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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Nov 07. 2022

너는 나를 완성시켜!!!

#결여와 결핍의 차이 #다크 나이트 #배트맨 #조커 #과잉


2008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를 보면 "자신을 왜 죽이려고 하냐?"라는 배트맨(부루스 웨인)의 질문에 조커(히스 레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야. 난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아. 너 없이 내가 뭘 하겠어. 다시 돌아가서 마피아 마약상들이나 등쳐먹으라고? 아니, 아니지, 아니야. 너는..... 너는..... 나를 완성시켜. (I don't, I don't want to kill you! I do without you? Go back to ripping off mob dealers? No, no, NO! You..... you..... complete me.)" 조커에게 있어 배트맨의 그의 삶의 결핍을 채워주고 있는 존재였던 겁니다.


조커는 사람은 누구가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며 문명이라는 가면을 벗으면 서로를 잡아먹는 추악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들에게 이를 증명해 보이는 겁니다. 정의감이 넘쳐 화이트 나이트(white Knight)라 불렸던 하비 덴트(아론 에크 하트) 검사가 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조커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며 희열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은 끝가지 자신의 가치관을 지킴으로써 조커로부터 "타락할 수 없는 존재'란 말과 함께 악당인 자신의 결핍을 완성시키는 존재라는 최고의 찬사까지 듣게 됩니다. 결핍(scarcity)이 뭐길래 이렇게 삶을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걸까요?



영화 <다크나이트> 한 장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란 책에서 신영철 작가는 모든 관계는 일종의 교환에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랑은 '결여의 교환'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결여를 갖고 있지만 부끄러워서 대개는 감춘다는 것이죠. 타인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의 결여를 발견하는 때가 있다고 합니다. 결여 때문에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여 때문에 그를 달리 보게 된다고 말이죠. 상대방의 결여를 나눌 때, 그리고 결여의 교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온전한 사랑의 관계가 만들어 만들어집니다. 불완전한 반쪽이 만나 온전한 한쪽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작가는 사랑은 불완전한 반쪽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부족한 인간이라는 사실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누군가를 만나서 온전해질 때 사랑이 시작된다고 말이죠. 그리고 온전함이란 자신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세우는 것이고, 상대방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속에서 온전해지는 것이죠. 이렇듯 결여는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하버드 성인발달연구팀은 베일런트 도심 지역의 불우한 청소년 456명 중 가장 황폐한 아동기를 보낸 30명의 삶을 추적 조사를 했는데 이들 중 30%는 성인기 후반에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과거의 결핍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바로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결핍은 사랑을 통해서 채워지고 온전해진다는 것을 연구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핍(缺乏)과 결여(缺如)는 둘 다 '모자람'이나 '소진'을 의미하는데 그 차이가 거의 없어 자주 혼용해서 쓰이는 단어들입니다. 물질적 결핍(결여)은 풍요로움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쓰이지만 정신적 결핍(결여)은 흔히 질병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아있는 한 우리들은 늘 결핍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핍의 긍정적인 측면은 그것을 채우기 위한 내적 욕구를 만들고, 또 그것을 실현시키는 성장 동기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애정 결핍을 느끼는 사람은 애정을 갈구하며, 가난으로 물질적 결핍을 느끼면 돈을 갈망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특히 어릴 적 느꼈던 결핍은 성인이 되어서도 결핍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들으면 어릴 적 느꼈던 결핍이 강한 성취동기로 작용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렇듯 핍을 긍정적 신호로만 바꿀 수 있다면 결핍은 훌륭한 성장 동기가 되는 것이죠. 센딜 멀레이너선과 엘다 샤퍼의 저서 《결핍의 경제학》에서는 어떤 종류의 결핍을 경험하든 그 결핍은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핍은 결핍과 관련된 인식 대상을 빠르게 포착해서 이를 해소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프로이트, 융과 함께 오늘날 심리학을 만든 심리학의 거장인 알프레드 아들러에 의하면 수많은 재능과 능력은 '결핍감'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단점을 깨닫는 것은 인생의 목표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결핍을 느끼기 전에 모든 것을 해소시키려는 부모들 때문에 결핍을 경험할 기회조차도 없다고 합니다. 학교를 가기도 전에 한글을 익히고, 영어를 가르치고, 음악과 미술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까지 다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배가 고파야 밥이 맛있는데 늘 배가 부르니 밥맛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죠.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아이들에게 결핍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일부로 무료한 시간을 갖게 함으로써 스스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재미있는 걸 찾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는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책 읽지 말고 나가서 놀아라, 라고 말하면서 부모들이 책을 즐기고 열심히 읽는다면 애들은 부모들이 자기들끼리 재미있는 걸 즐긴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렇듯 자발적 결핍을 느낄 때 자발적 욕구와 동기가 만들어집니다. 


결핍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오래 굶주린 사람이 눈앞에 먹을 게 나타나면 먹을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터널 시야(tunnel vision)'가 나타납니다. 결핍의 해소 욕구가 너무 강해져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터널 시야가 계속되면 결핍의 악순환을 야기시키기도 합니다. 결핍된 것에 너무 많은 생각을 집중하고, 몰두함으로써 나의 모든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는 것을 결핍의 부정적인 효과라고 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우울증도 이러한 터널링(tunneling)이 계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터널 시야(tunnel vision)


핍이라고 하면 여태껏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렸을 겁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진화해오는 과정에서 결핍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왔고, 또한 애정 결핍, 주의력 결핍, 영양 결핍 등 부정적 의미의 단어로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핍을 '모자람'이 아닌 '채워야 할 풍요로움'이란 개념으로 생각하면 강렬한 성취 욕구로 바뀌게 됩니다. 만약 일상의 삶에서 결핍이 느껴지면 그건 성장해야 할 타이밍, 즉 성장할 신호란 걸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이란 책에서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이 결핍으로 목말라하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가난하고 불우했던 과거 시절의 결핍을 벗어나고 싶은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겁니다. 결핍이 없으면 원하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결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미래에 달라진 자신을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앞으로 살아가면서 결핍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원하는 것을 얻게 한다는 믿음이 오늘날 우리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자청이 말하는 거꾸로 생각하기! 즉, 역행자의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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