 스트레스와 번아웃 증후군은 영국, 미국, 유럽 등에서도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아래 표는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조사한 치과의사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합니다. 업무 압박, 재정적 측면, 환자와의 접촉, 업무 내용 등 세부 요소만 봐도 감당이 불감당일 것 같습니다. 


                       치과의사 10명 중 6명 ‘우울감 느낀다’ - 치과의사신문


의사의 경우 대부분 학창 시절 대부분 공부를 잘했고, 정답을 쫓으며 살아왔죠. 어렵게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처럼 조직관리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많은 비용을 조달해서 어렵게 창업을 했고, 창업과 동시에 조직의 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소통도 어렵고, 당면한 의사결정도 많아 병원 경영이 쉽진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2014년 서울고등법원이 발표한 5개년 직업별 개인회생 신청 보고를 보면 의사가 18.1%, 한의사가 11.4%, 치과의사가 9.8%로 이들의 합은 39.2%로 자영업자나 법인 대표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폐업에 따른 재정적 악화도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왜 힘든지 좀 더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블랙컨슈머가 증가함에 따른 업무적 스트레스, 악성 댓글, 소송과 보상 등도 우울증 증가가 폐업 결정에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혁신적인 치료 기술의 증가 또한 상당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의대에 들어간 이후 그들이 희생·봉사·장인 정신이 녹아있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몸소 실천하는 의사가 되었다면 윤리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추구하기 위해 의사가 되었다면 그들의 삶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의사로서의 보람은커녕 아마 연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을 겁니다. 왜냐하면 의사의 삶은 생각보다 매우 힘들고 고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만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의사란 직업의 어려움을 대변하려고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의사란 직업을 살펴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들을 의대로 보내고 싶어 하니깐 말입니다. 


출처 : 의협신문




** ‘히포크라테스 선서’ :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BC 5~4세기 사이에 기록됐다고 알려졌으며, 오늘날에는 상황에 맞도록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정한 ‘제네바 선언’이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일반적으로 낭독되고 있습니다. 선언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의료직에 입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약한다.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나는 마땅히 나의 스승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          

            나는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라도 누설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의료직의 명예와 위엄 있는 전통을 지킨다. 동료는 나의 형제며, 자매다.          

            나는 환자를 위해 내 의무를 다하는 데 있어 나이, 질병, 장애, 교리, 인종, 성별, 국적, 정당, 종족, 성적 지향, 사회적 지우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          

            나는 위협을 받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그 시작에서부터 최대한 존중하며, 인류를 위한 법칙에 반하여 나의 의학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이 모든 약속을 나의 명예를 걸고 자유의지로서 엄숙히 서약한다.          




《인재 혁명》의 조벽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은 정신적 빈곤 시대에 살고 있으며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인생의 에너지가 넘쳐야 하는 대한민국 20대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면서 그 원인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자신의 적성이나 자질과 전혀 상관없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을 했는데 재미가 없으니 공부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그러니 대학 4년을 어영부영 다니게 되고, 결국 정신이 더욱 굶주릴 수밖에 없는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사교육의 '사(私)는 사람 잡는 '사(死)'가 될 수 있다고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조벽 교수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지금의 부모 세대들 대부분은 좋은 대학만 입학하면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고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데도 부모들은 이전의 구태의연한 교육방식을 여전히 자녀들에게 주입식으로 교육을 한다는 점입니다. 자식과 부인을 해외로 유학 보낸 후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이혼을 하는 기러기 아빠도 흔합니다. 심지어 자살까지 이르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하기도 합니다. 


[심층 리포트] [1] 조기유학 1세대 '절반의 성공'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23/2009062300081.html


<조기 유학 1세대, 절반의 성공>(조선일보, 2009.6.23)라는 기사를 보면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 중산층 부모들을 사로잡은 '조기유학' 모델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분석됐다고 합니다. 물론 조기유학을 떠났던 자녀들 대부분은 한국의 입시 지옥과 획일적 교육 방식에 비해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낸 것에 만족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현재 만족도 면에서는 '절반의 실패'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이들의 평균적인 '현재 모습'이 강남의 사교육비에 비해 2~5배의 비용이나 유학 당시의 부푼 기대에 비해 다소 초라한 까닭입니다. 참고로 명문 대학에 입학한 한국 학생 10명 중 4.4명이 중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미국 명문 대학의 박사학위 논문에 발표되었습니다.


최근 사교육비가 증가하면서 자녀의 교육을 학교, 학원, TV와 인터넷 등 아웃소싱하면서부터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시작합니다. 새벽부터 오후까지는 학교에 맡기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는 학원에 맡기고, 틈틈이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맡기고, 짬짬이 컴퓨터에 맡깁니다. 어느새 부모는 양육자가 아니라 관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일어날 시간이다. 밥 먹을 시간이다. 학교 갈 시간이다. 학원 갈 시간이다. 숙제할 시간이다. 교통 카드 챙겨라. 과제물 챙겨라. 시간을 알려주고 일과를 짜주고 물품을 챙겨주는 관리자 또는 비서가 되었습니다. 아이한테 필요한 존재가 부모이지 관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학부모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 탓으로 돌립니다.


이제 부모와 자식 간 대화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평화로움에 대한 소통도 없고, 사랑스러움에 대한 느낌도 없고, 두려움에 대한 논의도 없고, 분노에 대한 반성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사무적인 지시와 경고와 요청만 있을 뿐입니다.  자녀는 원래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자식을 가진 게 죄라는 인식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선물을 받아놓고 트집 잡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지금 많은 부모가 아이는 학원에 맡기고 입시 설명회를 찾아다닙니다. 자녀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동창생의 수다에 귀가 솔깃합니다. 자녀의 행복이 아니라 남의 속닥거림이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못 먹어도 고' 하는 식으로, 화려한 '오광'을 추구하듯 무조건 명문대를 추구합니다. 자녀를 타이르듯 윽박지르고 꾀고 구슬려서 하루 12시간을 앉혀놓고 공부를 시킵니다. 



우리 부모 세대는 물질적 빈곤 시대에 살았던 때에 가치관이 확립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해 해야 하는 이유는 꼭 물질적 보상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자아 성취를 위할 때 가장 열심히 공부를 할 것입니다. 바로 이때 학생은 몰입하게 됩니다.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이럴 때 비로소 학생은 학습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의 행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행복의 조건은 꿈과 희망입니다. 자녀가 꿈을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은 희망이 살아납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지옥의 문까지 가서 두드릴 각오를 다지는 게 꿈입니다. 단기전이 아니고 장기전을 치를 마음의 준비입니다. 그러려면 체력이 필요합니다. 강인한 정신력도 필요합니다. 자녀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돌봐주는 것도 부모의 본분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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